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 新흥행제조기' 블루미지 박민정 대표
165만명 돌파 '언터처블' 1억에 사와 120억원 매출… 첫 투자작 '토르' 이어 성공
"개봉 4주 전 시사회 등 관례 깬 마케팅 통했죠"
주식에 비유한다면,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은 예상 밖 대박주(株)다. 약 10만달러(1억1500여만원:배급·마케팅비용 제외)를 들여 수입한 언터처블은 개봉 한 달 만에 165만여 관객을 동원, 122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국내 개봉작 흥행 10위, 1994년 레옹(약 130만여명) 이후 18년 만에 나온 프랑스 영화 흥행 신기록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블루미지'의 박민정(42·사진) 대표는 단숨에 '외화 수입계 새로운 미다스의 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블루미지를 세워 첫 투자 수입작인 애니메이션 '토르: 마법 망치의 전설'로 75만여 관객(손익분기점 45만명)을 동원했고, 첫 수입작 '언터처블'로 연타석 흥행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명동 한 극장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내 안목이 좋았던 게 아니라 영화가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언터처블'은 부유한 백인 장애인과 불량스러운 흑인 간병인 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스토리 구도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다. 박 대표도 "작년 5월 칸에서 5분짜리 홍보 필름을 봤을 땐 느낌은 좋았지만, 살 생각까지 드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 LA에서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처음 완성작을 본 박민정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데 살까? 아니야, 프랑스 영화인데…'라고 고민하며 밤을 새웠어요. 그러다 한 번 더 영화를 보며 마케팅전략을 세웠고, 영화 제작·배급사인 프랑스 고몽사(社) 측을 만났죠. 어찌나 흥분했던지 희망 구매가격도 말 안 하고 마케팅 전략부터 줄줄 늘어놨어요."
수입이 결정되자, 1994년부터 영화수입·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박 대표의 관록이 빛났다. 그는 보통 2주 전에 시사회를 하는 영화계의 관례를 깨고 개봉 4주 전부터 각종 시사회를 열어 '소문'을 내는 데 주력했다. 포스터에서는 한국 관객이 '어렵고 지루하게 생각하는' 유럽 영화 분위기를 감추려고 '상위 귀족남과 하위 1% 무일푼의 특별한 동거' 같은 상업적 카피를 내세웠다. 황정민,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비스트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한자리에 초대한 VVIP 시사회도 열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시사회 자리도 텅 비어서 초조했는데 4주째 되니까 조금씩 바람이 일더라"며 "특히 시사회 이후 '영화를 보라'는 글을 올려 3500여개 리트윗이 나오게 한 슈퍼주니어 은혁의 힘에 놀랐다"고 했다. 앞서 '토르:마법망치의 전설' 더빙에 '무한도전'의 하하, '애정남'으로 유명한 개그맨 최효종 등을 섭외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박 대표가 어린이들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하고 아이디어를 낸 덕분이었다.
현재 블루미지는 애니메이션 '잠베지아',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작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국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시간 낭비했다'고 투덜대지 않는 영화를 수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