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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반지하 방에 계속 살 수 있는 것만도 다행입니다”

[기타] | 발행시간: 2015.12.14일 13:21

■ 주거빈곤 청년, 이렇게 삽니다

지난 9월 중순 어느 날 오후 2시, 취재진은 서울 암사동에 있는 한 반지하 방을 찾아갔습니다. 32살 박대균 씨가 홀로 살아가는 방입니다. 방 넓이는 10제곱미터 남짓, 책상과 옷걸이를 놓고 나면 어른 두 사람이 겨우 함께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한낮인데도 불을 끄면 방 안에 와 닿는 햇빛은 희미했습니다. 빨래를 이틀씩 널어도 눅눅하다고 대균 씨는 털어놓았습니다.

대균 씨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살아갑니다. 새벽 6시면 자리에서 일어나 오전 8시까지 출근합니다. 종종 밤 10시 반까지 열네 시간 넘게 회사 일에 매여 있습니다. 주말에도 출근하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일해서 월급 165만 원 남짓을 법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 60만 원을 포함해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주거비와 공과금 등으로 빠져나갑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대균 씨는 서울 생활 5년 동안 줄곧 반지하 방에서만 살았습니다. 물론 반지하 방 생활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반지하 대신 옥탑방에 한 번 살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증금이나 월세가 계속 오르다보니 마음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사는 방은 보증금 백만 원에 월세 22만 원인데, 이보다 비싼 주거비는 감당하기 벅찹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반지하 방이라도 계속 살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 청년 주거빈곤 얼마나 심각하길래…

대균 씨와 같은 청년들을 '주거빈곤 청년'이라 부릅니다. 주거빈곤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반지하나 옥탑에 사는 경우,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 같이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경우, 그리고 법정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사는 경우입니다.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의 경우 전용 부엌과 욕실, 화장실이 있고 전체적으로 14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6세에서 34세까지 우리나라 청년 세대 가운데 주거빈곤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은 139만 명에 이릅니다. 문제는 청년세대에서 유독 주거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의 경우 주거빈곤율을 보면, 서울 전체로는 지난 2005년 24.2%에서 5년 뒤 22.2%로 좀 줄었습니다. 하지만 청년 세대에서는 34.1%에서 36.6%로 높아졌습니다. 서울에서 고시원처럼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은 2005년부터 5년 동안 3만3천 명 정도 늘었는데, 이 가운데 63%인 2만 천 명 정도가 청년세대입니다.

■ “어떻게 올린 집값인데 떨어뜨릴 생각을 하느냐”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가장 큰 청년주거대책은 행복주택입니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에게 시세보다 싸게 보증금과 월세를 받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입니다. 오는 2017년까지 14만 호를 공급하는 계획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는 올해 4군데 행복주택에서 모두 8백40여 명이 입주합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지 않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행복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 반발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9월 하순, 서울의 한 행복주택 사업설명회장을 찾았습니다. 설명회장 입구에는 경찰관이 출동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복도에는 손팻말을 든 주민들이 백여 명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설명회 주최측인 SH 공사 직원을 상대로 거센 항의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설명회) 자체가 필요 없어!"라며 고함을 지르다시피 했습니다. 취재진도 무사하지는 못했습니다. 욕설과 함께 취재카메라 렌즈를 가로막거나 빼앗으려 들어 진땀을 뺐습니다.

사업 요지는 서울 수서역 공영주차장 부지에 44가구 행복주택을 지어 청년창업자, 대학생,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의 주차장은 지하로 돌려 계속합니다. 한 반대 주민은 '천억 원짜리 국가 재산에다가 행복주택 서민주택 44가구를 지어서 국가 재산을 날린다는 게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설명회장에 반대 주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찬성 주민은 반대 주민들과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제일 어려운 사람들 사는 동네'에서 왔다며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정부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공청회를 하는데 당신네들이 왜 참여를 못하게 방해를 하느냐'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반대 주민들이 워낙 많았고, 고성이 난무하는 반발 분위기 속에 홀로 앉아 있던 찬성 주민은 결국 자리를 뜨고 말았습니다.

반대 주민들이 이토록 거세게 행복주택 건립에 반발하는 실제 이유는 뭘까요?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임경지 위원장은 이런 체험담을 들려줬습니다. 최근 한 행복주택 설명회장을 찾았을 때 한 주민이 이런 애기를 했다는 겁니다. "내가 이 집을 어떻게 샀는데, 그래서 어떻게 올린 집값인데 공공 주택이 들어와서 집값을 떨어뜨릴 생각을 하느냐, 그래서 그렇게 공공이 지은 걸 날름 청년들이 가져가라고 하느냐, 이건 도둑놈 심보다."

■ 청년의 집은 어디입니까?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주거빈곤 문제, 과연 해법은 무엇일까요? 여러 전문가들과 주거정책 현장, 청년 스스로 마련한 사회주택 등을 둘러보고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정부가 더욱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사회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청년 주거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에서 미래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고,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지금 이렇게 두게 되면 우리 사회의 아주 기초부터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적 의지, 그리고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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