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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문학상응모작] 입지 못한 명주치마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3.06.17일 12:37
●(연길) 장형순

설날 아침 자식들은 나더러 기어이 새 고급양복을 입으라고 하였다. 《울며겨자먹기》로 자식들이 사준 고급양복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후 번쩍번쩍 빛나는 삔까지 꽂고서 거울앞에 나서니 마치 웬 신사가 서있는것 같았다. 순간, 새 치마저고리 한벌도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면서 두눈에서는 눈물이 봇물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좋은 세상을 만나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며 살고있지만 어머니한테는 자식으로서 한생을 두고 갚지 못할 마음의 큰 빚을 졌다. 그것은 내가 사준 새 치마저고리를 어머니께서는 입어보지도 못한채 저세상으로 갔기때문이다.

나는 서랍에 정히 보관해두었던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수수한 옷차림에 환한 웃음을 짓고있는 어머니 모습은 향인민대표대회에 참가하여 찍은 기념사진이다.

나의 어머니는 평범한 농민가정의 녀인이였다. 어머니는 소박하고 믿음직하면서도 침착하고 궁냥이 깊었으며 일에 들어가서도 막히는것이 없었다. 어머니는 소학교밖에 다니지 못했지만 기억력만은 비상해 생산대부녀대장사업을 20년이나 했었다. 거기에 아들 일곱에 딸 하나를 키우느라고 일년사시절 하루도 쉴 사이없이 팽이처럼 돌아쳤다.

어머니는 박달나무도 얼어터진다는 오동지섣달에도 아버지를 도와 땔나무를 했고 짬짬이 시간을 리용해 버들을 베여다가 광주리를 틀어 팔았고 자식들의 학잡비와 책값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싸리나무를 해서 팔았다. 하여 어머니의 손마디에는 언제나 반창고가 붙어 있었으며 손은 소나무껍질처럼 터실터실하였다.

어머니는 15년을 하루와 같이 아침 4시에 일어나 두부를 해서 팔았고 여덟 자식의 아침밥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했다. 이렇게 바삐 보내시면서도 어머니께서는 《자식들이 별고없이 잘 자라고 학습도 잘하니 고생도 달갑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꼭 공부를 잘하여 앞으로 월급쟁이가 되면 어머님께 멋진 치마저고리를 해드리려고 마음먹었다. 어머니께서는 친척이나 친우의 결혼, 생일, 회갑이면 언제나 눅거리천으로 만든 저고리와 몽당치마를 입고 다니셨는데 그것도 10여년을 입어 색이 낡았었다. 그래서 자식들이 새옷을 사입으라고 말하면 어머니는 늘 《사람이 마음가짐이 첫째이지 옷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시였다.

어느날, 내가 어머니의 집으로 갔는데 집안에서 한창 쟁론이 벌어지고있었다. 큰형님이 준 돈 50원으로 어머님께 새 치마저고리를 해드려 향인민대표대회에 참가시키겠다는 녀동생의 주견과 어머님과 아버지의 견결한 반대가 부딪친것이였다.

《얘야, 생각해봐라. 셋째가 대학에 다니고 넷째도 고중에 다니는데다 그 아래에 초중이나 소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있지 않느냐? 그 돈이면 그들을 해입히겠다.》

그 말을 들은 나의 가슴은 칼로 에이듯 아팠고 어머님께 꼭 새 명주치마를 해드리리라 작심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날을 기다리지 못하셨다. 1987년에 내가 소학교 고급교원으로 되면서 한번에 부가로임 700여원을 받게 되였다. 나는 로임을 받자마자 안해에게 200원을 주어 어머님께 새 명주치마자고리를 사드리게 했다. 그런데 하늘에서 떨어진 마른벼락이라고 할가?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로심초사하시던 어머님께서 만년에도 일손을 놓지 않고 밭일을 하다가 그만 뇌출혈로 하루만에 저세상으로 떠나실줄이야!

나는 통곡하면서 넉두리를 하였다. 《어머니, 미안합니다.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그릇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시고 새로 산 명주치마지고리도 입어보지 못한채 저세상으로 가시다니요? 인젠 자식들도 모두 효도할수 있는데.》

추억속에 잠겨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노라니 그리워지는 마음을 어쩔수 없다. 대바르고 근면하며 오로지 자식을 위해 한생을 바치신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7남매중 3명이 대학에 다닐수 있었꼬 오늘날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은것이 아니였겠는가?

실로 자식들에게 참된 본보기를 보여주신 어머니는 평범한 농민가정의 녀성이였지만 우리 자식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거룩한 형상으로 영원히 아로새겨져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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