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스 휘셀(우)
4살 때 입양 보내진 여성은 친어머니가 죽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친어머니가 살아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모른 척했다.
최근 영국 버밍험메일은 영국 셀리오크에 사는 필리스 휘셀(59)의 ‘영화 같은 인생’을 전했다.
1960년 영국 버밍험. 당시 4살이었던 필리스는 입양 보내진 후 친어머니 브리츠 라이언이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필리스는 친어머니가 살아있고 자신이 입양 보내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입양한 부모님이 어린 나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이런 사실을 알면서 모른척 했다”고 말했다.
필리스는 “어린 시절 내내 어머니가 그리웠다“며 ”언젠가 친어머니와 만날 날을 꿈꿨고 어떻게든 찾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친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성인이 된 필리스. 그녀는 입양된 가족을 떠난 후 자신이 태어난 버밍엄으로 가 간호사가 됐다. 그리고 결혼했다.
그녀는 “키워주신 부모님 곁을 떠난 후부터 친어머니를 찾아 나섰다”며 처음 사회복지사를 찾아가 자신이 ‘서머셋 하우스‘에서 태어난 사실과 출생증명서를 찾을 수 있었고 보육원, 보호관찰관소 등 여러 곳을 수소문했다. 그녀는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며“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점점 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어머니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필리스는 “어머니라고 확신해 찾아갔지만 번번이 틀려 실망했고 그러길 수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2006년. 긴 시간이 흐르고 실망을 거듭한 끝에 그녀는 꿈에 그리던 어머니 브리츠 라이언을 다시 만나게 됐다. 필리스는 “상상했던 동화 속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내 어머니”라며 “멀리서 어머니를 봤을 때 숨이 멎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동화 속 그림’은 아니었다. 그녀의 친어머니는 ‘만성적인 알코올 중독’과 ‘정서불안’ 그리고 ‘학대’로 인해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피폐했다.
당시를 회상한 필리스는 “등을 돌릴 수 있었지만 그녀는 내 어머니”라고 말하며 "운명처럼 난 간호사였고 어머니를 내가 돌봐줘야겠고 마음먹었다"며 어머니 곁에 머무를 결심을 하게 된다.
단, 자신이 딸인 것을 숨긴 채 어머니를 보살피기로 했다.
필리스는 꿈에 그리던 친어머니를 ‘온 힘을 다해’ 보살폈다. 깨끗한 옷을 입혀드리고 상처를 치료했다. 어머니가 지루할 땐 말상대가 되어주었고 어머니가 잠든 모습을 본 후 그녀는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9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모녀는 다시 이별해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딸 품에서 7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생모는 몰랐다. 간호사가 자신이 입양 보낸 딸인 것을.
필리스의 어머니. 그녀는 간호사가 자신의 딸인 것을 모른 채 영원히 잠들었다.
필리스는 현재 어머니가 있었던 '샐리파크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다.
필리스는 왜 친어머니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겼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말하기 곤란했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버밍험메일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