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과학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행성이 아니어도 괜찮아, 명왕성 … 태양계 탄생 비밀 알려다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7.07일 03:42
딱 일주일 남았다. 어린 시절 입에 밴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가운데 혼자 잊혀졌던 ‘명’의 비밀이 풀릴 날이. 한국시간 14일 오후 8시49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이 명왕성 밖 1만㎞에 도착한다. 역대 최근접 기록이다. 2006년 1월 발사 후 9년5개월 만이다. 탐사선 이름처럼 우주탐사의 ‘새 지평(뉴 호라이즌·New Horizon)’이 열리고 있다.

 명왕성은 ‘비운의 별’이다. 한때 ‘수(성)·금(성)·지(구)…’와 함께 행성으로 불렸지만 2006년 8월 지위를 박탈당했다. ‘뉴 호라이즌’이 지구를 떠난 지 불과 7개월 뒤였다. 지금은 태양계를 둘러싼 카이퍼벨트에 있는 수많은 왜(矮)행성 중 하나일 뿐이다.

 명왕성은 왜 퇴출됐을까. 국제천문연맹(IAU)은 당시 행성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항성(태양) 주위를 돌고, 질량이 커서 공 모양을 유지할 수 있으며, 궤도 주변에 다른 작은 행성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왕성은 세 번째 조건에서 걸렸다. 자신의 절반 크기 위성인 카론과 맞물려 공전을 하는 탓에 지구와 달처럼 ‘주종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뉴 호라이즌’의 탐사를 계기로 명왕성이 복권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경희대 김상준(우주과학과) 교수는 “IAU가 행성에 대한 정의를 다시 뒤집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성이 아니라고 해서 명왕성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명왕성을 품고 있는 카이퍼벨트는 45억 년 전 태양계가 태어날 때 쓰이고 남은 잔해가 모여 있다. 카이퍼벨트에서 날아오는 혜성을 연구하면 태양계 탄생 당시의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완벽한 추정은 힘들다. 혜성이 태양 가까이 날아올 때 내부의 가스·입자 등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어둡고 차가운 카이퍼벨트에 남아 있는 천체들은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책임연구원은 “태양계를 만든 재료들을 성능 좋은 냉장고에 45억 년 동안 그대로 넣어뒀다고 생각하면 쉽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명왕성 등을 연구하면 태양계 탄생·진화 과정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뉴 호라이즌’은 최근 명왕성 대기에 메탄(CH4)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메탄은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기체다. 둘은 생명체의 필수성분이다. 지난 1일에는 ‘뉴 호라이즌’이 찍은 새 명왕성 사진도 공개됐다. 사진 속 명왕성 아래쪽에는 이전에 몰랐던 검은 점이 여럿 있었다. 마치 붓으로 찍어낸 듯 간격이 일정했다.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 총책임자인 NASA의 앨런 스턴 박사는 “현재로선 이 점들의 정체가 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뉴 호라이즌’이 명왕성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면 이런 비밀을 밝혀낼지도 모른다.

 명왕성의 또 다른 별명은 ‘미국의 별’이다. 옛 태양계 행성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천문학자(클라이드 톰보·1906~97)가 찾아냈다. 톰보는 원래 농부였다. 천문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고, 대학도 안 나왔다. 별을 너무 사랑해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고, 그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해 천문대 보조연구원이 됐다. 일종의 ‘아메리칸드림’이다. 미국인들은 ‘뉴 호라이즌’이 출발할 때 그의 유해 1온스(약 28g)를 실어 보냈다. 자신이 찾아낸 명왕성을 코앞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됐을 때 미국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 반대 시위를 벌였던 것은 이런 사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명왕성 퇴출에 앞장섰던 사람도 미국 천문학자였다는 점이다. 미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마이크 브라운 박사다. 2005년 7월 그가 카이퍼벨트에서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에리스)를 발견하면서 천문학계에선 ‘행성의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이 탓에 브라운은 자국 내에서 ‘명왕성 살해자(Pluto killer)’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명왕성은 ‘신화의 별’이기도 하다. 톰보가 근무했던 천문대는 자신들이 찾은 별의 이름을 국내외에 공모했고, 영국의 열한 살 소녀(베네치아 버니)가 써낸 이름이 당선작이 됐다. 로마신화의 명왕(冥王), 플루토(Pluto)였다. 플루토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저승세계의 신’ 하데스의 다른 이름이다. 버니는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춥고 어두운 행성’이란 의미로 이 이름을 붙였다. ‘신 중의 신’ 제우스의 맏형이지만 춥고 어두운 지하세계에서 외롭게 살았던 하데스처럼 명왕성도 행성에서 탈락하며 비슷한 신세가 됐다.

 명왕성과 관련된 다른 천체들도 대부분 신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위성 스틱스는 죽은 이들이 플루토의 땅으로 갈 때 건너는 다섯 강 중의 하나다. 같은 위성인 카론은 그 강을 건너게 해주는 뱃사공이고, 케르베로스는 지하세계의 머리 셋 달린 개 이름이다. 명왕성 퇴출의 ‘일등공신’인 에리스는 ‘분쟁의 여신’ 이름이다. 명왕성처럼 에리스도 ‘이름값’을 한 셈이다.

 명왕성을 발견한 톰보처럼 이름을 붙인 버니도 ‘뉴 호라이즌’호에 승선했다. 이 탐사선에 실린 관측장비 중 우주먼지검출기(VBSDC) 이름은 그녀의 이름 베네치아 버니의 머리글자(VB)로 시작한다. ‘뉴 호라이즌’을 움직이는 방사성동위원소 열 발전기(RTG)도 그가 붙인 명왕성에서 이름을 따온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뉴 호라이즌’은 14일 명왕성 최근접점을 통과한 뒤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카이퍼벨트를 항해한다. 과연 ‘뉴 호라이즌’은 ‘죽음의 신’이 다스리는 세계에서 45억 년 전 ‘태양계 설계도’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일주일 뒤 그 첫 베일이 열린다.

김한별·강기헌 기자kim.hanbyul@joongang.co.kr

중앙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모친이 치매를 앓았었던 방송인 '이상민'이 경도 인지장애를 진단받아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 에서는 김승수와 이상민이 병원을 찾아 치매검사를 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상민은 '치매'를 걱정하는 김승수를 따라서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하이브 CEO, 어도어 사태에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나"

하이브 CEO, 어도어 사태에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나"

하이브 CEO, 어도어 사태에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연합뉴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두고 불거진 사태와 관련해 "회사는 이번 감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진상을) 확인한 후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가

ASOIF, 세계륙상련맹 올림픽상금에 우려 표시

ASOIF, 세계륙상련맹 올림픽상금에 우려 표시

하계올림픽 국제종목국제련맹련합(ASOIF.이하 '하계올림픽협회')은 4월 19일 세계륙상련맹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최근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4월 10일, 세계륙상련맹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 포상금을 수여

삼림, 초원, 강, 호수… 이런 자연자원에 '호적' 생겨

삼림, 초원, 강, 호수… 이런 자연자원에 '호적' 생겨

자연자원부는 4월 22일 우리 나라의 자연자원 권리확인등기(确权登记)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약 100개 중점구역에 대한 공고 및 등록이 완료되였다고 밝혔다. 자연자원 통합권리확인등기 수류, 삼림, 산령, 초원, 황지, 갯벌, 해역, 무인도, 매장량 확인 광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