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장벽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멕시코 전역서 수만 명 결집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멕시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 설치 등에 반발하는 반(反) 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 시티의 중심가에 약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트럼프씨, 멕시코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트럼프, 멕시코를 통합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 초록과 하얀색, 빨간색으로 구성된 멕시코 국기도 휘날렸다.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 줄리아테 로사스는 트럼프와 아돌프 히틀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가 연합해 그(트럼프)와 그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손녀딸과 함께 시위에 나온 호세 산체스(73)는 "장벽이 아닌 다리를 세울 때"라며 트럼프의 멕시코 장벽 정책을 비판했다.
미국인도 시위에 참가했다. 에릭 스미스는 "멕시코에 미안하다"며 "나의 대통령이 부끄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나도 장벽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멕시코 시티 외에도 멕시코 전역에서 진행됐다. 과달라하라, 몬테레이, 모렐리아 등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반트럼프 시위에 결집했다.
멕시코 내 반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애국심도 고조되고 있다. 스타벅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미국산 불매운동에 이어 소셜미디어에 멕시코 국기를 올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반미 정서를 이용해 지지율 반등을 도모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가 아니다. 페나다'(#It'sNotTrumpIt'sPena)라며 니에토 대통령에 비판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는 뜻의 해시태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멕시코의 새로운 국수주의에 힘입어 '좌파계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페즈 오브라도르는 2018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이날 시위에 참석하는 대신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해 트럼프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12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장벽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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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