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밀린 임금 달란다고 불법체류자를 체류한 어느 한국사장의 횡포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9.20일 10:04

이주노동자 돈 떼먹은 미나리농장 사장 횡포

울산 한 미나리 농장서 7000만 원 임금 체불, 되레 이주노동자를 불법 체류로 신고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여수외국인보호소에 갇혀있다. 우리 세 명은 울산 미나리 농장에서 일하다 임금 7천만 원을 못 받아 노동부에 신고했다. 그런데 농장주는 되레 우리를 불법체류로 경찰에 신고해 한 달째 구금돼있다. 제발 도와달라.”

아, 그들은 절박했건만 이, 흔하디흔한 레퍼토리! 월급 달라는 이주노동자를 고용주가 경찰이나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했다는 이야기. 숱하게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그 흔한 이야기는 그러나 언제 들어도 화가 난다. 실컷 부려먹을 땐 언제고 돈 달라니 불법체류를 들먹여? 불법을 저지른 것은 바로 사업주인데!

세 명의 중국노동자들은 미등록 신분으로 울산의 한 미나리 농장에서 일했다. 사업주는 매월 급여를 주기로 했지만 매번 밀려 몇 개월치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미나리농장은 다른 일자리에 비해 임금이 높은 편이었고, 공단지역과 시내에 비해 단속도 뜸한 편이었기에 계속해서 일하게 되었다.

이들은 지난 구정 전 귀국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춘절(중국의 설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를 얼마나 손꼽았는지 모른다. 매일같이 임금 달라고 요구하자 사업주는 “기장군 내 땅에 도로가 나니까 돈 받으면 줄 테니 좀만 기다려”라고 하였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업주 명의의 땅은 없었고 도로가 난다는 말도 사실무근이었다.

그들은 미나리 농장 한 켠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살고 있었는데 임금을 받지 못하였으니 계속 그곳에 머물렀다.

줄기차게 임금을 요구하자 사업주는 이제 “농사가 끝났으니 여기에서 나가라”고 하였고 그간 공급해주던 물을 더 이상 주지 않았다. 비닐하우스 숙소에는 식수로 쓸 물이 없었고, 시골 마을인지라 인근에 가게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미나리 밭 앞 주민의 집에 찾아가 물을 얻어먹어야 했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농장 인근 주민과 중국 동포의 도움으로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조사 바로 다음날 사업주는 이들이 불법체류자고 자신의 영업장에서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을 연행한 뒤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하였고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장기구금이 예상되자 여수외국인보호소로 이송했다. 체불 임금 받아 귀국하려했는데 철창 신세라니,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사업주는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 명백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이주민단체들은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 범죄자가 바로 사업주인데 도리어 범죄 피해자를 잡아가둔 꼴이었다. 이대로 강제추방 당할 순 없었다. 그렇게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이들의 안타까운 처지보다 7천만 원 떼먹고도 발 뻗고 자고 있을 사업주의 모습이 내 속을 더욱 쓰리게 했다. 더욱이 이런 사실이 농장 일대에 알려지면 다른 사업주들도 똑같이 할 것인데 그 꼴을 가만 지켜보라고?

우여곡절과 마음고생 끝에 여수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노동자들은 ‘일시보호해제’ 되어 철창 밖으로 나왔다. 이들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장과 사모는 출입국에 전화하여 “불법체류자를 왜 풀어주었냐, 우리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항의했다. 가지가지 하신다. 사모는 “너거가 어떻게 나를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노? 법대로 해라” 적반하장이었다.

임금을 떼먹고 경찰에 신고하여 강제추방 시키려 했던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하는 것 같았다.

농사일이 본래 고된 것이지만, 미나리 일은 겨울철에 주로 작업이 이뤄지므로 더욱 힘이 든다. 눈발이 펄펄 날리는 겨울에 미나리농장 얼음을 깨고 일하면 손도 발도 꽁꽁 얼어붙곤 했다. 그러다보니 휴일에는 지쳐 쓰러져 쉬는 게 고작이었다.

농장 지역은 교통이 불편하여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힘이 든다. 수년간 한국생활 했지만 어디 한곳 변변히 놀러 가보지도 못했다. 이들이 겨우 기억하는 지명들은 철마, 안평, 울산, 김해 이런 식으로 일했던 미나리 농장의 지명들뿐이다. 거기에 여수라는 곳이 추가되었다. 여수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어 두 달이나 있었기 때문에.

일단 출입국 철창 안에서 나오면 해결 못할 일이 없으리라 큰소리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먼저 중국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월급액과 사업주가 주장하는 월급액 차이가 컸다.

계약서도 없고, 임금도 매월 지급한 적이 없으니 월급을 얼마로 약속했나를 입증하기 어려웠다. 한때 같이 일했던 중국인 동료들은 모두 미등록으로 일하고 있어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었고 진술서를 받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또 하나의 큰 난관은 사업주 명의의 재산이 없다는 것!

사업주가 사는 아파트 등기부등본, 일했던 농장 주소지를 일일이 확인하여 등기를 확인한 뒤 우리는 망연자실했다.

사업주는 정말 돈이 없다며 2천만 원에 합의하자는 말을 어느 노무사가 찾아와 전한다. 노무사 선임할 돈은 있었는가 보다. 중국 노동자들은 “2천만 원 받느니 아예 안 받는 게 낫다. 니죽고 내죽자”한다.

속마음으로야 몇 번을 죽였을 수 있지만, 어쨌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했다.

8월 31일부터 사업주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에서 “김 사장, 정 사장은 중국노동자 체불임금을 지불하라”는 집회를 시작하였다. 주민들이 시끄럽다 항의하지 않을까, 말싸움이나 물리적인 마찰이 있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주민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런 나쁜 놈이 있나, 대신 사과합니다, 미안합니다, 어느 아파트냐, 몇 동 몇 호냐?” 등등. 사람들 앞에서 난생 처음으로 마이크잡고 이야기했을 중국노동자의 손에 들린 연설문이 덜덜거리고 있었다. 바람 탓은 아닌 듯 했다.

사업주는 여전히 반응이 없지만, 주민들의 호응에 그래도 힘이 난다.

추석 전까지 열심히 시끄럽게 떠들며 알려나가려고 한다.

김 사장, 정 사장! 언제까지 버티는지 한번 두고 보자고!


경남노동자민중행동 필통(김그루. 이주민과 함께)

경남도민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4%
10대 0%
20대 4%
30대 37%
40대 23%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36%
10대 0%
20대 7%
30대 18%
40대 11%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가수 현아가 현재 공개열애 중인 하이라이트(비스트) 출신 가수 용준형에 대한 마음을 고백했다.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조현아의 목요일 밤' 에서는 '드디어 만난 하늘 아래 두 현아' 라는 제목의 영상이 새롭게 업로드됐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은 바로 가수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지하철 길바닥에 가부좌" 한소희, SNS 재개 충격 사진에 '또 술 마셨나'

"지하철 길바닥에 가부좌" 한소희, SNS 재개 충격 사진에 '또 술 마셨나'

사진=나남뉴스 배우 한소희가 SNS를 다시 시작하며 지하철 승강장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진을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한소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너희가 있고 내가 있고 우리가 있고 같이 달리게 해 준"이라며 사진 여러 장을 업로드했다. 사

"돈 빌려준 팬들 어떡하나" 티아라 아름, '남친이 시켰다' 감금 충격 폭로

"돈 빌려준 팬들 어떡하나" 티아라 아름, '남친이 시켰다' 감금 충격 폭로

사진=나남뉴스 그룹 티아라 출신 아름이 금전사기, 도박설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재혼을 준비하던 남자친구와 결별했다. 이날 19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름은 재혼을 발표했던 남자친구 A씨와 각자의 길을 가기로 선택했다고 전해졌다. 이어 유튜브

"본인이 피해자인 줄" 유영재, 결국 라디오 하차 삼혼·사실혼 묵묵부답

"본인이 피해자인 줄" 유영재, 결국 라디오 하차 삼혼·사실혼 묵묵부답

사진=나남뉴스 배우 선우은숙이 전남편 유영재의 삼혼, 사실혼에 대해서 '팩트'라고 인정한 가운데, 결국 유영재가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지난 18일 경인방송은 유영재가 진행하는 '유영재의 라디오쇼'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 소식을 공지했다. 경인방송 측에서는 "유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