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구입 비중 30대 35.5%로 급증…가격·유지비용 등 따져봐야
[CBS 정영철 기자] 지난 2008년 1월 혼다 시빅 2.0(3000만원 정도)을 구입한 직장인 이 모(35) 씨는 요즘 차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차를 살 때는 "이왕 사는 거 조금 더 보태서 외제차를 구입하자"는 심상이었지만, 막상 매달 50만원이 넘는 할부금을 내려니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여기에다 무상수리 기간(4년)이 끝나면서 부품교환 비용도 솔잖게 들어갔다. 배터리만 해도 국산 완성차에 비해 2배정도 비싼 15만원에 달했고, 공임비(일종의 수고비)도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다.
이 씨는 얼마 전 차 옆면을 크게 긁혀 혼다 서비스센터를 찾으니 "수리비용이 600만원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중소형 수입차 구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유지비에 허덕이는 '카 푸어(car poor)족'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EU, 한·미 등 잇달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수입 자동차 가격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에 할부금과 무상수리 기간이 끝난 이후 부품 교체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수입차 회사들이 3000만원 대의 도요타 캠리, 폴크스바겐 골프, 미니 쿠페 등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대형 세단에 맞먹는 가격이다.
수입차 회사들이 부품값을 5-20%씩 내렸지만, 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이다. 보험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으로 국산차(275만원)의 5.3배에 달한다.
젊은층 사이에 수입차 열풍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30대 연령의 수입차 신규 등록은 2007년 5851대에서 지난해 1만9206대로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또 3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1.6%에서 34.5%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3월까지만해도 5808대(35.5%)를 신규등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사회 초년생들도 수입차를 많이 사고 있다"며 "하지만 가격이나 유지비용을 생각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수입차를 팔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FTA 등 발효에 따라 중고차 매매시장에서도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져 값은 크게 낮추지 않으면 매매가 안되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 전문회사인 카즈의 원희성 수입차 담당은 "매입자들이 수입차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며 "급하게 팔려면 가격을 애초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도 그렇지만 젊은 직장인에게 수입차는 관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점도 고민할 대목이다.
BMW 미니 1.6을 몰고 있는 대전에 사는 김 모 씨는 "대전 지역에 공직 지정 수리점이 한 곳밖에 없다"며 "더군다나 주말에는 근무를 안 해 부품을 갈려고 해도 휴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이 씨는 경기도 안양까지 가서 차를 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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