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친척집 생일에 갔다가 오랜만에 사촌형님을 만났다. 형님은 나를 부둥켜 안더니 그간 잘 지내는가고 물으면서 몹시 반겼다. 형님의 인자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앞섬을 어쩔수 없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들어있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나는 급전이 필요해 사촌형님을 찾아갔다
“형님 돈 500원만 좀 꿔줘요. 이제 돈이 생기면 인차 갚겠습니다”
“그래, 돈은 빌려줄수있다만 차용증은 받아야겠다.” 형님의 말에 나는 그만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친척형제간에, 더구나 그까짓 몇백원가지고 차용증까지 받다니? 형님하고 형수, 그리고 조카까지 모두 월급쟁이여서 형님은 돈을 저축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돈 좀 꾼다고 이렇게까지 인정머리없이 놀다니?
나는 기분이 잡쳐서 아예 다른 집에 가볼가 하다가 그대로 참았다.
그리고는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가졌다.
그런후로 그 형님이 더없이 미워났다. 잘 살지 못하는 나를 도울 대신 이같이 “업신”여기는 형님이 인정스럽지 못하다고 늘 생각했다.
웬만한 형님같으면 이만한 돈은 그저라도 쓰라고 줄게 아닌가!
그때 내가 어렵게 산다고 다른 친척들은 몇백원쯤 되는 꾼돈은 후에 내가 갚으려해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돈이 제일 많은 사촌형님은 그 얼마되지 않는 돈도 못 받을것같아서 기어이 차용증을 쓰라고 하니 내심 기분나빴던것이다.
나는 반발심에 이 돈을 어서 갚고 형님과 다시는 마주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돈을 벌었다.
두달후 내가 돈을 가지고 형님을 찾아갔더니 형님은 웃으면서 돈을 되려 나에게 돌려주는것이였다.
“너 그동안 형님을 많이 욕했지? 내가 왜 차용증을 써라 했겠니? 내가 보건대 넌 어렵게 사니까 친척들의 돈을 꾸면 안갚아도 된다는 심리가 있더구나. 그래서 이번에 너의 그 나쁜 생각을 고쳐주려고 일부러 그런거야. 나라고 왜 네가 어려운 살림을 사는걸 모르겠느냐? 오직 네가 열심히 돈 벌려 한다면 많이 도와주고 싶단다.”
형님의 진지한 말을 들었을때 나는 얼굴이 뜨거워났고 형님이 더없이 고마워났다.
형님은 원래 이같이 마음이 착하고 훌륭한 분이란걸 그날에야 처음으로 느꼈다.
한때 나에게는 확실히 어렵게 산다는 리유로 친척들의 돈을 쓰고 후에 갚아주려 할때 친척들이 그만두라 하면 아이구 좋아라 하는식으로 갚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잘 살기에 적은 돈은 안 돌려줘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촌형님과의 차용증풍파가 있은후부터 나는 부지런히 돈을 벌었고 남들의 돈을 빌리면 꼭 갚아주군 하였다.
그날 생일잔치에서 사촌형님과 가지런히 앉아서 술잔도 많이 기울였다. 사촌형님과 함께 마시는 술은 그토록 맛이 좋았고 기분도 더없이 좋았다.
/김만철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