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채무를 연체한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비행기, 고속열차 이용을 금지했다.
15일(현지시간) 중국 대법원이 빚을 갚지 않은 673만명을 대상으로 4년간 비행기, 고속열차, 심지어 호텔까지 이용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고안한 '사회신용' 시스템의 일부다. 이 시스템을 통해 중국 정부는 15억 중국인들의 사회적, 재무적 '위반행위'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수위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여행 금지 조치'는 정부가 추진하는 시행의 첫걸음인 셈이다.
멍샹 대법원 관계자는 "위반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수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44개 정부 기관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중국 내 장기채무자 리스트를 작성한 중국 정부는 673만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이 비행기를 타거나 고속열차를 타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금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막아서 항공, 호텔, 열차 예약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에서 이들의 이름이 아이디로 검색하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위반자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개인·기업 악성 부채를 막기 위해 사회신용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개인파산제나 금융신용평가 시스템 등이 부족해 금융거래 관련 정부감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개개인의 인터넷상거래, 은행 대출 등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신용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쯔창 베이징대학교 교수는 "현재 중국에 완벽한 금융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서 만들어 낸 고안책"이라며 "최근 채무를 피하는 다양한 방법이 생기면서 이같은 범죄에 대한 기회비용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채무자들의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중국 법원 신문은 한 남성이 결혼 전 아버지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결혼이 거의 취소될 뻔했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예비 신부의 가족이 남성의 가족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결혼을 물리려 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아버지에게 빚을 빨리 갚으라고 사정한 뒤 겨우 결혼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업가 고씨는 최근 블랙리스트에 올라 사업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20만위안(3335만원) 채무를 갚지 않아 명단에 오른 고씨는 300만위안(5억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했지만 거절당했다. 고씨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것을 안 상대측은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