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40대 여성 실종사건’이 8일째에 접어들었지만 경찰의 최첨단 ‘디지털 수사 기법’과 ‘저인망 수색 작업’이 휴대전화 없이 걸어서 이동하는 ‘아날로그 도주 용의자’에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인 현직 경찰 정모(40) 씨를 체포하기 위해 결정적 단서를 제보하는 시민에게 현상금 500만 원을 주기로 하는 등 주민 신고에만 의지해 수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화일보 7월 30일자 10면 참조)
31일 전북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도주 중인 정 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주요 이동 길목마다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하면서 마지막 목격지였던 군산시 대야면 인근을 중심으로 저인망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 씨는 지난 26일 오후 11시 15분 대야면 공용버스터미널 앞 길에 나타난 장면이 터미널 CCTV에 포착된 뒤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대야면 인근 상가 지역에 설치된 CCTV 영상도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정 씨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정 씨의 차량에서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 복원에도 실패했다. 블랙박스 제작사에 복원을 의뢰했지만 지워진 영상 복원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 영상을 복원해야 실종 당일인 지난 24일 밤, 실종된 이모(여·40) 씨와 정 씨가 만난 것을 입증할 수 있다.
경찰은 또 이 씨의 휴대전화 이동경로 추적에도 실패했다. 휴대전화 중계기에 위치가 포착되지 않는 현상이 가끔 발생하는데 실종 당일 이 씨의 휴대전화가 그런 사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 씨의 행적을 쫓는 데 주력하는 한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씨의 사체를 찾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사체 유기 장소로 추정되는 회현면 월연리를 중심으로 경찰 수색견 6마리를 비롯해 500여 명의 경찰 기동대 대원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장맛비에 족적이나 냄새가 지워지면서 수색견의 활동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현지 지리에 밝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 기법도 잘 알고 있어 조밀한 경찰 수사망을 피해다니며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꼬리가 길어지면 어디에선가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산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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