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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낮춘 MS, 구글·애플 따라 공짜 전략 쓴다

[기타] | 발행시간: 2015.05.14일 03:07
[MS판 안드로이드폰 내놓고… 모바일용 SW 무료 배포]

SW서 플랫폼社로 탈바꿈… 사용자 부담없이 쓰게 하고 앱·광고 등 수수료로 돈벌어

윈도PC, MS 검색엔진 깔고 온라인서 오피스 공짜 제공

대학생 김지나(21)씨의 27만원짜리 새 노트북 PC에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같은 소프트웨어가 없다. 대신 인터넷에 접속, 온라인으로 이들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인터넷 전화 겸 메신저인 '스카이프'가 기본 설치돼 있고, 네이버·구글이 아닌 빙(bing)이 기본 검색 서비스로 깔려 있다. 모두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것이다.

얼마 전부터 윈도 운영 체제를 탑재한 PC는 이렇게 MS의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나온다. PC를 사는 것과 별도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서 깔아야 했던 과거와 달라졌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에 이 회사들이 운영하는 검색·이메일·메신저 등을 탑재해 놓고 공짜로 쓰도록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IT 분야의 '원조 혁신 기업'으로 콧대 높던 MS가 달라졌다. 구글이나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들과 경쟁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까지 뛰어들어 주도권 경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 심지어 한 개에 몇십만원씩 하던 윈도 운영 체제를 공짜로 뿌리는 등 '소프트웨어=유료'라는 오랜 고집마저 꺾었다.

◇남의 것 따라 하고, 내 것은 공짜로 내놓고

MS는 지난달 구글과는 다른 별도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개발해 스마트폰 업체들에 공급하는 '사이아노젠'이란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MS는 이 업체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에 빙 검색, 스카이프 인터넷 전화·메신저, 아웃룩 이메일, 오피스와 원드라이브 클라우드(온라인 문서 작성과 파일 저장) 서비스 등 MS의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사실상 구글이 독식해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 'MS판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겠다는 선언이다.



MS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윈도'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예전의 MS에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앞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과 MS의 안드로이드폰이 경쟁하는 희한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소프트웨어는 무조건 유료'라는 정책도 사실상 포기했다. MS의 최신 운영 체제인 '윈도 8.1 위드 빙(with bing)'은 스마트폰과 9인치 이하 태블릿 PC엔 공짜다. 염가형 노트북 PC엔 한 대당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공급한다. 심지어 차기 제품인 '윈도10'이 나오면 기존 윈도(윈도 7과 윈도 8)를 모두 '공짜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약속도 했다. MS의 대표 상품인 오피스는 '오피스닷컴(office.com)'에 접속해 계정만 만들면 기본적인 기능을 공짜로 쓸 수 있다.

MS는 리눅스·안드로이드처럼 윈도 기술을 외부에 완전히 공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윈도 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나 애플 기기용으로 쉽게 바꿔주는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 '자마린'과 제휴해 아예 운영 체제 간의 벽을 허물려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MS의 이러한 행보는 이 회사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인 이른바 '윈도 중심주의'를 포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MS 스스로도 "(윈도가 아닌)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상 애플이나 구글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판을 벌여 놓고, 이 판에서 벌어지는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애플·구글이 스마트폰 사업을 벌여 여기에 각종 편의 기능을 공짜로 제공해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쓰게 한 다음 여기서 사고 팔리는 앱·콘텐츠·광고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다.

MS의 변신은 PC 시대의 전성기가 저물고 모바일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것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모바일 사업을 위주로 해온 애플과 구글의 매출은 각각 330%와 163% 급증했지만, PC에서 주로 수익을 올린 MS의 매출은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사티야 나델라(Nadela) CEO가 MS의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김영재 한국MS 상무는 "지난주 MS의 개발자 모임 '빌드2015'에서 나델라 CEO는 '윈도10'을 소개하며 단 한 번도 '운영 체제'라는 말을 하지 않고 줄곧 '플랫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MS는 윈도를 공짜로 뿌리는 한이 있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윈도를 계속 쓰게 만들고, 안드로이드를 윈도의 경쟁자가 아닌 MS의 다양한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신시장'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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