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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 최고 인기 음식은 바로 이것

[기타] | 발행시간: 2014.09.11일 15:35
북한 음식 하면 보통 남한 사람들에게는 시원한 평양냉면과 매콤한 함흥냉면, 아바이순대 같은 ‘고전’만 떠오른다.


요즘 북한 사람들은 오징어순대를 돈가스처럼 튀겨 먹기도 하고, 삼각김밥과 비슷한 밥만두가 인기 길거리음식이라고 한다.



윤정철 요리사의 옥수수국수

북한에서 쇠고기는 주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아니다. 남한처럼 마블링(근육 내 지방) 논쟁 따위는 상상도 못 한다. 분단은 남북한 음식문화의 단절도 가져왔다. 북한 음식 하면 예부터 내려온 어복쟁반, 냉면이 떠오른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무엇을 먹고 있을까? 음식은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오는 19일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북한도 참가한다.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먹거리를 살펴봤다. 탈북 전 북한에서 요리사와 국영식당 운영자로 활동했던 두 사람이 요즘 북한 음식문화를 소개한다.

밀밥, 열콩밥, 옥수수밥 등이

서민들 일상식

냉면은 특별한 외식 메뉴

카레밥은 최고의 서양식

지난 2일 밤 10시, 서울 합정동 쿠킹스튜디오 ‘호야쿡스’에는 ‘삶과 먹을거리 협동조합 끼니’의 종강 뒤풀이가 열려 30여명이 모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생소한 음식이 식탁에 나타났다. ‘진짜 북한식 아바이순대’, 옥수수국수, 산더덕튀김 등의 슴슴한 향이 혀를 점령한다. 주방에선 한 남자의 손이 바쁘다. 윤정철(58)씨다. 그도 강좌를 수강했었다. 그는 탈북 요리사다. 1998년 탈북해서 2000년 남한에 정착했다. 그는 10년간 북한군의 장성급 전용 식당에서 일한 베테랑 요리사다. 입대 전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 뜻밖에 신병훈련 때 옥류관에 배치를 받았다. “냉면주방, 신선로주방 등 (파트가) 8개가 넘고 요리사만 70여명에 이르는, 우리 때는 최고의 식당이었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군 식당에 배치받고는 “이왕 칼을 잡았으니 폼 나게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꿩고기든, 송이버섯이든 뭐든 재료가 주어지면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내는 노련한 요리사가 됐다. 제대 뒤에는 회령경공업단과대학에서 발효 공부도 했다.



윤정철요리사의 양배추김치

그는 남한에 와서 깜짝 놀랐다. 남한 음식뿐만 아니라 북한 음식이라고 소개된 것도 너무 맵고 달고 짰다. 제대 뒤 경험한 북한 주민들 음식이 쇠고기, 참치까지 등장하는 군 간부들의 호화로운 먹거리와는 차이가 커 마음이 아팠지만 위아래를 막론하고 슴슴하고 담백한 맛은 같다고 한다.

서민들이 주로 먹는 음식은 밀밥(밀 알갱이로 만든 밥), 열콩밥(콩과 쌀을 섞은 밥), 옥수수밥(옥수수 알갱이를 삶아 만든 밥), 옥수수국수 등이다. 옥수수 껍질을 벗겨 가루 내고 반죽해 면을 만든다. 돼지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멸치나 북어머리, 명태 등으로 국물을 낸다.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한 버섯 등이 고명이다. 고명을 젓가락으로 휘저으면 육수는 붉은색을 금방 띤다. 두부도 주민들이 많이 먹는 음식. “콩 10㎏으로 두부 만들면 비지를 먹고, 만든 두부는 팔아서 또 콩을 구입하는 식이었다.” 비지는 돼지 뼈나 오리 뼈를 섞어 보글보글 끓여 먹었다. 90년대 중반 주민들의 삶은 급격하게 추락했다고 한다. 최악의 식량난을 겪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 자구책으로 직접 만든 것들을 장마당(재래시장)에 파는 일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인조고기밥(콩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로 피를 만들고 그 안에 밥을 넣는 음식)이나 밥만두(만두 안에 볶음밥 등을 넣어 먹는 음식) 등도 고난의 행군 시기 말에 등장하기 시작해 2000년대 넘어 인기를 끌었다.



윤정철요리사의 북한식 아바이순대

북한 사람들도 외식을 할까?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들이 조르면 나가야죠.” 대표 외식 메뉴는 냉면이다. 함흥시에서 냉면 잘하기로 소문난 신흥관은 겨울에도 줄을 선다. “하도 사람들이 몰리니깐 한 사람씩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쇠로 된 문을 만들어놓을 정도죠. 북한은 감자 전분으로 만드는데 여기(남한)는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더라고요.” 외식 식권은 일터에서 받는다. “여기는 짜장면을 많이 먹던데 내가 있을 때만 해도 북에는 없었다”고 한다.

맥주는 북한에서 귀하다. 대동강맥주 등이 남한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지만 보통사람이 마시기 쉬운 술은 아니라고 한다. “옥류관 가면 신선로가 있어요. 1인분 주문하면 맥주 2병이 같이 나오는데, 그거 마시려고 일부러 2인분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맥주는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외화상점에서 판다. 그러다 보니 밀주를 만들어 장마당에서 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한처럼 도수가 낮은 술은 거의 없다. “도수 낮으면 안 팔려요. 25도인 도토리술은 다음날 머리도 맑고 깨끗하지요.” 술을 좋아하기로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윤선희씨의 오징어순대가스

윤씨의 모친은 옥수수속도전떡을 자주 해줬다. 옥수수를 튀겨 가루 낸 다음 물과 반죽해 먹는 음식인데, 만드는 데 5분도 안 걸려 붙은 이름이다. 최고의 ‘속도’가 맛의 비결이다. 북한에서 양식 하면 카레밥이다. “파스타나 스테이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0.01%의 최고위층만 먹을 수 있다.” 잔칫날은 남한의 시골 동네처럼 돼지를 잡는다. 돼지 삶은 육수에 콩나물을 넣어 익힌 돼지콩나물국은 별미다.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양배추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배추김치나 동치미 등보다 주민들이 자주 해 먹는 김치다. “딱 소리 난다.” 북한 주민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집 음식 딱 소리 난다”는 말로 칭찬한다.



윤선희씨의 삼각찹쌀떡튀김

탈북한 이들의 고향은 함경북도가 많다. 윤정철씨도 함경북도 온성 출신이다. 2008년 탈북한 윤선희(49)씨도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이다. 책임자로 지낸 13년을 포함해 20여년을 국영식당에서 근무했다. 회계를 전공한 그는 북한의 엘리트였다. 국영은행에서 대출업무를 했던 남편이 2003년 작고하면서 탈북을 결심했다. 산부인과 의사였던 노모, 아들과 동행했다. 어머니 이미옥씨는 함흥의대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남한에 와 보니 또다른 어려움이 많더라. 탈북자에 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이다.” 그는 북한 음식이 “가난한 먹거리”로 인식되는 게 싫다. 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선희식품’을 운영하면서 북한식 김치나 식해류를 팔면서 “북한 음식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한다. 그의 손맛을 탄 김치는 샐러드처럼 아삭한 식감이 난다. 삭힌 명태를 넣어 맛을 냈다. 명태식해는 잘 버무린 양념 사이로 도톰한 살과 붙은 명태 껍질이 보인다. 명태 껍질도 버리지 않고 재료로 썼다. 씹는 맛이 있다. 잣이 동동 뜬 동치미는 단맛이 적고 시원하다. 그는 함흥식 김치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채소와 찹쌀 등을 오징어에 꽉 채워 넣은 오징어순대는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건강음식이라고 말한다. “좀 산다는 집들은 찐 명태순대나 오징어순대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도 먹는다. 명태순대가스, 오징어순대가스라 부른다.” 북한식 미니족발에는 캐러멜 색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양념도 최소화해 고기 특유의 맛을 살린다. 슴슴하고 담백하다. 그가 말하는 진짜 북한식 단고기장(보신탕)은 색이 검붉은 벽돌색이다. 직접 만든 단고기장을 보여주면서 “여기와 많이 다르죠?”라고 묻는다. 복날 삼계탕집에 남쪽 사람들이 줄을 설 때 북한 주민들은 단고기에 열광한다. “5~6월 발등에 (단고기장) 국물 몇 방울만 떨어져도 보약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복날에는 개고기 요리 품평회가 열린다. 고기가 귀한 북한의 식량 사정의 영향이다.



윤선희씨의 삼색야채튀김

그는 국영식당 책임자로 일하면서 1년에 한두번씩 평양 등 주요 도시의 대표 음식 맛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개성 ‘자남산여관’의 추어탕은 “기가 막힌 맛”이었다고 회고한다. 아쉬움에 한마디 덧붙인다. “외국인들이 출입하는 ‘외화식당’의 음식이 더 다채롭고 서비스가 훌륭하긴 했지요.”



윤선희씨의 단고기장

윤정철씨는 곧 자신의 조리법을 정리한 책을 호야쿡스 대표 이호경씨와 낼 예정이다. 그는 “음식에는 사상이 있을 수 없다.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게 보람이다. 남북이 하나 돼서 같은 밥상에서 허심탄회하게 음식을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 끼니 뒤풀이에 참여해 정철씨의 음식을 맛본 류재민씨는 “식초가 남쪽보다 많이 들어간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공조미료 맛이 없고,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담백하다”고 평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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