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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불가사의 런던 하수도 “140년간 잘 썼어” 보강 착수

[기타] | 발행시간: 2015.08.26일 08:40
영국 런던에서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건축물을 찾아보긴 어렵지 않다. 세인트폴 대성당 등 훌륭한 것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공학적 성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 있다. 바로 조셉 배절제트가 건설한 하수도다. 14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묵묵히 제 기능을 해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이 2003년 파나마운하와 뉴욕 브루클린다리, 미국 대륙횡단철도, 미국 후버댐, 영국 벨록등대, 영국 증기선 그레이트이스턴호와 함께 꼽은 산업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런던이 이 하수도를 업그레이드한다. 상하수도사업본부(Ofwat)가 24일(현지시간) “‘수퍼 하수도’ 사업을 인가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수퍼 하수도’란 이름이 붙어있지만 길이는 배절제트 하수도보다는 짧은 25㎞다. 그러나 일부 구간은 런던에서 가장 깊은 곳을 파야 한다. 터널 직경이 7m로 영·불 간 채널 해협을 통과하는 유로터널에 육박한다. 예산도 42억 파운드(약 7조9000억원)가 드는 유로터널 못지않은 대역사다. 100여 년을 내다봤던 배절제트의 꿈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사실 1800년대 런던은 외양은 화려했지만 후각적으론 그저 그랬다. 부실한 하수도 때문이다. 오수(汚水)가 템스강으로 흘러들어가곤 했다. 콜레라도 발생했다. 당시 사람들은 악취가 원인이라고 여겼다. 시 당국은 정화조를 폐쇄하고 오수를 곧바로 템스강으로 버리도록 했다. 직후인 1848년부터 이태간 1만4000여 명이 콜레라로 숨졌다. 5년 뒤에도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대 내로라하는 공학자들의 추천으로 시 수도위원회의 책임토목기사가 된 배절제트가 하수도 계획을 마련했다. 수백만 파운드(현재 가치론 수억 파운드)가 드는 사업이었다. 의회가 주저했다. 그러다 1858년 6월 악취가 진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템스 강변 옆의 의회 건물 안에서도 구토가 날 정도였다. 강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의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곤 했다. 의회는 결국 하수도관 사업을 승인했다.

 배절제트는 런던 지하에 885㎞ 터널을 건설했다. 또 2만1000㎞ 지선과 연결했다. 1859년 부터 1875년까지 16년이 걸렸다. 3억1800만 개의 벽돌이 사용됐다. 당시론 선진적이었던 콘크리트 기법도 도입됐다. 당시 인구는 200만 명이었는데 400만 명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어차피 이런 건 한 번 밖에 못하는 일이다. 항상 예상치 못한 게 있을 수 있으니 파이프 직경을 두 배로 하자”고 했다. 사람 키의 두 배 높이인 3.5m 터널이 건설됐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런던은 그 후 100년 넘게 하수도 걱정을 덜었다. 콜레라도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런던이 840만 명으로 팽창하고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자주 샤워하는 등 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문제가 생겼다. 하수 3900만t이 매년 미처리 상태에서 템스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됐다. 2013년엔 5500만t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수퍼 하수도 프로젝트가 추진된 이유다. 지난해 정부가 프로젝트를 추인했다. 당초 가구당 연간 80파운드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으나 재검토해서 20파운드로 낮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퍼 하수도 계획은 배절제트의 원래 작업에 필적한다”며 “화려하지도, 유권자의 표를 바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더 존경할 만한 일”이라고 평했다. 이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이 꾸려졌는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름이다. 바로 ‘배절제트 터널’ 회사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정진우 기자 ockham@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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