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도심 혈투극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3년6개월여 이상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도피 행각을 벌여 오던 조직폭력배들이 사실상 일망타진됐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류혁)는 6개월 이상 끈질긴 추적 끝에 부산의 3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통합서면파’, ‘연산통합파’ 등 조직원 16명 중 14명을 검거해 13명을 범죄단체 등의 구성 및 활동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8년 7월7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손도끼, 회칼 등을 동원한 조직 간 혈투극, 2006년 1월20일 부산시립 장례식장인 영락공원에서의 조직 간 ‘집단 린치’ 사건 등을 주도한 극렬 행동대장 및 대원으로 수사망을 피해 가며 장기간 붙잡히지 않고 숨어 지낸 인물들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모(39) 씨는 암자, 산악 지역 농가 등으로 도피를 하기 위해 차량이 필요했지만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하려고 철저한 ‘모범 운전자’로 생활했다. 안전띠를 매고, 신호등의 노란불이 켜지면 차량을 세우고 철저히 정지선을 지켰다. 보행할 때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지키며 불심검문에 걸릴 소지를 완전히 차단한 채 법규를 준수해 수사망을 피해 왔다.
오모(36) 씨는 쌍둥이 형의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과 인상착의로는 전혀 분간이 안 되는 형으로 가장해 4년여간 생활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오 씨의 진료 기록과 몸의 흉터 등 신체 기록으로 형과 구별되는 점을 찾아내고 결국 지문 확인으로 오 씨를 검거했다. 이 밖에 행동대장급 동모(40) 씨도 쌍둥이는 아니지만 얼굴이 비슷한 동생의 신분증으로 신분을 위장해 왔으며, 조사를 한번 받고도 동생으로 가장해 도주하기도 했다.
최모(41) 씨는 수배 당시 수사기관에 공적인 사진 및 영상 자료가 전혀 없어 인상착의를 모르는 상태여서 장기간 도피 생활이 가능했다.
검찰은 그러나 주변을 끈질기게 탐문한 끝에 최 씨가 아버지 이름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개설해 IPTV를 시청하는 등 첨단 IT기기를 개통한 사실을 확인한 뒤 노인들은 이 같은 TV 개통을 잘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은신처에서 최 씨를 검거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검거되지 않은 2명 중 1병은 베트남에 도피 중인 것으로 확인돼 베트남 당국에 협조 요청을 했다.
나머지 1명은 모든 수법을 동원해도 여전히 유령처럼 오리무중이어서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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