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흔히들 말하는 시집 잘 간 배우 최정윤의 말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청자가 배가 아파 꼬인 것일까. 아니면 함께 출연한 이들과의 이야기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한 조합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안방극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한 최정윤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정윤은 지난 9일 방송된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 박은경 아나운서, S.E.S 출신 슈와 함께 출연했다. 설날을 앞둔 시점에 방송된 일명 며느리 특집이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박은경의 고된 일상, 세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하는 슈의 애환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구성이었다.
허나 최정윤만큼은 방송 후 논란을 야기하며 후폭풍이 거세다. 그는 잘 알려지다시피 대기업 부회장의 장남과 결혼한 인물. 시청자들의 정서상 그가 어마어마한 부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는 것 없이 미울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덮어놓고 가자미 눈을 뜨는 것은 자격지심과 질투겠지만 세상의 시선이 그러하다는 것을 최정윤이 모를 리 없을 터다. 최정윤은 다른 토크쇼에 출연해서 이야기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 전과 달라진 바 없이 여전히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솜씨를 보였다.
“자리가 누추한 것 아니냐”, “회사 물려받는 것 아니냐”라는 재벌가 구성원이라면 받음직한 다소 부담스러운 질문에도 “내 스타일이다”, “우린 물려받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으며 솔직하게 답한 것까지는 무난했다. 그리고 친정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을 고백한 것도 상당히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문제는 연기대상 당시 최우수상 받고 싶었는데 우수상을 받았다고 말하거나, 슈가 ‘청담동 스캔들’ 출연 오디션을 보기 전 시놉시스까지 읽었는데 탈락했다는 고백을 하자 “난 시놉시스를 보지 않았다”라고 마치 자랑과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토크쇼에 출연한 스타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고, 말하는 방식과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큼 참 쓸데없는 일이 없다. 다만 아무래도 최정윤은 좀 더 신중하게 말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집안 배경만으로도 논란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함께 출연한 이들을 배려하고 조금은 정제된 발언을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결 같이 거침 없는 솔직한 발언을 쏟아내니 일부 시청자들의 입방아를 찧게 만드는 것은 그가 토크쇼에 출연한 목적과 어긋나는 일일 터다. 사실 이날 최정윤 혼자만 출연했다면 그의 대화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이날 방송이 며느리 특집이었다는 게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막는 이유였다. 최정윤의 거르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화법은 ‘맞아 맞아’라고 외치고 박수를 치며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박은경, 슈와 비교됐던 게 사실이다. 물론 부자연스러운 겸손으로 포장을 하는 ‘이미지 관리’를 했어야 했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향한 날선 시선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좀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할 필요는 있었다.
이경규와 김제동이 장난처럼 ‘못된 시누이’ 캐릭터라고 표현한대로 다소 위험천만한 대화법을 한 최정윤.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에게 ‘착한 성품’을 요구하고, 언제나 반듯하면서도 재치 있는 대화법을 하길 바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래도 이 같은 조금은 가혹한 일들이 안방극장의 보편적인 정서라면 무엇이 문제일지 한번쯤은 고민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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