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조연경]
이요원(37)이 가족 영화로 4년만에 스크린 컴백 시동을 건다. 제목부터 '그래, 가족(마대윤 감독)' 이다. 인터뷰를 통해 이요원의 가족 이야기도 살짝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질문부터 원천봉쇄, 비공개 결혼식 '시조새'다운 모습을 보였다.
영화 속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 성격은 실제 이요원과도 상당히 닮았다. 하지만 맺고 끊음이 정확하고 굳이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그 만큼 포기한 것도 많지만 후회는 없다. 청순가련했던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난, '현재' 이요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 데뷔 20년 차가 됐다. 원로 배우에 가깝다.
"이상하다. 내가 20년 동안 연기를 할 줄도 몰랐고, 20년 차가 되면 엄청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 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웃음)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너무 힘들다. '왜 안 될까. 난 왜 안 되지?'라는 고민이 늘 뒤따른다."
- 데뷔 초와 비교하자면 어떤가.
"어렸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다. 조금만 잘해도 '꽤 잘하네~'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까 '진짜 나 잘하나? 사람들이 계속 나한테 잘한다고 하네?'라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되더라. 지금은 옆에서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그 말이 오히려 안 들린다. 부족한 것 같고 아쉽고 그렇다."
- 선배 이요원도 후배들을 자주 칭찬하나.
"어느새 나도 그러고 있더라. '잘하고 있어~'(웃음) 솔직히 내가 나를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따지고 보면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뭘. 그냥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 배우 이요원을 스스로 평가해 본다면.
"이렇게 세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은 잘 못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어떤 스태프가 생활 연기 진짜 잘 한다고, 생활 연기 한 번 해 보라고 했는데 희한하게 그런 작품을 못 만났다. 날 괴롭히고 채찍질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캐릭터를 주로 맡게 되더라."
-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대중이 원하는 것의 차이는 늘 큰 것 같다.
"맞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했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끝내면서 내 단점과 부족한 점을 배우게 됐다. 나만의 길을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배우 이요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만족감은 느낀다."
-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 굳어있고 센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에 말랑말랑 풀어진 듯한 캐릭터가 끌린다. 내 나이 또래 여자 캐릭터를 해 보고 싶다. 또 영화로는 범죄 오락물에 눈길이 간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장르물에 내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 작품 외 예능 출연은 잘 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신인 때 많이 해 봤는데 재주가 없고 재능이 없다. 못한다는 것을 하면서 많이 느꼈기 때문에 굳이 하고 싶지 않더라. 그나마 잘 한다는 칭찬을 들었던 것이 시트콤이다. 그 때도 현장에서는 못 한다는 소리를 엄청 많이 들었지만.(웃음)"
- 연기 역시 이 악물고 연습했나.
"정극 연기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에게 혼나면서 배우긴 했지만 그 때부터 주변 사람들도 '잘 어울린다. 괜찮았다'는 말을 해줬다. 나도 재미있었고. 그래서 시대물을 많이 선택했다. 로맨틱 코미디도 별로 안 했다. 트렌디 물은 보는 것도 재미 없더라."
- 다른 꿈을 꾸지는 않았나.
"꿈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냥 누구나 말하는 선생님? 엄마는 약사가 되길 원하셨다."
-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어디 가서도 행동을 조심해야 하고 컴플레인도 못 건다. 혹시 다른 오해를 할까봐.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않나. 똑같은 장면을 봐도 해석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평소에 다닐 땐 편하게 다니는데 행동은 조심하는 편이다."
- 자기 관리에 굉장히 철저하다.
"남한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부탁도 안 한다. 내 부탁을 들어주면 나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애초에 그런 일을 안 만들려고 한다."
- 사생활 공개도 거의 하지 않는다. 비공개 결혼식을 처음 시작하기도 했다.
"처음이라 욕을 엄청 많이 먹었다.(웃음) 그 땐 단순한 선택이었다. 나처럼 얼굴이 알려진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이 너무 싫었다. 예를 들어 협찬 등 모든 것을 다 포기해도 공개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포기랄 것도 없다. 그냥 내 결혼식이니까 내가 알아서 준비했을 뿐이다."
- 최근 학업과 드라마 촬영을 병행했다.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불야성' 스케줄이 생각보다 괜찮아 함께 할 수 있었다. 학업에 욕심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대학에 갔지만 편의를 봐주지 않아 휴학을 했다가 엄청 늦게 복학해 졸업은 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별로 계획하면서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조연경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출처: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