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스캐처원주(州) 중부도시 새스커툰에서 지난 4월 강아지 양육권 소송이 벌어졌다. 16년 결혼 끝에 이혼하기로 한 부부가 애완견 케냐와 윌로우를 누가 키우느냐 문제로 양육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자녀가 아닌 애완견을 두고 벌어진 기상천외한 양육권 소송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일(현지시간) 캐나다 CBC방송에 따르면 새스커툰 고등법원의 리차드 대니리어크 판사는 지난 8월 이 애완견 양육권 소송을 각하했다. 대니리어크 판사는 15쪽짜리 판결문에서 “개는 대단한 창조물이다. 어떤 이들에겐 가족 과도 같은 존재다”라고 첫 문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개는 개일 뿐(a dog is a dog)”이라며 “법에서 개는 재산이자, 소유하는 가축이기 때문에 가족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애완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볼 것이냐는 이번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캐나다 국민들도 이번 소송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소송을 제기한 부부는 슬하에 자녀 없이 애완견을 키우며 살았다. 하지만 법원은 애완동물은 법적인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양육권 소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니리어크 판사는 판결문에서 개와 자녀(가족)의 차이도 분명히 했다. 그는 “캐나다 국민은 사육자에게 자녀를 사지 않고, 순종 혈통을 위해 교배해 자녀를 낳지도 않는다. 또 자녀가 아플 때 비용을 고려해 안락사를 시킬지 고민하지 않고, 자녀가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 입 마개를 씌우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니리어크 판사는 “부부 중 누군가가 버터 칼에 깊은 애착을 가졌단 이유로 내가 한 쪽에 버터 칼 임시 소유권을 주고, 다른 편은 주당 1.5시간씩 버터 칼에 제한된 접근을 하도록 면접권 판결을 내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부부가 강아지 양육권 소송을 벌인데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이번 소송이 법원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가 계속 법정 다툼을 이어간다면 법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라며 “개를 팔아서 수익금을 양쪽이 나누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