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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서 혼자 사는 것보다 北아들 생각하면 가슴이…”

[온바오] | 발행시간: 2017.01.25일 12:28
[데일리 엔케이 ㅣ 김가영 기자] “내 새끼랑 이 노래 같이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죽기 전에 아들을 한 번이라도 품에 안아볼 수 있다면 원이 없겠어요.”

탈북민 김경애(가명·74) 씨는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들으며 고향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구정설을 맞아 사단법인 탈북자동지회(회장 최주활)가 24일 주최한 ‘무연고 탈북민 어르신 초청 행사’에 참석한 김 씨는 흥겨운 북한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도, 이내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다. “어미 없이 혼자 살아왔을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져요. 그동안 날 얼마나 원망하며 살았을까요.”

▲사단법인 탈북자동지회가 24일 서울 종각 부근 평양모란관서 개최한 ‘무연고 탈북 어르신 초청 행사’ 모습. 서울에 거주 중인 30여 명의 무연고 탈북 노인들이 참석해 북한 음식과 공연을 즐겼다. /사진=김가영 데일리NK 기자

탈북민 박신자(가명·68) 씨도 “북한에서 독거노인은 따로 취급도 안 하는데, 한국에선 명절이라며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주고 공연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면서도 “북한에서 고생만 하다 죽은 남편과 두고 온 자식들을 생각하면 나 혼자 이렇게 배불리 먹어도 되나 싶다”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박 씨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끝내 울먹이며 손을 내저었다.

가족과 친지 없이 한국에 정착한 무연고 탈북민들은 설과 같은 민속 명절이면 좀처럼 시린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 이웃집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솔솔 풍겨오는 설음식 냄새에 홀로 보내는 연휴가 더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풍족하진 않아도 가족들과 부대끼며 명절을 보내던 때가 있었지만, 가족과 고향을 떠나 홀로 산지 오래되면서 그마저도 기억이 희미해진다는 탈북민들도 많다.

18세에 홀로 탈북했다는 하윤희(가명·27) 씨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명절이면 특히 더 외로워져서 친구들이나 탈북민 언니네 집에 놀러가고는 한다”면서 “실컷 수다 떨고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다. 명절이랍시고 음식을 잔뜩 해도 같이 나눠먹을 가족이 없어 그냥 이웃집이나 친구들 나눠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하 씨는 이어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 만에 취직했는데, 첫 월급을 타도 부모님께 선물이나 송금을 하기는커녕 연락이 잘 안 돼 안부를 묻기도 힘들다”면서 “10년이 지나도록 부모님을 한국에 모셔오지 못해 애가 탈뿐이다. 탈북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부모님만 생각하면 불효녀가 된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고 전했다.

군 제대 직후 탈북했다는 곽일형(가명·35) 씨도 “북한에서 뭐라도 제대로 배운 게 없어서 한국에 와선 계속 일용직 노동만 하고 있는데, 설 명절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돈을 더 벌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느니 정신없이 일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일터에) 나간다. 설 명절이라는 걸 의미 있게 쇤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도 설 명절이면 남모를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 10대 시절 한국에 정착해 ‘그룹홈(보호시설)’ 생활을 했던 탈북민 오기쁨(가명·25) 씨는 “학급 친구들끼리 설 명절에 가족들과 여행갈 계획 등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조용히 자리를 떠야 했다”면서 “(보호)시설에서 날 받아줬다는 자체로 참 감사했지만, 급식 먹듯 떡국 한 그릇 먹고 방에 되돌아가 있을 때면 이 세상에 혼자라는 서러움이 북받치고는 했다”고 털어놨다.

탈북민 정지혜(가명·26) 씨도 “한국 학생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공부도 많이 뒤처진 데다, 24살(무연고 탈북청소년 보호 제한 연령)이 넘으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10대 시절은 늘 위축돼 있었다”면서 “낯선 사회에 혼자 뚝 떨어져 공부도 하고 돈까지 벌어야 하는 건 내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니 또 한 살 먹게 되는 설날이 반가울 리가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돈을 모으며 공부하고 있다”면서 “비록 지금은 너무나 외롭고 힘들지만, 나중에 부모님 뵀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무연고 탈북민들의 고충이 크지만, 얼마나 많은 무연고 탈북민들이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각종 추정 통계에 의하면, 서울에 살고 있는 무연고 탈북 노인들만 40~50명에 달하고 전국에 있는 무연고 탈북 청소년은 400명이 넘는다. 다만 무연고가 되는 사유와 시기가 모두 다른 터라 매해 무연고 탈북민 인원을 정확히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탈북민 관련 단체 및 기관들에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연고 탈북 노인들의 고독사나 무연고 탈북 청소년들의 탈선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아울러 같은 탈북민들이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만큼, 관계 형성을 위한 사회적 노력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무연고 탈북민들은 한국에 정착할 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른 탈북민들에 비해 어려움이 많다”면서 “탈북자동지회도 처음으로 무연고 탈북민 분들께 든든한 한 끼 드시게 하려고 행사를 열었는데, 보다 더 많은 단체나 기관들에서 무연고 탈북민 분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무연고 탈북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반찬이나 생활용품 마련을 도와주고 있다는 탈북 대학생 윤혜민(가명·27세) 씨도 “부모님뻘 나이의 고향 분들이 추운 날 홀로 살고 계시다는 게 가슴 아파 3년째 무연고 탈북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있다”면서 “탈북민 사회를 더욱 건강히 만들어야 통일 후에도 고향 분들에게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연고 탈북 어르신들을 비롯한 3만 탈북민이 한국에서 새 가족으로 지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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