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는 '포켓몬스터'(포켓몬)나 '마리오'를 만날 수 없다. 닌텐도의 완고한 정책 때문이다. 닌텐도는 자사 게임 프랜차이즈를 닌텐도 게임기 외에 모바일 기기에 이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켓몬' 개발자가 아이폰용 '포켓몬' 게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해 포켓몬 팬의 이목이 집중됐다.
'포켓몬' 게임을 처음 만든 제작자인 마스다 주니치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아이폰용 '포켓몬'이 “가능성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월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포켓몬' 오메가 루비와 알파 사파이어 버전 발표회 자리였다.
올해 초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최고경영자(CEO)는 “너무 많은 플랫폼에 제품을 내놓으면 제품의 고유성을 잃는다”라며 안드로이드나 iOS같은 모바일 플랫폼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스다 주니치는 '포켓몬'이 닌텐도3DS로만 나온 이유가 커뮤니케이션 도구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에 설명했다.
“(닌텐도3DS의) 무선 기능을 쓰면 전혀 모르는 사용자와 인터넷을 통해 안전하고 확실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이와 포켓몬을 거래하거나 대결을 벌일 수 있죠. 다시 말하지만 이건 안정성과 보안 때문입니다. 여긴 문제가 없죠."
<텔레그래프> 기자가 '포켓몬' 게임을 안드로이드나 iOS로 이식할 수 없냐고 묻자 마스다 주니치는 “그런 관점에서 조금 반론을 듣는다”라고 답했다.
“내가 5살 난 아이에게 아이폰을 기꺼이 건네준다는 건 다시 말해 그 기기와 관련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안전하고 보안도 믿을만 하다는 걸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믿고 5살 아이에게 아이폰을 내주는 거죠. 그럼 가능성의 영역 안에 들어왔다고 봐야겠죠."
마스다 주니치의 발언 외에도 닌텐도의 태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있다. 지난주에 공개된 특허 신청서에 따르면 닌텐도는 게임보이용 게임을 스마트폰이나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이식하는 에뮬레이터를 만들고 나섰다. 게임보이에서 직접 게임을 하는 것 못지 않게 훌륭한 게임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닌텐도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지난 6월 특허를 신청했다.
닌텐도는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며 반전의 계기를 노릴 수도 있다. 닌텐도는 지난 10월29일 4년 동안 이어진 적자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위'(Wii)와 '닌텐도3DS'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매출이 늘어난 덕이었다. 하지만 올해를 통틀어 200억엔(1872억원)을 손해볼 것이란 전망은 바꾸지 않았다. 선전했지만 큰 판세를 뒤집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닌텐도가 포켓몬 같은 인기 게임을 모바일 기기용으로 이식하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닌텐도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포켓몬을 스마트폰으로 만날 날이 생각보다 가까이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상욱 기자 nuribit@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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