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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도 保革갈등 … 로마시내 ‘교황 비방’ 벽보

[기타] | 발행시간: 2017.02.07일 12:12

4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부착된 프란치스코 교황 비방 벽보를 한 남성이 읽고 있다. 이 벽보에는 “당신의 자비는 어디에 있습니까?”란 글귀와 함께 교황이 사제를 제거하고 몰타 기사단을 참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P연합뉴스

교황 개혁적 행보에 反感품은

가톨릭 보수세력이 배후인 듯

伊경찰, 벽보 제거·출처 추적

‘자비의 아이콘’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방하는 벽보가 최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나붙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직 소행 단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교황의 개혁적 행보에 반감을 품은 가톨릭 보수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추측이 우세하다.

CNN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로마 시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찡그린 얼굴 사진과 함께 “당신의 자비는 어디에 있습니까”란 글귀가 쓰인 벽보가 붙기 시작했다. 벽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을 제거했다. 몰타 기사단을 참수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에 6일 이탈리아 경찰은 200여 장의 벽보를 제거하고 벽보가 붙은 장소 인근의 CCTV를 확인, 소행 단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직 수사 진행 상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은 가톨릭계의 보혁갈등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황청은 그간 두 달 넘게 가톨릭계 대표적 보수파인 몰타 기사단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몰타 기사단은 11세기에 구호활동 등 의료 목적을 위해 탄생한 단체인데, 성과 결혼, 가정 등과 관련한 가톨릭 윤리에서 엄격한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인공적 피임을 ‘필요악’으로 보는 등 어느 교황보다 진보적 정책을 펴 온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반기를 들어왔다.

실제로 로마 시내에서 벽보가 나타나기 시작한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몰타 기사단에 파견할 자신의 대리인으로 안젤로 베치우 대주교를 임명한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몰타 기사단을 이끌었던 보수파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대신해 몰타 기사단을 정상화할 책임자로 파견 대리인을 임명한 것이다.

이에 가톨릭계 보수파는 교황이 2014년 버크 추기경을 교황청 대법관 수장에서 몰타 기사단 사제로 강등시킨 데 이어, 다시 한 번 몰타 기사단에서 배제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의 갈등이 이 같은 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미얀마 콘돔 배포’ 사건 때문이다. 몰타 기사단은 에이즈 방지 목적으로 미얀마 빈민들에게 콘돔을 배포한 것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12월 초 알브레히트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해임했는데, 교황청이 해임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조사단을 꾸렸다. 이에 몰타 기사단은 교황청이 간섭한다며 협조하지 않아 항명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끝내는 지난 1월 매튜 페스팅 몰타 기사단장이 항명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출처: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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