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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이성의 회귀를 바라다

[기타] | 발행시간: 2016.08.23일 08:33
2006년 필자가 한국 유학 시절에 <타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단연 김혜수가 던진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였다. 사설 도박판을 단속하러 출동한 형사에게 쏘아 붙인 이 말은 외국인인 나에게도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저 당당함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하며 피식 웃은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10년 후, 오늘까지도 진행 중인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 설치를 둘러싼 이화여대 농성 사태가 다시금 이대를 장안의 화제를 넘어 ‘국제적’ 이슈로 만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몇몇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사회 회의록 삭제니 회계 감사 부재니 하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낙정하석(落井下石)을 말하자면 우물에 떨어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격을 연상케 한다. 언론의 특성 중 하나가 끊임없이 새로운 화젯거리를 찾아 뭇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나 솔깃한 것을 추구한 나머지 사건 사태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는 우려도 낳게 된다.

이대 농성 사태에서 파생한 여러 사회적 이슈를 논하기 전에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피력하고 싶다. 필경 모든 혼란과 부조화의 근본 원인은 본말(本末), 선후(先後)가 뒤바뀌어 있는 데 있기 때문이다.

쟁점1 평단 사업 추진이 잘못됐는가?

평단 설치 반대는 이번 농성 사태의 발단이다. 세계적으로 평생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지난 세기 60년대부터였으며 질 높은 교육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는 취지로 기존 대학에 평단을 설치하는 노력도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는 국적을 막론하고 전세계인들이 공감하는 바로 시대의 대세라 할 수 있다. 연일 한국 언론에서 미국의 하버드대 익스텐션스쿨 등을 비롯한 선진국 명문대들이 성인에게 다양한 학위과정을 제공하는 사례를 소개한 것이 바로 그 이유에서다. 중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가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211프로젝트(21세기 중국에서 백 개의 명문대 육성)’에 포함된 베이징대, 칭화대 등 상위 10개 명문대에도 전부 평단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지난 1985년 칭화대에 중국 최초의 평단이 설치된 이래 학생들의 반발이 단 한번도 없었다.

결국, 그토록 좋은 취지의 사업을 국가의 도움을 받고 진행하고자 하는 게 뭐가 그리 잘못되었는지 외국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학위장사’라는 비판에도 공감하기 어렵다. 아직 평단 운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졸렬한 학위장사라고 매도하는 것은 근거없는 억측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학교 측은 평단 사업 철회를 선언했다. 이는 대승적 안목에서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학교 경영진이 고집 피운 학생에게 져 준 것이지 결코 학생들의 주장이 옳아 철회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쟁점2 학내 경찰 진입이 총장의 잘못인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지듯이 ‘학생들이 교수와 교직원 5명을 무려 46시간 동안 불법감금 및 심각한 인권침해를 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23차례에 걸친 112•119 구조요청 신고로 경찰은 부득이 다수의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공무 집행 차 출동했다’. 이건 이번 사태의 본질에 관계된 중대한 사실임에 틀림없다. 이 정도 심각한 상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범죄행위로 취급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청소년도 아닌 어른이 다 된 농성자들은 본인들의 소행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학내 경찰 투입을 전적으로 총장의 잘못으로 돌린 후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총장 사퇴 요구까지 제기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목소리가 크다고 진실까지 은폐되는 건 결코 아님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쟁점3 총장은 과연 사퇴까지 해야 하나?

지난 3일 학교 측의 평단 사업 철회 선언 후 농성자들은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농성 풀고 정상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갑자기 총장의 불통을 비판하며 총장 사퇴를 목표로 본관 점거농성과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노선을 바꿨다.

보통 한 기관의 장이 사퇴하는 것은 중대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어 만회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해 더 이상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행해진다. 평단사업 추진 결정은 과연 업무상의 중대한 과실인가? 그렇다면 교육부 정책결정자와 사업추진 결정이 이미 난 다른 대학들의 장들도 다 사퇴해야 하는가? 평단사업이 이미 시작 전에 철회됐는데 무슨 손해를 어떻게 끼쳤는가? 이대 구성원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뽑은, 지금까지 열심히 프로젝트를 따며 학교를 위해 헌신한 죄밖에 없는 최 총장이 소통부족이란 이유로 꼭 사퇴까지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농성 학생들이 제기한 총장 퇴진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총장을 비롯한 학교측의 대면 대화를 거부하고,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이대 구성원(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교수, 교직원, 재단 등)들의 의견을 수렴한 흔적도 없이 일방적인 총장 사퇴 요구만 고집해 온 농성 학생들을 보면 도대체 누가 더 불통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스승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에는 미래도 없다. 현재 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반이성적 광경은 1966~1976년까지 지속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시절을 자꾸 연상케 한다.

한 가정, 기관, 사회 내지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성이다. 이대 사태도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을 가지고 판단해야 옳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개학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지금, 이대의 최대 급선무가 학교 운영의 정상화다. 불법 점거농성이 장기화될 경우, 이화여대가 정상적인 교육과 연구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대 전체 구성원의 손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훌륭한 교육자원의 낭비다.

따라서 학생들이 편협한 순혈주의를 접고 대의를 생각하여 하루빨리 점거농성을 풀고 본연의 학업에 돌아갈 것을 충고하고 싶다. 관련 각 측이 이성을 가지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하면 학교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해결책이 얼마든지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총장의 거취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산업현장에서 파업을 벌이는 근로자들의 모습에서 학생들이 상생하는 노력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By 綠竹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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