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 히슬롭 마스터 블렌더
"위스키 회사에서 마스터 블렌더는 술의 맛과 향기를 정할 뿐 아니라 회계사 역할에다 품질·생산·상품기획·전략수립까지 총괄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스카치위스키 제조업체인 발렌타인의 샌디 히슬롭(Hyslop·47·사진) 마스터 블렌더는 지난 22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마스터 블렌더는 수십년 넘는 위스키 숙성 기간을 고려해 몇십년 이후의 판매계획까지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술이 잘 팔린다고 해서 내년 생산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숙성된 원액이 없으면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렌타인 40년' 국내 출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히슬롭 마스터 블랜더는 "발렌타인 30년산이 달콤하다면 40년산은 과일 맛이 듬뿍 나도록 만들었다"면서 "김치를 먹고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말했다. 연간 100병 한정 생산되는 발렌타인 40년의 1병당 가격은 800만원이다.
그는 발렌타인 40년산이 비싼 이유에 대해 "위스키는 해마다 2%씩 증발한다"면서 "오크통에 넣은 지 40년 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발렌타인 40년에는 40년 된 원액에서부터 49년 된 원액까지 들어간다고 그는 덧붙였다. 발렌타인측은 또 40년산 한정 생산을 기념하기 위해 특수 수제(手製) 술병을 제작했다. 병에 붙는 라벨은 0.25㎏ 상당의 은으로 제작됐고, 병마다 번호를 붙였다. 병값만 100만원 정도 된다.
그에게 술 맛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술 맛은 맛보다는 냄새로 결정하죠.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습니다."
히슬롭 마스터 블렌더는 1827년 설립된 발렌타인의 5대 마스터 블렌더다.
조선일보 최우석 기자 ws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