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업무 지장 주는 밤샘 피해 스트레스 푸는 놀이문화
서울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김모씨(33)는 인기 온라인게임 ‘디아블로3’가 나온 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PC방에 간다.
그는 “퇴근 후 새벽까지 게임을 하면서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것보다는 점심시간에 게임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틈틈이 게임을 계속해야 게임 캐릭터의 레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시간을 줄일 수도 없다. 김씨는 컵라면이나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퇴근 후에도 잠자기 전까지 게임에 몰두한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 게임을 한 끝에 ‘디아블로3’가 나온 지 2주 만에 레벨을 39까지 올렸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이 다시 PC방으로 몰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게임 열풍을 몰고 온 디아블로3가 나온 뒤 생긴 신풍속도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여의도의 한 PC방에는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55개의 좌석 중 절반가량은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차지했다. 20~30대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같은 복잡한 게임을 즐겼다. 인터넷 고스톱 게임은 40대 이상이 즐기는 게임이다.모니터 앞에는 컵라면 그릇과 과자봉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직장인들은 간혹 같이 온 동료 직원들과 대화를 주고받거나 담배를 피울 뿐 게임에만 집중했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모씨(24)는 “점심시간마다 30여명의 직장인들이 게임을 하러 온다. 퇴근 후 PC방을 찾는 사람과 비슷한 숫자”라며 “디아블로가 나온 뒤 점심시간 직장인 손님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김모씨(35)는 “점심시간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종종 게임을 하러 온다”며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돌아가면 업무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PC방 출입은 어릴 때부터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주정규 교수는 “젊은 직장인들은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겨온 세대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잠깐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하나의 놀이문화”라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쉬는 시간 동안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됐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셩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