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과학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IF] 당신이 알던 1㎏은… 1㎏이 아닙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5.04.25일 11:02
if(into the future·미래 속으로)

정확한 1㎏을 아는 사람, 이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117년만에 바뀌는 도량형 기준

몸무게가 정확히 60 킬로그램(㎏)인 여성 A씨. 그는 20세 이후로 단 한순간도 6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아무리 다이어트에 애를 써도 60㎏이 한계였다. 이런 A씨가 난공불락의 벽 60㎏을 간단히 깨는 방법이 있다. 63빌딩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지상 250m인 63빌딩 꼭대기에서 A씨가 초정밀 저울에 오르면 59.985㎏이 된다. 그것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화성(火星)으로 가보자. 화성에서 저울은 22.8㎏을 가리킬 것이다.

왜 이럴까. 무게는 중력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지구 중심부가 끌어당기는 중력은 지표면에서 멀리 떨어진 물체에는 미세하나마 약해지기 때문이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38%에 불과하다. 따라서 몸무게도 38%로 줄어든다.

하지만 사람이 화성에 간다고 해서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38%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무게만 변할 뿐 신체 물질의 양 자체는 그대로다. 이처럼 물체의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양을 질량(質量)이라고 한다. 무게는 변하지만 질량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무게 1㎏'은 '질량 1㎏'을 해발 0m에서 쟀을 때의 무게를 뜻한다. 질량 1㎏을 모르면, 무게 1㎏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량 1㎏'이라는 것은 도대체 얼마일까. 놀랍게도 현재 지구상 어느 누구도 1㎏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1㎏'이라고 정해둔 기준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Getty Images 멀티비츠

◇1㎏이 얼마인지 누구도 모른다

1875년 5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17개국이 모인 가운데 길이의 단위를 '미터(m)'로 통일하는 '미터 조약'이 의결됐다. 참가국들은 1m를 '지구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로 정했다. 하지만 지구가 완전한 구(球)가 아니기 때문에 재는 곳에 따라 1m의 길이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국제도량형위원회(CIPM)는 1983년 1m를 '빛이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공 속을 나아간 거리'로 바꿨다. 빛의 속도는 지구는 물론 우주 어디에서나 일정하다. 누구나 측정할 수 있는 장비만 있다면 정확한 1m를 만들어 쓸 수 있다.



질량 원기(原器)프랑스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금고에 들어있는 질량의 기준이 되는 물체.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만든, 직경과 높이가 각각 39㎜인 원통 모양이다.

질량의 단위인 ㎏은 1901년 통일됐다. 국제도량형위원회는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만든 국제 질량 원기(原器)를 1㎏으로 한다"고 정했다. 당시 기준으로 삼은 원기는 직경과 높이가 각각 39㎜인 원통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 원기 자체가 ㎏의 정의다. 프랑스 국제도량형국(局)에 보관돼 있는 국제 질량 원기는 지난 114년간 네 번만 금고 밖으로 나왔다.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점검할 때 이외에는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각 나라에서 사용할 '국가 원기'를 만들 때처럼 원기가 필요할 때는 똑같이 만든 복사본 원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1988년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원기와 복사본 원기의 질량이 서로 달랐다. 원기가 복사본들보다 100㎍(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이상 가벼웠다. 복사본이 공기와 반응하면서 질량이 커진 것인지, 원기의 질량이 작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원기와 복사본의 무게가 제각각인 것을 볼 때 질량이 변한 것은 확실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이광철 박사는 "원기의 질량이 바뀌었다는 것은 누구도 정확한 1㎏을 알 수 없게 됐다는 것"이라며 "이때부터 ㎏도 m처럼 변치 않는 자연현상을 기준으로 정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2014년 열린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참가국들은 "2018년에 원기를 폐기하고, 새로운 ㎏의 정의를 도입한다"고 의결했다. 2018년이면 ㎏의 정의는 '1㎏의 크기는 에너지와 시간을 곱한 단위(Js·줄초)로 나타낸 플랑크 상수가 '6.626068X × 10-³⁴이 되는 값'으로 바뀐다. 플랑크 상수는 원자 단위 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수치다.

원기 같은 물체는 시간의 흐름과 환경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와 원자 간의 힘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이런 힘의 크기를 ㎏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광철 박사는 "플랑크 상수의 소수점 아래 일곱째 자리인 'X'까지 구하면 틀릴 확률이 '0'에 가까운 ㎏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기자

플랑크 상수를 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와트저울(Watt balance)'. 와트저울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와트저울의 접시에 현재의 1㎏에 해당하는 분동(分銅·정해진 무게를 다는 추)을 놓는다. 와트저울의 접시는 분동의 무게 때문에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이때 와트저울의 자석을 가동해 전자기력(電磁氣力)으로 저울의 접시를 끌어올려 분동을 올려놓기 전의 원래 위치에 다시 오도록 한다. 이때의 전자기력을 측정하면 1㎏에 해당하는 전자기력의 수치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치를 이용해 물리학 방정식으로 플랑크 상수를 계산한다. 현재의 1㎏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단위의 정의가 바뀌어도 혼동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차피 ㎏의 정확한 크기를 모르게 된 상황인 만큼 현재 사용하는 ㎏을 명확하게 표현, 앞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둘째 플랑크 상수는 국제 연구팀인 '아보가드로 프로젝트'가 계산하고 있다. 아보가드로 프로젝트는 순수한 실리콘으로 구(球) 2개를 만들었다. 이 구는 순수한 실리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원자 배열이 일정한 격자 구조로 반복된다. 아보가드로 구의 부피를 측정한 다음, 그 안에 들어 있는 격자의 거리를 X선으로 측정하면 구 안에 들어있는 전체 실리콘 원자의 수를 알 수 있다. 원자 수가 결정되면 물리학 방정식으로 플랑크 상수를 구할 수 있다.

국제도량형위원회(CIPM)는 각국의 와트저울에서 얻어진 플랑크 상수와 아보가드로 프로젝트에서 얻어진 플랑크 상수의 오차가 1억분의 2 안에 들어오면 그 수치를 ㎏ 정의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은 2011년 와트저울 연구를 시작, 올해부터 저울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와트저울은 한국·영국·스위스·캐나다·미국 등 5개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내년 초까지 국산 와트저울로 측정한 플랑크 상수를 CIPM에 보내 ㎏ 재정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단위

현재 국제적으로 정해진 기본단위는 모두 7개이다. 미터와 킬로그램 이외에 시간(초·s), 전류(암페어·A), 온도(켈빈·K), 물질량(몰·mol), 광도(칸델라·cd) 등이 있다. 나머지 모든 단위는 7개 단위를 조립해 만든다. 예를 들어 열량의 단위인 칼로리(cal)는 물 1g을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을 뜻한다. 힘의 단위인 뉴턴(N)은 1㎏의 물체를 1초마다 1m씩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이런 식으로 주파수(헤르츠·㎐), 전압(볼트·V), 압력(파스칼·㎩) 등 수많은 단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위는 '불변(不變)'의 진리가 아니다. 더 명확한 측정법이 나오면 언제든 바뀐다. 7개 기본 단위 중 앞으로 정의가 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은 미터뿐이다. CIPM은 2018년 총회에서 킬로그램뿐 아니라 암페어, 켈빈, 몰 등 3개 단위의 정의도 바꿀 계획이다.

조선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7%
10대 0%
20대 33%
30대 33%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33%
10대 0%
20대 0%
30대 33%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사진=나남뉴스 배우 추자현이 남편 우효광과 우연히 술자리에서 찍힌 사진으로 달달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대만 외신매체 '이티투데이'에서는 추자현이 만취 상태로 남편 우효광의 등에 업혀 이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추자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다 갈아엎었다" 보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에 팬들까지 '깜짝'

"다 갈아엎었다" 보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에 팬들까지 '깜짝'

사진=나남뉴스 최근 신곡 '정말, 없니?(Emptiness)'를 발매한 보아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BoA'에는 26일 발매한 보아의 신곡 '정말, 없니? (Emptiness)'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상 한 편이 게재됐다.

"진정한 관종이란 이런 것" 이지혜, 순직 소방관 위해 1000만원 기부

"진정한 관종이란 이런 것" 이지혜, 순직 소방관 위해 1000만원 기부

사진=나남뉴스 가수 이지혜가 순직한 소방관을 위해 1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밉지 않은 관종 언니의 선행을 공유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 하나가 올라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었다.

국가기본의료보장 약품목록 조회기능 출시

국가기본의료보장 약품목록 조회기능 출시

최근, 국가의료보장국 위챗계정은 보험에 참가한 인원들에게 보다 편리한 의료보장써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기본의료보장 약품목록 조회기능을 출시했다. 1. 국가기본의료보장 약품목록이란 무엇인가? 보험참가 인원들의 기본의료수요를 보장하고 기본의료보장 약품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