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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성공시대 ④] 꿈을 노래하는 가수 백청강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7.11일 09:18
 13년 만에 이룬 '한국 가수'의 꿈…밑천은 의지·성실함암투병 2년 공백 딛고 컴백 "간절한 꿈 있다면 도전하라"

  (흑룡강신문=하얼빈) 중국 연변에서 태어난 9살 소년은 단 하나의 꿈이 있었다. 한국에 가서 가수가 되는 것.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했기에 연변의 야간 업소를 돌며 밤무대에 오르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년의 꿈은 22살 청년이 돼서야 이뤄졌다. 올해로 데뷔 5년 차 가수인 백청강 얘기다.

  그는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나이는 27살이지만 그동안 겪은 사연을 다 합치면 40살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오묘한 회색빛으로 염색한 머리와 검정 셔츠 차림으로 카페에 등장한 그는 말 그대로 '아이돌 스타일'이었지만 특유의 순박한 미소는 예전 그대로였다.



  가수 백청강이 걸어온 길에는 시련과 기적이 반복해서 펼쳐졌다. 뛰어난 재능과 타고난 성실함이 있었지만 주변 여건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9년 연변 훈춘시에서 태어난 조선족 3세인 그는 유년 시절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 실력 하나만큼은 소학교(초등학교)에서부터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학교에서 노래를 부르면 고학년 형들까지 찾아와서 '너 노래 잘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제야 '아 내가 노래를 잘하는 거구나' 깨달았죠.(웃음) 그러다 9살 때 TV에서 HOT가 '위 아 더 퓨처'를 부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멋있어서. 한국에 가서 저런 가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백청강은 쉬지 않고 도전했다. 음악학원에 다니며 밤새도록 노래와 춤을 연습했고 연변에서 열리는 오디션과 노래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그래도 한국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스무 살이 되기까지 그에게 주어진 무대는 연변의 야간 업소가 전부였다.

  "무대에 너무 서고 싶은데 기회가 없더라고요. 일단 경험을 쌓자는 생각에 밤무대에 서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내가 왜 노래하는 거지' '생계 때문에 노래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커졌죠.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꿨어요. '이게 다 가수가 되기 위한 거다' 하고요."

  기적은 마지막 순간에 찾아왔다. 연변에서 청도로 가는 기차표 한 장. MBC '위대한 탄생'의 중국 오디션에 참가하려고 3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기찻길에 올랐다. 2010년 11월 백청강이 21살이던 때다.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었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가수가 되는 걸 포기하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청도 오디션을 통과하고 한국에 가게 되고, 우승까지 하게 됐어요. 무대를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려 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 덕택이죠."

  백청강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회고했지만 2011년 한국에서는 백청강 신드롬이 일었다. 22살 조선족 청년이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에 시청자도 함께 울고 웃었다.

  특히 백청강이 등장하면서부터 국내에서는 중국 동포를 향한 시선이 한결 달라졌다. 그의 소탈한 겉모습, 투박한 조선어 말투가 오히려 신선한 호감을 일으켰다.

  백청강 팬클럽이 줄줄이 결성됐고, '아십니까'라는 뜻의 '앙까'라는 조선어 표현은 유행어가 됐다. 중국 동포라고 하면 무턱대고 뒷골목 범죄자를 떠올리던 편견이 조금은 옅어지고 백청강처럼 '성실한 이웃집 청년'도 많다는 긍정적 인식이 퍼졌다.

  "제가 조금은 벽을 깼다고 생각해요. 조선족을 향한 선입견이 없진 않았죠.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봐요. 저도 데뷔 초기엔 허리를 깊이 숙여서 인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억울했죠. 연변에서는 그렇게 인사하는 문화가 아예 없었거든요. 지금은 한국 문화에 다 적응했습니다.(웃음)"



  2012년 미니앨범 '올 나이트'로 정식 데뷔하고 방송가를 누비던 그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또 찾아왔다. 그해 9월 직장암 초기 진단을 받은 것. 23살의 젊은 나이였다.

  몇 차례 수술 끝에 완치했지만 공백이 컸다. 2년여 동안 무대에서,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백청강에겐 그게 암보다도 무서웠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오히려 덤덤했어요. 치료만 잘 받으면 완쾌하리란 믿음이 있었죠. 부모님은 무척 걱정하셨지만요. 암보다도 '다시는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다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더 컸어요. 그때 깨달았죠. '난 죽을 때까지 무대를 떠나지 못하겠구나' 하고요."

  병을 딛고 일어선 컴백 무대도 그의 삶 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지난해 MBC '복면가왕'에서 성별까지 바꾸는 반전을 선보인 것.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하던 가수가 가면을 벗자 판정단은 '경악'했다. 가면 뒤에 남자의 얼굴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여장을 처음 해봤어요. 재밌기도 했고, 관객과 호흡하면서 다시 힘을 얻기도 했죠. 이 길이 내 운명인가 봐요. 근데 힐 신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도대체 걸그룹은 어떻게 힐을 신고 댄스까지 소화하는 걸까요? 모든 여성분을 존경합니다.(웃음)"

  때로는 백청강을 향한 환호가 하루아침에 질타로 돌아섰다. '위대하게 탄생한 가수'로 추켜세웠다가도 근거 없는 루머가 돌면 수백 개 악플이 달리곤 했다. 조선족의 흉악 범죄가 뉴스에 나오면 그를 향한 시선도 금세 차가워졌다.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담담하게 말할 만큼 내공이 쌓였지만 아쉬움도 영 없지는 않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오원춘 사건 때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어요. 순식간이었죠. 방송국에서 섭외 요청을 할 때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범죄는 처벌받아야죠. 한국에 왔으면 한국법을 따라야 합니다. 다만 한 명의 잘못을 조선족 전체의 잘못으로 바라보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조선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지는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연변에는 '제2의 백청강'을 꿈꾸는 가수 지망생이 여전히 많다. 백청강은 그들에 대해 어떤 생각일까.

  "간절한 꿈이 있다면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은 기회가 많은 곳입니다. 좌절할 때가 많을 거에요.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려보길 바랍니다. 그러면 반드시 정답이 나와요. 제가 겪어봐서 알게 됐죠."

  백청강은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으로 발라드부터 댄스곡까지 여러 음악을 선보였다. 요즘은 김경호 콘서트 등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하고 지역 축제에서 초청 공연도 하고 있다.

  정규 앨범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모든 곡이 맘에 들 때까지 고치고 바꾸는" 완벽주의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자작곡을 쓰느라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그는 가장 아끼는 자작곡으로 컨템퍼러리 발라드인 'In Time'을 꼽았다. 노래는 백청강이 걸어온 길을 담담히 들려주는 듯하다.

  "하루가 내겐 더 너무 어두웠던 시간 속/ 가슴이 너무도 차가워진 기억 속// 하지만 멈출 수 없었어/ 어떻게든 난 널 위해서 일어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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