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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중 1명은 조선족, 서울 대동초의 교육법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3.23일 09:23

(흑룡강신문=하얼빈) 지난 3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지하철 2호선 대림역 11번 출구를 나와 명지성모병원 앞에서 방향을 틀자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 대동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짧은 골목길은 한국보다는 중국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붉은색과 파란색 등 형형색색의 간판에 한자로 쓰인 가게 간판들은 외국의 차이나타운을 떠올리게 했다.

  대동초 후문 길 건너편 놀이터에는 중년 여성 대여섯 명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대동초에 다니는 초등학생 손주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다. “할머니”를 부르며 달려오는 초등학생 손녀의 손을 잡은 연변 출신 할머니 이모씨는 “부모는 일을 나가기 때문에 아이들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돌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동초는 서울 서남부의 대표적인 ‘다문화 예비학교’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돼 예산과 교육 프로그램 등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내 다른 초등학교 4곳과 함께 ‘예비학교 우선 지정 대상’으로 운영돼 연간 2800만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주변 대림동에 중국인 인구가 모이면서 최근 10년 사이 대동초의 중국인 재학생 수는 급속도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대동초 전교생 510명 중 43.5%인 222명이 ‘다문화학생’이다. 다문화학생은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쪽이 외국인인 ‘국제결혼 가정 자녀’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 가정 자녀’를 모두 포함한다. 대동초의 다문화학생은 대다수가 부모 한쪽 혹은 두 명 모두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초등학생들이다.

  대동초등학교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시간에 한국어 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 한국어에 친숙하게 해 가능한 빨리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이 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반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과 말의 억양에서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다문화 예비학교

  대동초 학생들은 일주일에 7~9시간씩 ‘이중언어교실’ 수업을 받는다. 이중언어교실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교과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운영되는 제도이다. 지난해 2학기부터 운영 중이다.

  이중언어교실에 들어간 학생들은 국어와 사회 등 주요 교과목 시간에 담임교사의 수업을 듣는 동시에 ‘이중언어강사’로부터 맞춤식 개별지도를 받는다. 이중언어강사는 수업 중 교실 내에서 자리를 옮겨다니며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용어나 표현을 알기 쉽게 해석해 주는 교사다. 지난해에 대동초에는 4명의 이중언어강사가 있었다. 교과과정에 나오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김현숙 대동초 교감은 “이중언어교실을 한 학기 동안 운영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 모두 반응이 좋았다”며 “올해도 4월부터 이중언어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15명 규모로 편성되는 ‘예비학교 프로그램’도 다문화학생들을 한국 문화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꿈나래학교’로 불리는 이 과정은 중국에서 건너온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을 선별해 6개월 동안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선족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만큼 대동초등학교 교사들은 특히 외부의 시선을 조심한다. 조선족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으로 인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염려해서이다. 일례로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해 가르치는 과목을 운영하면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말을 쓸 뿐 다문화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강향옥 대동초 교장은 “중국 동포 아이든 한국 일반 가정의 아이든 모두 우리 대동초등학교의 학생”이라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선입견을 통해 아이들을 구분 짓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조선족 아이들이 늘면서 대동초에서는 ‘한국인 학생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 학부모가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보내면서 비워진 자리가 조선족 학생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대동초등학교의 다문화학생 비율은 저학년으로 갈수록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대동초 6학년 재학생 중 다문화학생은 15% 수준이지만 3학년은 54%, 1학년은 전체의 65%가 다문화학생이다. 올해는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학생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조선족 공동체를 통해 퍼진 소문을 듣고 아이들을 대동초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3학년생 손녀를 경기 분당의 특수학교에 보내던 연변 출신 60대 남성 박태선씨는 올 3월부터 아이를 대동초에 보내고 있다. 그는 “조선족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녀의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아이를 데려왔다”고 했다.

  반대로 한국인 가정의 학생들은 대동초를 떠나는 추세다. 대동초 병설유치원에 딸을 보내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가 아닌 할머니들이 돌보다 보니 아무래도 관리의 질이 떨어진다”며 “유치원을 졸업하면 다른 곳으로 아이를 옮길 계획”이라고 했다.

  대동초 구성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한·중 간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일례로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대동초는 인근 조선족 단체에 운동장을 모임 장소로 빌려줬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모임을 마친 단체 회원들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가버려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화단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꽃이 망가지기도 했고, 아무데나 버린 쓰레기에 하수구가 막히기도 했다. 2학년 학생들의 담임을 맡고 있는 김우현 교육과정부장은 “중국 출신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언어보다 오히려 생활습관 등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많다”며 “화장실을 다녀와서 손을 씻지 않는 등 수업 외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교육 여건이 열악해 대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도 생긴다. 취재 중 만난 대동초의 한 교사는 “대동초로의 발령을 꺼리는 분위기가 일부 교사들 사이에 퍼져 있다”며 “개인적으로 다문화 예비학교에서 근무한 교사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추가적인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현숙 대동초 교감은 “학기 초면 대동초 교사들은 매일 8~9시 넘어서 퇴근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올해는 교장과 교감을 제외한 대동초 전체 교사 36명 중 10명이 정기 전보로 교체됐다. 홍승균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대동초에서 근무한 교사 일부에게는 승진가산점을 부여하고 교사 TO도 추가로 늘리는 등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도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다”며 “서울 서남부에 중국 동포들이 모여 발생한 현상인 만큼 대동초는 단순히 교육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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