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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보면 알아서 피하겠지’ 잘못된 생각이…

[기타] | 발행시간: 2013.03.15일 03:21

교통사고 가해자들이 털어놓는 사고 경험들

[1] 알아서 피하겠지… [2] 여태 문제없었는데… [3] 앞차도 불법 저지르는데…

[동아일보]

‘죽을 때까지 죄책감에 시달릴 겁니다. 회사에서도 해고됐고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통사고 가해자 50여 명이 공단에서 여는 교통안전 교육을 받기 위해 모였다. 이날 수업은 자신의 사고 경험을 다른 사람 앞에서 털어놓는 걸로 시작됐다. 사례 발표에 나선 이들은 사고 장소와 시간은 모두 달랐지만 “사고 직전 머릿속에 떠오른 ‘잘못된 생각’이 자신과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입을 모았다.

○ 잘못된 생각①: ‘알아서 피하겠지’

얼마 전까지 법인택시를 몰던 50세 박○○입니다. 지난해 11월 오전 4시, 서울 종각역 근처에서 택시를 몰고 가다 63세 아주머니를 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어요. 사고 직전 제 머릿속에 든 생각요? ‘알아서 피하겠지’였어요. 안일하게 생각한 게 화근이었죠.

시속 80km로 달리고 있었어요. 그때 저 앞 중앙선에 웬 검은 물체가 서 있는 걸 봤죠. 솔직히 사람일 거란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차가 다가오는 걸 뻔히 보고 있을 테고, 죽고 싶지 않은 이상 알아서 멈춰서 있거나 나중에 건너겠지 싶었어요.

속도를 안 줄이고 그대로 달려가는데 하필 반대편 차로에서 달려오던 차가 이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빵빵’ 경적 소리로 겁을 줬나 봐요. 놀란 아주머니가 뒷걸음질치다가 제 차에 ‘쾅’ 부딪힌 거죠. 손이 달달 떨리는 채로 경찰서에 앉아있는데 제가 죽고 싶더라고요.

‘내가 어머니를 빼앗았구나.’ 숨진 아주머니의 아들을 만난 이후로는 죄책감 때문에 더 괴로웠습니다. 빈소라도 찾아가 볼까 밥 못 먹고 잠 못 자며 고민했는데 죄지은 사람이 무슨 면목이 있나 싶어 관뒀습니다. 평생 마음의 짐입니다, 짐.

그날 이후로 제 인생도 완전히 고달파졌습니다. 사람을 죽였다고 내쫓기듯 회사를 나왔죠. 아주머니가 무단횡단을 하긴 했지만 사망 사고라 지금도 형사 재판 중이고요. 사망 사고 기록이 있으니까 재취업도 안 돼요. 하루에도 열두 번 후회해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 잘못된 생각②: ‘여태 문제없었는데 뭘”

2.5t 화물차를 모는 45세 신○○입니다. 저도 작년 11월에 사고가 났어요. 오후 7시쯤이었나. 자주 오가는 경기 용인시 지방도로 근처에 주차장이 있어요. 거길 들어가려면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진 교차로에서 U턴해서 가야 합니다. 평소 귀찮으니까 슬쩍 중앙선 넘어 좌회전해서 들어가곤 했거든요. 그날도 그랬어요.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는데, 사달이 났습니다. 뭐가 차 앞을 ‘쿵’ 들이받았어요. 이걸 어떡해야 하나 무서워 죽겠는데 일단 내렸죠.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피자 배달 오토바이였어요. 10대 후반쯤 돼보이는 배달원 얼굴이 전부 도로에 긁혀서 피투성이가 돼 있더라고요. ‘죽었으면 어쩌나.’ 그 친구 생사 확인하러 걸어가던 열 걸음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제 인생에서 제일 두려웠던 시간이에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어요. 천만다행이죠.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았는데, ‘다시는 이렇게 운전 안 하겠습니다’ 다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행여 잘못됐으면 그 부모 마음이 어땠겠어요. 수백, 수천 번 불법 운전한 게 쌓여 벌 받은 거라 생각해요. ‘여태 문제없었어도 이번엔 사고 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그때만 생각하면 오싹해서 운전대를 여태 못 잡아요.

○ 잘못된 생각③: ‘앞차도 하는데…’

52세 김○○입니다. 자영업자예요. 작년 10월 오후 2시쯤인가, 서울 연신내에서 제 앞차들이 줄줄이 불법 U턴을 하더라고요. ‘앞차도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바보다’ 싶었죠. 운전할 때 다들 그러잖아요. 앞차 뒤꽁무니를 물고 U턴을 하는데 버스랑 그대로 충돌했습니다.

사고 순간은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데 충격으로 제 차는 세 개 차로를 지나서 인도까지 덮쳤어요. 슈퍼마켓 유리창을 들이받아 전부 깨뜨렸고요. 마주오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급정거를 하다 미끄러져 온몸이 바닥에 쓸리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세 명이 팔다리에 금이 가고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어요.

차가 덮친 슈퍼마켓 바로 옆에 서있던 40대 아저씨는 운 좋게 사고는 면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부인이 사색이 돼서 ‘여보’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오는데….

민폐도 이런 민폐가 있습니까. 남에겐 큰 피해를 입혔는데 저는 멀쩡한 것도 부끄럽고 미안하고…. 남들 따라 불법 운전하면 큰코다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차도 박살이 났고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불법 U턴 안 할 텐데… 후회해도 소용없죠.

동아일보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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