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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여 정자에서 강남을 꿈꾸네

[연변일보] | 발행시간: 2014.11.13일 16:15

예로부터 “강남(江南)”은 시인, 묵객들의 필끝에서 안개비에 휩싸인 운치 있는 고장으로, 재자가인(才子佳人)들이 풍월을 읊고 거문고를 뜯는 랑만이 넘치는 고장으로, 민초들이 부민락도(富民樂道)하는 리상향으로 묘사되여왔다.

기자가 찾아간 돈화시 관지진 강남촌도 바로 전설속의 “강남”과 흡사한 고장이다. 마을어귀에 들어서니 남쪽켠에 작은 련못과 정자가 있다. 정자에 올라서 마을을 바라보니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한 마을전경이 한눈에 안겨온다.

다부지고 패기가 넘쳐 보이는 강남촌의 석성철(1971년생)촌장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고나서 마을의 개척사를 상세히 소개했다.

1947년 2월초, 연변전원공서에서는 이주민사업을 가동하였다. 이주민사업대는 화룡, 연길, 훈춘 등지에서 조선족들을 모집하여 돈화현에 이주시켰다. 그중 김홍묵(도문시 거주, 작가 김재국선생 부친), 류인산 등 가정의 13가구가 정부에서 배치한 마파리를 타고 돈화시 관지진 동북쪽으로 50여리 상거한 깡꺼우즈(岗沟子) 이주민부락에 도착했다.

이주민들이 당도한 부락은 인가가 없는 첩첩 무인산중, 험준하고 깊은 산줄기가 사방으로 꽉 막아섰는데 아낙네들의 허리통만큰 굵은 아름드리나무가 하늘을 가려 괴괴하고 무시무시했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우중충 험산준령뿐 화전 한뙈기 일궈볼만한 땅이 없었다.

이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초막의 벽과 지붕은 나무가지를 얽은 우에 뗏장을 대수 입힌것이고 문은 조짚으로 대수 엮은것이여서 황소 같은 바람이 거침없이 짓쳐들어왔다. 구들장은 석재가 아닌 목재였는데 이주 3일만에 화재가 발생하여 4채의 초막이 불에 타고 화마가 한 할머니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밤이면 호랑이가 마을을 침범하는 통에 남녀로소가 있는 힘껏 소리 지르며 물통을 두드리고 우등불까지 피우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것은 토비였는데 소문으로는 토비들은 남자는 다 죽이고 녀자는 다 붙잡아간다고 하였다. 하여 마을사람들은 토비가 오면 사생결단을 하려고 도끼며 낫을 시퍼렇게 갈아두었다. 먹는것은 뜬 강냉이, 수수쌀, 언감자, 무우, 배추 따위였다.

깡꺼우즈에서 추위, 공포, 굶주림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중 김홍묵은 류인산 등 4명과 함께 새 마을터전을 찾으러 떠났다. 일행은 지금의 해림촌과 석당(石塘)촌 중간 지점에서 안성맞춤한 마을터를 찾았다. 마을터 동쪽으로는 시내물이 흐르고 동서로 넓은 벌이 길게 펼쳐져있는 좌청룡, 우백호 명당자리였다. 로력만 들인다면 논밭을 맘껏 개간할수 있는 고장이였다.

이튿날 이웃 한족마을인 해림촌의 류인귀 촌장이 마차 여섯대를 보내 이주민들을 마을까지 모셔오고 숙식을 제공했다. 관지진정부에서는 김홍묵의 요구대로 마을이름을 강남촌이라 비준하고 3년간 공량임무를 면제해주었다.

이튿날부터 강남촌사람들은 남녀로소 모두 궐기하여 해림촌 한족농민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집을 짓고 논밭을 일구고 야장간도 지었다. 첫해농사는 어거리대풍이였다. 토박이인 한족형제들도 믿기 어렵다는듯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강남촌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듬해에만 7호가 이사왔다.

현재 강남촌에는 63가구, 270명의 촌민들이 생활하고있는데 전부 조선족이며 올해 인구당 평균 순수입은 만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강남촌은 2009년에 길림성 “새 농촌건설”프로젝트시범촌으로, 2010년에는 성급위생촌으로 평의되였다.

이민 1세대들이 새 고향을 “강남”의 무릉도원으로 가꾸기 위해 손이 갈퀴가 되도록 피와 땀방울을 흘렸기에 오늘의 살기 좋은 강남촌이 있게 된것이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법이다. 강남촌이 력사의 뒤안길에 사라질번한 아픈 과거를 딛고 령롱한 진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바이다.

김인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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