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가 미군 특수부대가 지난달 예멘 알카에다 기지를 기습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추종자들에게 미국을 공격할 것을 촉구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테러감시단체인 시테(SITE)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AQAP)의 지도자 카심 알 라이미가 지난 4일 연설에서 자신의 휘하 조직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에서 미군과 맞서 싸우는 극단주의자들과 비교했다고 전했다.
라이미는 "전쟁터의 우리 사자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미국이 오만하게 여러분의 땅을 짓밟고 있다는 것"이라며 "소말리아 모가디슈 기습공격과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의 승리, 그리고 이라크 팔루자에서의 끈기를 그들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라"고 촉구했다.
라이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의 새 멍청이"라고 칭하면서 "그들의 딛고 있는 땅을 불태워 악마의 속삭임을 듣게 하라"고 말했다.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은 지난달 29일 예멘에 있는 알카에다의 기지를 기습 공격, 다수의 알카에다 대원과 민간인들을 사살했다. 작전 중 미군 측에서도 네이비실 요원 한명이 전사하고 3명이 다쳤다.
라이미는 미군의 이번 공격으로 25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희생자 가운데는 AQAP의 고위급 인사 2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QAP가 미군의 기습 공격을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위기그룹은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미군 병사가 동원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 현지의 부족간 정치적 역학관계를 경시한 점은 AQAP의 반(反)서방 구호에 악용돼 반미정서를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새배기자 (newboat@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