"한국과 친하지 않다" 59% "중국과 친하지 않다" 80.6% "미국과 친하다"는 84.5%
왜곡된 역사 교육받은 세대 "과거사 반성 요구는 억지"
일본인들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지도자의 극우적 선동에 의해 일반 시민도 '한·중 경시(輕視), 서구 중시'라는 19세기 말적 세계관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9월 27일~10월 7일 전국 성인 남녀 18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 에서 한국에 대해 "친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은 39.2%로, 작년(62.2%)보다 23.0%포인트 하락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에 대해 "친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친하다고 느낀다"는 답변 비율을 웃돈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급상승했던 호감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등으로 촉발된 반한(反韓) 감정으로 다시 10여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한·일 관계의 현황에 대해서도 "좋지 않다"는 응답이 78.8%로, 지난해보다 42.8%포인트 급증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978년 조사 이후 최저치다. 중국에 대해 "친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은 작년보다 8.3%포인트 감소한 18.0%였다. "중·일 관계가 좋지 않다"는 답변은 16.5%포인트 증가한 92.8%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 "친하다고 느낀다"는 일본인은 작년보다 2.5%포인트 증가한 84.5%였다.
일본의 '한·중 경시, 서구 중시'의 세계관은 뿌리가 깊다. '나쁜 친구(惡友)' 중국·조선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아시아를 벗어나자고 주장했던 19세기 말 일본 근대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이 대표적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인들은 '아시아인의 얼굴을 한 서구인'이라는 의식도 갖고 있다. 게이아이(敬愛)대 이에치카 료코(家近亮子)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시아인이라는 인식이 있느냐는 질문에 63%만 '그렇다'고 답했으며 '서구인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침략한다" "한국이 독도를 빼앗아갔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곧 붕괴한다"는 식의 주장을 담은 책들이 범람하면서 일반인들의 의식을 왜곡시키고 있다.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전후 세대들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한·중이 일본에 과거사 반성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한·중이 억지를 쓴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층이 늘어나고 있다.
조선닷컴 [도쿄=차학봉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