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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별부부傳 - 졸혼·반혼·합혼 부부의 재구성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11.20일 09:12
2016 별부부傳 결혼하지 않는 자, 지금 유죄!

혼인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만나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이 사는 ‘결혼’, 그리고 헤어지는 ‘이혼’의 큰 두 가지 형태에서 벗어났다. 최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졸혼’도 그중 하나다. 게다가 ‘사실혼’을 유지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동거한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쉬쉬했던 이들이 당당하게 사랑을 외친다.


그런가 하면 ‘합혼’도 있다. 3세대가 함께 살며 전통 가정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가족의 참맛이라는 부부가 그렇다. 새 삶을 찾아 행복한 졸혼 주부 이상옥 씨, 오랫동안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용호 씨 부부, 그리고 부부 세 쌍이 동거에 들어간 박준용 씨 부부까지 만나봤다. 여러 부부상을 들여다본다. 왜냐고? 어떤 모습으로 살든 행복한 부부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다. 비혼, 만혼…. 결혼하지 않는 자, 지금 유죄!



졸혼·반혼·합혼 부부의 재구성



굳이 스테파니 쿤츠의 <진화하는 결혼>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안다. 부부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우리 결혼하자’ 혹은 ‘우리 이혼하자’와 같은 흑과 백. 그 사이에 무수한 회색이 생겨나고 있다.




언제부턴가 자주 들리는 단어가 있다. ‘졸혼(卒婚)’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행이다. ‘소쓰콘(そつこん)’이라고 한다. 지난 2004년 <소쓰콘을 권함>(스기야마 유미코)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서서히 알려졌다.

이혼과는 다르다. 굳이 ‘별거’도 아니다. 법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자기 삶을 찾는 형태다. 100세 시대, 은퇴한 후에도 약 반백 년을 더 살아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도 졸혼 사례가 속속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황혼이혼이 노인 빈곤을 불러오고, 이혼을 바라보는 남들 시선도 아직 부담스럽기 때문에 ‘졸혼’으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보편적이진 않아서 스스로 ‘졸혼’이라 규명하진 않지만, 실제로 이러한 형태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다.

같이 살 수도 있고 따로 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누군가의 남편 또는 아내로 사는 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산다는 거다. 꼭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이러한 형태인 경우 부부끼리 가끔씩 만나 데이트도 한다.

김성환 씨(65) 부부가 그렇다. 김 씨는 광명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아내 이인혜 씨(56)와 각방을 쓴다. 은퇴 후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진 김 씨는 평소 그림을 그리고 작은 전시회도 연다. 김성환 씨는 “자녀 출가 후 남는 방을 놀리면 뭐하겠나”라면서 “내 작업실로 쓰니 좋다”고 했다.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김 씨는 ‘출사’를 자주 나간다. 지방 곳곳을 돌며 사진을 찍고 이를 보며 그림을 그린다. 한편 아내 이 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이다. 때문에 부부가 마주할 시간은 많지 않다. 이 씨는 그런 김 씨의 시간을 존중한다고 했다. “오히려 가끔 보니까 사이가 더 좋아진 것 같다”면서 “가끔씩 남편을 따라서 출사를 같이 갈 때면 여행 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이희철 씨(59)는 30년간 같이 살던 부인 고은영 씨(48)와 최근 주말부부가 됐다. 귀촌해 목공작업을 하며 사는 건 이 씨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러나 고 씨는 대기업 임원. 서로의 뜻을 존중해 이 씨는 귀촌하고 아내 고 씨는 서울에 남았다. 아내는 가끔 주말을 이용해 경산으로 내려가 남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고 씨는 “20년 넘게 살 부대끼며 살았는데 이제 지겨울 때도 됐지” 하면서 웃었지만 그 말에선 애정이 묻어났다.




함께 살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 반쪽 결혼, 반혼(半婚) 커플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55건이던 사실혼 확인소송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 4년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간 분쟁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반혼 커플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우선 젊은 층은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살아보고 신고하겠다는. 그런가 하면 아예 혼인신고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자녀계획이 없는 커플의 경우에 더 그렇다. 오롯이 ‘부부 중심’으로 살겠다는 생각이다. 사실혼 관계일 때는 소득세와 주민세 부과 시 배우자 공제 혜택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이 같은 사실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이 든 커플의 경우에는 자식의 반대로 혼인신고를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바로 상속 문제 때문이다. 7년 전 부인과 사별한 박종호 씨(67)는 5년을 혼자 지내다 2년 전 정모 씨를 만났다. 둘은 지난해부터 작은 아파트를 얻어 함께 살고 있다.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남남이다. 자식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서다. 현행법상 재혼이라도 혼인신고를 하면 박 씨의 재산에서 정 씨의 몫이 배당된다. 만일 재혼하고 박 씨가 하루 만에 사망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발의된 상속법 개정안에 따르면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의 절반이 우선 배당된다. 이후 남은 재산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배우자와 자녀가 1.5 대 1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배우자가 일단 50%를 가져가고 나머지 반에서 다시 1.5를 가져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우자가 70% 정도를 가져갈 수도 있다. 박 씨는 “이렇게 같이 살다가 내가 먼저 가버리면 이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사실혼’의 순기능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1년 자체 보고서를 통해 회원국의 사실혼관계 출산율이 1980년 11%에서 2007년 33%로 3배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실혼 개념을 일반적인 동거에까지 확대해 적용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관계’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관계’까지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혼(合婚). 친구, 형제, 자매 부부 등 여러 부부가 함께 사는 형태다. <진화하는 결혼>의 스테파니 쿤츠는 현재의 결혼이 남녀 둘만의 사적인 영역으로 넘어온 건 18세기 말부터라고 말한다. 원래 결혼이란 여러 가문이나 공동체들이 협동관계를 맺는 차원이었다. 실제로 케냐 루오족은 “그들은 우리의 적이고, 우리는 그들과 결혼한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되면서 결혼을 미루는 남녀가 늘어났다. 이는 개인주의 팽배, 출산율 저하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그러면서 공동체적 성격의 결혼 형태인 ‘합혼’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공 대가족’이라는 명칭으로 이러한 가정을 꾸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오사카에 거주하는 에토 마리 씨(27)는 동호회에서 만난 사토 마사키 씨(37)네 부부와 5년 전부터 함께 살고 있다. 에토 씨는 “예전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게 귀찮아서 일주일에 네 번 정도 외식을 했는데 이제는 식사 준비를 해주는 ‘가족’이 생겨 거의 집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사토 씨 또한 “일 때문에 아이를 보육원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오지 못할 때도 이를 대신해줄 가족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 사회학자는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진행돼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며, 자연적인 대가족제도가 사라지면서 등장하고 있는 대가족 희구 심리로도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공유 주거’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인천 검암역 인근의 빌라촌. 빌라 8세대 중 401호, 402호, 302호에 공동주거를 선택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리동네 사람들(우동사)’로, 이들은 한 집에 6명이 사는데 결혼한 커플 두 쌍과 1인 가구로 구성돼 있다. 서울 양천구 목2동 주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마을에 ‘모기동’이라는 애칭을 붙이고 상부상조하면서 산다. ‘사랑방’ 등 공통된 공간을 두고 가끔씩 마을축제도 연다. 이곳 또한 부부 두 쌍과 1인 가구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 밖에 성미산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주택협동조합 ‘뜨락’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① 졸혼(卒婚), 최해만·이상옥 부부


“결혼 졸업하고 진짜 나를 찾았죠”

“가정에서의 책임과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해요. 남은 인생은 하고 싶은 일들을 맘껏 즐기면서 살고 싶네요.” 중년의 여인은 어느 날 가족들에게 폭탄선언을 하고 해방을 맞았다.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풍속인 졸혼(卒婚). 졸혼과 동시에 인생 후반전을 만끽하고 있는 한 여성이 여기에 있다.

“‘골든 에이지’라고 생각해요. 요즘이 제 인생의 황금기죠. 가정이라는 아우트라인(Outline)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행복감은 훨씬 커졌어요.”(웃음)

이상옥 씨(57)가 밴드공연 리허설 무대에서 신나게 합주를 하고 내려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올 초부터 대전 지역 중년 여성들로 구성된 밴드 ‘아다지오’에서 키보드 연주를 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 무대에도 오르고 고아원이나 교도소, 양로원 등에 공연봉사도 다닌다. 본래 직업은 서양화가로, 일주일에 3번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책과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모임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1년에 두어 번은 해외여행을 간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배낭을 둘러메고 세계미술사를 찾아 떠난다.

2년 전 ‘졸혼’을 선언한 후 달라진 그의 일상이다.

이 씨는 남편이 환갑을 맞자 가족들에게 ‘결혼 졸업’을 공표했다. 지난 30여 년간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앞으로 30년은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겠노라 하는 다짐이었다.

“남편에 두 아들까지 남자 셋과 함께 지내다 보니, 밖에 나와 있어도 한쪽 끈은 집으로 늘 연결되어 있었죠. 애들이 밥은 챙겨 먹었는지, 남편은 퇴근했는지….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 끈으로 자신을 옭아맸어요. 이제부터라도 그 끈을 과감하게 놓아보기로 했습니다. 1년 365일 중 한 시즌은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남편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웃음)

이 씨는 78학번이다. 미술학도였던 시절, 그림 외에도 테니스와 사이클,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캠퍼스를 누볐다. 그러다 스물다섯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생활은 행복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편찮으셨던 시어머니의 병세가 짙어지고 투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십수 년간 시어머니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다. 아들 둘을 낳아 키우고, 남편 일본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결혼하고 십여 년은 살림과 육아, 시부모님 병수발에 생계까지 챙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죠. 어떤 날은 학원 가는 도중에 길가에 푹 주저앉았어요.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학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양화가가 되겠다던 꿈은 사치였습니다. 하루하루가 고난이었고 그림조차 생계로 그려야 했지만, 언젠가 지금 같은 시간이 올 거라 생각했기에 고단함을 견딜 수 있었어요.”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할 일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 조그마한 화실을 만들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총 11회에 걸쳐 개인전도 열었다. 불혹의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도 계속했다. 그러다 대학에 출강할 기회가 주어졌고, 젊은 대학생들과 소통하던 중 잊고 살았던 꿈이 퍼뜩 떠올랐다. 60대가 되기 전에 누구보다 활기차게 살았던 대학 시절로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혼인생활 졸업’을 선언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남편과의 관계는 더 좋아졌다. 각자 개별활동이 많아지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서로에게만 집중하게 된다고 이 씨는 귀띔했다.


남편 최해만씨와는 사이가 오히려 더 좋아져 여행도 자주 다닌다.

“최근 들어서는 남편과 여행하는 횟수도 늘었어요. 식구들 뒷바라지할 때는 꿈도 못 꾸던 일이죠. 최근에는 스페인을 갔었는데 현지 사람들처럼 유럽의 뒷골목을 거닐고 갤러리도 둘러봤어요. 자연스레 남편과 속 깊은 이야기도 하게 되었지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에게 ‘나와 살아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요즘 말로 ‘심쿵’하더군요.(웃음) 남편과 따로 또 같이 지내는 요즘이 참 행복하단 생각이 들어요. 주변 친구들도 저의 ‘졸혼 선언’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어요.”

그는 여성이 중년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활동반경이 달라지는데, 미래에 졸혼을 염두에 둔다면 젊어서부터 ‘뭘 해야 내가 행복할까’ 하는 고민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졸혼을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쉽지 않았지만 그동안 전공을 놓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하는 삶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인내해온 덕분이다.

“우리 때만 해도 여자는 인내하고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고 배우면서 컸죠. 그런데 지금은 무작정 참고 견디는 게 미덕은 아닌 시대잖아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육아와 일의 병행을 버거워하지만 그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내공을 쌓는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자유와 휴식은 더 달콤할 거라고 확신해요. 사실 기혼여성에게는 언젠가 이 모든 책임을 벗어던질 수 있는 날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희망이 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결혼을 졸업한다는 개념이 부부의 결혼생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봐요. 우리가 지겹고 힘들어서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나로 우뚝 서는 거, 얼마나 멋있어요.”

이 씨는 자신의 삶을 양분하는 음악과 미술을 즐기며 죽기 전까지 신나고 유쾌하게 살고자 한다. 나아가 재능을 소외계층과 나누고 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를 희망한다. 단 몇 년 과정의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앎이 깊어지는데, 하물며 30여 년의 긴 터널 같았던 결혼생활의 졸업은 얼마나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안겨줄까.

사진 이종수

② 반혼(半婚), 유용호·안혜정 부부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미지입니다. 사실혼에 대한 선입견으로 유 씨 부부는 사진촬영을 거부했음을 알립니다.

"혼인신고하면 더 행복한가요?"

긴 연애였다. 11년을 만났다. 그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스몰웨딩이었다. 하객은 양가 합해서 50명 남짓. 그렇게 부부가 된 지 벌써 5년째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부부지만,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다. 혼인신고를 안 했기 때문이다.

유별난 커플이었다. 유용호 씨(38)와 안혜정 씨(38)는 대학 신입생 때 처음 서로를 알게 됐다. 캠퍼스커플이었는데, 120명의 학과생 모두가 이 둘을 알 정도였다. 그만큼 뜨겁게 연애했다. 혜정 씨는 “집이 지방이라 고모 댁에서 등교를 했었다. 고모부가 엄해서 한때 10시가 통금시간이었다. 남편 좀 더 오래 보려고 주말 데이트 때는 새벽 6시부터 만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대학교 졸업하고도 결혼을 안 하니까, 대체 너흰 언제 결혼할 거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웃음) 제일 먼저 결혼할 것 같았던 커플이었다면서요. 사실 남편과 연애만 계속할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양가 부모님들이 결혼식은 올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하셨고, 저희도 결혼식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아서 소규모로 식을 치렀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이 우리 사랑의 또 다른 시작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마음껏 사랑하는 계기랄까요.”(용호)

문제는 결혼 이후였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산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더란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서로에게 확신이 없느냐는 것.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대로 묻고 싶어요. 결혼은 남녀가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거잖아요. 그 믿음이 곧 확신이 되는 거고요. 혼인신고가 곧 확신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믿음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혼인신고라는 법적 테두리를 둘 사이에 가져오는 것 아닌가요?”(혜정)

혹은 이들 사랑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도 있었다. 용호 씨는 “혼인신고는 계약행위에 불과한데 그걸 왜 사랑하는지 여부와 연관 짓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행복한데, 주변에서는 이들의 불행을 걱정했다. 아이러니였다.

“절친들이야 저희 부부를 워낙 잘 아니까 이해를 해요. 친구들한테는 농담하는 식으로 그러죠. ‘나 아직 총각이야’라고요.(웃음) 그런데 어르신들은 성화시죠. ‘너희가 무슨 프랑스 사람인 줄 아느냐, 그러다가 얼마 못 간다, 어차피 애 낳으면 할 것을 얼른 해라….’ 하도 그러니까 오기만 더 생기더라고요. 끝까지 행복한 모습 보여줘야지 하고요.”(용호)

용호 씨와 혜정 씨는 긴 연애 기간 동안 ‘결혼관’에 대한 대화도 많이 나눴다. 둘이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부부 중심으로 살자는 것이었다.

“자식 중심이 아니라, 양가 어른 중심이 아니라요. 우리 부부 중심으로 살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국가에 ‘등록’을 하는 게 우리 둘 관계를 부부로 공인하는 길이라 생각하는 게 싫었습니다.”(용호)

5년간 ‘사실혼’ 부부로 살며 불편한 점은 없었을까.

“글쎄요. 아직은 이렇다 할 불편한 점은 없었어요. 누가 아프면 병원에서 보호자 행사 못 하는 게 있다던데, 아직 병원 갈 일이 없었고요. 둘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까 연말정산 혜택도 어차피 누릴 게 없고요. 상속 문제 얘기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서로에게 상속해줄 만한 재산도 없어요.(웃음) 크게 고려할 대상이 아닌 거죠.”(용호)

혜정 씨는 오히려 뜻밖의 혜택(?)을 보는 건 있다고 했다.

“저희가 아파트를 월세로 살고 있는데요, 매달 70만원을 내고 있어요. 월세 지출이 너무 커서 대출을 좀 받고 신축 빌라로 옮길까 생각 중인데, 저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소득 합산이 안 되게 저 혼자 소득으로 신고해야 조건이 되더라고요. 이럴 땐 신고 안 한 게 좋은 점 같아요.”

아이도 없고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부부. 관계의 결속력을 보장해줄 장치가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 결속력이란 게 아이와 혼인신고가 되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요. 부부라는 관계, 그 두 사람을 묶는 건 사랑인 거지 왜 아이와 법적장치에서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혜정)

둘은 아이를 낳지 않을 생각이다. 혹여나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용호 씨는 “정관수술을 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몇만분의 일의 확률로 아이가 생긴다면, 삶의 설계도를 조금 바꾸긴 할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혼인신고 안 하고 오래 사는 부부가 나왔어요. 자식도 낳고 잘 살다가 예순이 넘어서야 혼인신고를 하더라고요. 부부가 생각해서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다들 하고 사니까 해야 한다 싶어서 하는 건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아내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필요를 못 느끼는 건데, 혼인신고를 안 하고 사는 게 불편함을 초래한다거나 하는데도 끝까지 무언가 쟁취하려고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행복하려고 하는 거니까요. 그전까지는 ‘신고하지 않고 부부로 살 권리’를 누릴 계획입니다.”

사실 이들 부부를 만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아직도 존재하는 ‘사실혼’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노출을 꺼린 탓이다.

“사실혼이 맞는 말이긴 한데, 저희는 그 단어가 싫어요. 어쩔 수 없이 인정되는 관계라는 수동적인 느낌인 데다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요. ‘사실상 혼인’이라는 건데, 저희도 어엿한 부부거든요.”

혜정 씨는 “행복한 부부인데 마치 죄인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우리 부부의 뒷모습을 권리 추구와 현실과의 간극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씁쓸히 웃었다.

사진 안규림

③ 합혼(合婚), 박준용·장영 부부


피 안 섞인 부부 세 쌍의 동거

강서구 내발산동. 대로변을 지나자 갑자기 작은 주택가가 나온다. 중간에는 텃밭이 있고 주택 몇 채가 아치형으로 지어졌는데, 마치 도심 속 숨은 공간 같은 느낌이다. 그곳에 ‘행고재’가 있다. 행복을 널리 알리는 집이라는 뜻이다. 박준용 씨(47), 장영 씨(47) 부부는 여기에서 두 쌍의 부부와 함께 산다.

한 지붕 세 가족이 따로 없다. 3층짜리 집. 1층에는 장다나 씨(37)와 박준형 씨(39) 부부가 산다. 2층에는 회사원 고승범 씨(36)와 중학교 교사인 김애현 씨(38)가 살고 슬하엔 4살배기 아들 은기가 있다. 박준용 씨(47)와 장영 씨(47) 부부는 3층에 산다. 두 아들 서인(14), 이린(8)과 함께다.

지난 10월 초 어느 날 오전. 다들 출근한 가운데 3층 준용 씨 부부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내 장영 씨는 “2층 부부의 아들인 은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영 씨는 출근이 이른 2층 부부를 대신해 매일같이 은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은기는 이런 영 씨를 이모처럼 따른다. 1층의 준형 씨 부부는 아직 신혼이라 아이가 없다. 대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 이들이 열흘간 여행을 떠나면 고양이를 돌보는 건 2, 3층 부부의 몫이 된다.

세 부부는 남남이다. 피 한 방울 안 섞였다. 이들은 영화감상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서로 알고 지낸 지는 약 5년 정도 됐다. 같이 산 지는 1년 반째다. 준용 씨의 제안이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저희도 일반 아파트에서 살았죠. 둘째를 낳고 나서까지 살았으니, 10년 넘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한테 자주 하는 말이 ‘뛰지 마’가 되더라고요. 한참 뛰놀 나이인데. 아이가 커서 돌이켜 봤을 때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아파트인 것도 별로였어요. 그래서 아내와 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준용 씨는 현재 공연평론가로 일한다. 건축 쪽 일과는 거리가 먼 삶. 막연히 ‘내 집을 갖고 싶다’고 하던 중 덜컥 땅을 계약한 게 계기가 됐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하긴 했지만 잔금이 만만찮았다. 그렇게 같이 살 사람을 찾기 시작했는데 마침 정기적으로 보던 승범 씨 부부와 준형 씨 부부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4년 4월 함께 집을 짓기로 했고, 지난해 5월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돈은 세 부부가 나누어 냈다. 때문에 각 세대가 실질적인 소유주다. 세 부부는 행고재 합의문을 만들고, 외형상으로는 임대와 임차의 형식을 취하지만 내부적으론 각 세대가 실질적인 소유주 역할을 하도록 했다. 전세보증금 인상도 없고 ‘전세보증금 올릴 테니 나가라’는 명령도 없다. 전세살이에 지친 세 부부에게 더없이 좋은 점이다.

함께해서 좋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영 씨는 “서로 아이를 봐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장점”이라면서 “2층 은기를 매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대신 중학교 교사인 애현 씨가 주말마다 중학생인 큰아들 서인이에게 수학을 지도해준다”고 했다. 게다가 아이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됐다.

“엄마, 아빠와는 또 다른 어른들과 함께 사니까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같은 상황을 두고도 여러 어른들의 생각을 좀 더 폭 넓게 받아들이며 사니까요. 그리고 내 아이를 가족처럼 예뻐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다는 것 또한 아이들 정서함양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첫째는 틈만 나면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요. 교우관계를 넓히는 매개 중 하나가 집이 된 거죠.”

두 부부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갈등도 더 빨리 해결된다.

“세 부부가 같이 사니까 그런 접촉면이 넓을 수밖에 없죠. 각 부부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기가 쉬우니까요. 우리 부부만 있었다면 둘이서 끙끙댈 문제를 좀 더 수월하게 풀 수 있어요.”

사소한 이점도 많다. 이를테면 장볼 때. 대량으로만 파는 음식들을 나눠 먹기 좋다. 온라인공동구매도 용이하다. 아이들 장난감, 책, 그리고 옷 등 ‘물려주기’도 즉각 이뤄진다. 장영 씨는 “당장 서로에게 뭘 해주는 게 아닐지라도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고 했다.

“같이 살 때 중요한 점은 이런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약간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조금의 손해도 안 보고 살고 싶다면 이런 주거형태는 맞지 않죠. 예를 들어 토요일에 다 같이 청소를 하기로 했는데, 아랫집에서 숙취 때문에 못 나온다고 해요. 그러면 그 몫까지 감수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겠죠.”

세 부부는 적어도 향후 10년간 이 집에서 살 생각이다. 10년 후에는? 그때 가서 정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이들의 ‘합의문’에도 들어가 있다. 준용 씨는 “10년 후에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다 같이 생각해보기로 했다”면서 “통째로 리모델링할 수도 있겠고, 동의하에 팔 수도 있다. 그때의 주거환경과 세 부부의 의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 같이 살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더 컸습니다. 아무래도 세 가정의 자산이 다 엮이는 것이다 보니 사이가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내부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모든 우려는 외부에서 오더라고요.”(웃음)

장영 씨는 “현재까지 아무런 갈등 없이 살고 있다”면서 “지난봄에 1주년 파티를 했을 때,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소회를 밝힐 정도로 세 가족 모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서성윤, 조선일보DB

어떻게 생각하세요?

누구와 뭘 하며 살든, 행복하면 됐지!

부부들의 생각을 물었다. 다양한 혼인형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191쌍 부부 중 절반은 새로운 형태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기존의 혼인형태를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결혼문화 전문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변화의 물결은 이미 시작된 셈”이라고 해석했다.

설문은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진행했다. 남성 응답자(61명, 31%) 포함 총 191명이 참여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다양했는데 40대(65명)가 전체 응답자의 34%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50대 이상이 57명으로 29%를 차지했다. 결혼한 지는 대부분이 10년 차 이상(56%, 108명)이었다. 1년 차 미만인 새댁도 28명(14%)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95명, 48%)은 현재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은 65명(34%). 불만족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15%(31명)였다. 결혼생활에 불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남편과의 성격 차이(34명)를 꼽았다. 시댁과의 불화(16명)라고 답한 이도 꽤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혼인신고를 결혼식 직후에 했다(134명, 70%). 결혼식 전에 한 사람도 18명(9%) 있었다. 1년 정도 살아보고 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8%(16명)였으며, 아직 하지 않은 부부도 18명(9%) 있었다. 혼인신고를 미룬 부부는 총 39쌍이다. 왜 그랬을까. 39명 중 10명은 “배우자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15명은 “혼인신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으며, “바쁘고 경황이 없어서 미루게 됐다”는 답변도 있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반혼’ 커플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이들 대부분(57명, 29%)은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로에게 확신이 없는가 보다”라고 답한 사람도 35명(18%) 있었다. 한편 아무런 선입견도 없다고 답한 사람도 40명(20%)이나 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 중 ‘졸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59명(29%)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9%(75명).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57명으로 29%를 차지했다. 졸혼을 원하는 시기도 지금이라도 당장(21명, 10%)부터 은퇴 무렵 어느 정도 자금을 모았을 때(7%, 15명)까지 다양했다. 졸혼을 원하는 이유로는 “늦게나마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서(28명, 14%)”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배우자 혹은 가족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답변도 10%(21명)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졸혼에 대해서 주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절반 가까이가 “이혼이란 말을 좋게 포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24%, 47명).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시기상조인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7명(19%) 있었다. 황혼이혼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답은 37명(19%)이었다.

답변자들은 여러 부부가 모여서 사는 ‘합혼’의 형태에 대해서는 대다수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총 97명(50%)이 “불편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육아나 살림 등 서로 돌봐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26명(13%) 있었다.

합혼을 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사람으로는 “친정부모님(31명, 16%)”을 꼽았다. 취미,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 부부와 해보고 싶다는 응답도 9%(19명) 있었다.




이들은 다시 결혼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혼인형태로 ‘계약혼(25명, 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124명, 64%)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답했다.

졸혼, 반혼, 합혼 등 다양해지는 혼인형태에 대해서는 60명(31%)이 “전부 말장난 같다. 사실 결혼 아니면 이혼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어떻게 살든 행복하면 된다”(45명, 23%)와 “삶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혼인형태도 존중돼야 한다”(36명, 18%)며 흐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한 부부는 81쌍(41%)으로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새로운 혼인형태,

결국 여성이 만든다”
이 웅 진

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이사

“이전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혼인형태가 나타나는 시점입니다. 결혼문화의 변화 주기는 20년으로 봅니다. 대가족의 해체, 여성상위 시대, 100세 시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러한 변화들이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90년대와는 다르게 다양한 혼인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이웅진 소장은 “지금은 결혼을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 하는 점보다는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진 시기”라면서 “때문에 ‘행복한 결혼생활’의 모습도 그만큼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보편적이지는 않다. 졸혼, 반혼, 합혼과 같은 혼인형태가 기존의 형태를 상쇄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작은 균열이 둑을 무너뜨리지 않느냐”면서 “국민의 단 10%라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서 90년대 초에는 맞벌이라는 게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일반화됐잖습니까. 동성결혼은 어떤가요. 20년 전엔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논의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보편적이진 않더라도 이처럼 새로운 혼인형태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런 물결이 한 축이 되는 건 시간문제인 거죠.”

이 시대 다양한 부부의 모습. 그는 이런 모습을 존중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제가 수많은 부부들을 만나봤는데, 어떻게 살든 서로 통하는 게 하나만 있으면 잘 살더라고요. 서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하나라도 있으면요. 어떻게 사는지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고, 관여할 문제도 아니죠. 우리가 왜 그들의 삶에 검증되지도 않은 행복과 불행의 잣대를 들이대서 잘잘못을 따집니까. 어불성설이죠.”

이 소장은 지금까지 수천 커플을 만나왔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 여성이 주도하는 거더란다. 그는 “여성상위 시대가 되면서 소비에서 문화까지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부부의 형태 또한 여성이 먼저 이러한 키워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은 따라가는 양상이다”라고 했다.

“어쨌든 결국 중요한 건 개인의 행복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책임이 따르죠. 오늘 행복해서 선택했던 게 시간이 지나면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면 혼인의 여러 가지 형태는 존중해야죠.”

실제로 결혼정보업체들의 서비스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중년들을 위한 데이트 서비스는 이미 인기다. 검증된 중년 회원들의 건전한 데이트를 돕는 서비스로, 좀 더 나아가면 계약혼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고 이 소장은 내다봤다.

이 소장은 “계약혼 같은 경우도 이미 마음의 준비들은 다 돼 있다”면서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남아 있을 뿐”이라고 했다.

“결혼문화는 앞으로 더 다양해질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2016년의 새로운 형태에 대한 평가는 한 세대가 끝나는 무렵인 20년 뒤쯤에 나오겠죠. 이런 혼인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유형이 확산될 수도, 축소될 수도 있을 거라 봅니다.”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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