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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제대로 관람하는 방법

[온바오] | 발행시간: 2017.02.17일 14:37

▲ 류드밀라 미헤에스쿠

[Korea.net]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성 바실리 대성당은 (Saint Basil's Cathedral)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적인 건축물 중 하나다. 서로 다른 9개의 아름다운 탑으로 구성되어 있는 성당의 모습은 모스크바에 와 본 적이 없는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성 바실리 대성당에는 인상적이고 슬픈 전설이 있다. 그 전설에 의하면 '이반 뇌제(雷帝)'라 불릴 정도로 공포정치를 행했던 이반 4세(1530-1584) 러시아 차르가 성당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바실리 대성당을 만든 건축가들이 다시는 그토록 멋진 성당을 못 짓게 하려고 그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러시아 역사 학자들이 이 전설은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지만, 그래도 이야기 속에 하나의 진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러시아인들이 어떤 건물을 볼 때 다른 건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성에 큰 중요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역사의 매력에 빠져 한국을 여행하며 역사적인 현장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많다. 한국어를 배우기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한국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질문하면 서울의 5대 궁을 보고 싶다고 자주 얘기한다. 그런데 그 꿈이 이루어지면 ‘모든 한국 궁들은 모습이 똑같다’는 실망스러운 소리를 한다. 사찰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보이는데, 뭐가 재미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말한다.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러시아 관광객들도 한국에서 돌아와서 비슷한 의견을 말한다. 더구나, 궁이라면 당연히 엄청 크고 눈에 띄는 화려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조선 시대 때 구성된 건축물들이 이국적이지만 초라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실망한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여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서양 사람과 달리 한국인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을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생각했고 몸 속의 혈액 순환처럼 땅에도 공기에도 기운이 돌고 있다고 믿었다. 건축물, 특히 왕궁처럼 나라의 가장 중요한 곳을 지을 때 ‘풍수학(風水學)’ 전문가들이 아주 세심하게 건물의 위치를 골랐다. 예를 들면 궁전 건축을 위한 가장 적합한 장소로 생각했던 지역은 산자락에 위치한 평야였다. 땅 기운의 원천인 산의 생기가 인근 지표면으로 전달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위치를 고를 때 산의 높이와 형상, 건물 정문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가까운 곳에 강이 있는지 등등 많은 요소를 고려했다.

그 결과 건축물들은 그 지역과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도 이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확신한다. 궁이나 절이라면 건물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자연의 맥락에서 전체 구성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똑같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똑같은 풍경과 장면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겨울에는 눈으로 덮여 있고 봄에는 피어난 꽃 속에 묻혀 있고 여름에는 장마로 상쾌하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곳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이에 비교하면 붉은 광장의 ‘콘크리트 정글’에 고정돼 있는 성 바실리 대성당이 특징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닐까?

궁의 풍부한 장식에 대해 짧게 덧붙이면, 그곳을 방문할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화려한 서양 건축물을 볼 때 건축가의 재능에 놀랄 수도 있고 깊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역사적인 건축물을 방문할 때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새로운 힘을 얻은 듯한 느낌이 생긴다. 그 중 어떤 감정이 더 소중한지는 생각해 보자.

류드밀라 미헤에스쿠씨는 러시아 언론사‘네자비시마야 가제타(Nezavisimaya gazeta)’의 사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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