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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들 가방 열어보니 이상한 물건이…

[기타] | 발행시간: 2012.05.28일 21:09
"후추스프레이 확…" 여성들의 중무장

여성 상대 범죄 늘어 가스총·경보기 등 호신용품 판매 급증

후추스프레이도 불티

서울 용산의 한 호신용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스총, 전기충격기. 후추스프레이, 경보기 등 여성용 호신용품.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스총은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녀요. 내 안전을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서울 모 여대에 다니는 채모(23)씨는 28일 오전 가방에서 호신용품을 꺼내 보였다. 채씨는 지난달 조선족이 밤길을 가던 여성을 성폭행 후 살해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직후 가스총을 샀다. 20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 호신용품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동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평소 위기의 순간을 그려보며 사용법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나 홀로 호신' 열풍이 불고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연일 일어나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다 보니 안전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것이다.

실제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수원 사건 이후 가스총, 경보기 등 호신용품 판매량이 35% 가량 급증했다. 특히 4만~5만원 대 후추스프레이가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소지는 물론 작동하기가 쉽고 방어가 필요할 때 즉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추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는 직장인 정모(23)씨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후추스프레이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며 "크기는 립스틱만하지만 한 번 맞으면 30분 동안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효과가 강하다고 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40~50대 여성의 경우 본인보다는 총포관리법에 따라 총을 살 수 없는 미성년 딸에게 가스총을 사다 주는 경우가 많다. 호신용품 판매업계 한 관계자는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꽤 많은 중년 여성 고객은 중고생 자녀를 위해 가스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전방을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차량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여성 운전자들도 요즘 크게 늘었다. 여성운전자들만 골라 교통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뜯어 내기 위한 범죄가 극성을 부린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IRS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블랙박스 판매 대 수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2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 판매가 폭증한 데는 여성운전자들의 방어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블랙박스를 달면 쉽게 고의사고를 내기 어려워 범죄 예방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들이 자신의 안전을 직접 지키겠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은 경찰 등 공권력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채희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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