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이정아 기자] 태양계의 다섯 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 목성.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행성입니다. 태양계 여덟 개의 행성을 모두 합친 질량의 무려 3분의 2를 차지하는 목성은 지구보다 318배나 무거운데요. 그런데 목성은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강한 중력으로 혜성을 끌어들이는 지구의 ‘보디가드’입니다. 목성이 없었다면 태양계 외곽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혜성과의 충돌 위험에 더 노출돼 있었을 겁니다.
지난 1994년 목성이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부서진 조각들과 충돌하면서 생긴 상처. 푸른 점으로 나타났다.(NASA)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는 높이 1억㎞, 가로 두께 2억㎞ 정도의 소행성대가 있습니다. 수백만 개의 소행성이 긴 띠를 이루며 이곳에 밀집돼 있죠. 이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과 혜성의 파편인 운석이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대부분 대기 중에서 연소해 지표상에 커다란 충격을 주진 않지만, 운석의 크기에 따라 언제든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운석을 지구 대신에 빨아들여 지구를 지키는 방패막 역할을 하는 행성이 있으니, 목성입니다. 목성의 질량이 지구보다 318배나 무거운 만큼 중력도 세기 때문에 직경이 1㎞인 혜성을 지구보다 5000배 정도 잘 포획하는데요. 목성은 태양계 외곽에서 지구로 향하는 혜성의 경로를 틀게 만들거나 다시 태양계 밖으로 튀어나가게도 합니다. 그래서 목성의 표면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많습니다.
목성 궤도와 화성 궤도 사이에는 주 소행성대가 있다. 맨 바깥의 원궤도를 도는 목성과 그 전후를 따라 도는 트로이 소행성군. 목성의 중력에 의해 묶여있는 소행성군의 모습이 나타나있다. (NASA)
이를 보여주는 게 지난 1994년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목성의 모습입니다.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부서진 조각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면서 생긴 상처들이 첫 번째 사진에 푸른 점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조각은 지름이 2㎞. 만일 이 조각이 지구로 떨어졌다면 북아메리카 면적의 땅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위력입니다.
목성이 지구의 ‘보디가드’라는데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영국 밀턴케인즈오픈대의 조나단 어너 교수는 목성이 태양계 외곽에서 지구로 향하는 혜성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혜성을 끌어들인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죠. 목성을 제외하고 태양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확률이 현재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학계에선 이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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