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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만필] 수필은 마음의 현이 울려주는 산뜻한 문학이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02.20일 14:31
김동규

  흑룡강조선족문단의 수필문학 이모저모

  (흑룡강신문=하얼빈) 수필은 작가의 가슴 밑바닥에서 유구한 세월 부글부글 끓고있다가 탁배기가 발효되여 한방울 한방울 뚝뚝 흐르듯 하는 농축된 정액이다. 수필을 가지고 뭔가 호소하지 말라, 수필에 철학을 삽입하지 말라. 가슴에 앙금처럼 축축하게 갈아앉았다가 어느날엔가 부질부질 괴여오를 때 쓴 수필만이 음미할 맛이 있는것이다.

  우리 흑룡강조선족문단의 어떤 수필들은 거칠고 엉둥하다. 적지 않은 수필들이 자질구레한 일상이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라렬한것들이다. 하여 깡깡 마른 옥수수떡을 씹는 식으로 텁텁하고 뒤맛이 슴슴하다. 우리 흑룡간조선족문단의 어떤 수필들은 잡문이나 수기, 일기에 머물러있다. 기분이 찝찝한 일이다.

  우리 흑룡강조선족문단의 가장 큰 약점은 수필을 쓴다는 대부분 작가들이 너무 수월하게 등단한것이다. 문학의 가시밭을 걸어보지 못하고 등단해버린것이다. 물론 첫 시작부터 명작을 들고 나온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한두편의 작품으로 도취되여 버린다며 이런 수필가는 협소하고 암담한 갑속에 갇혀 문학이라는 이 성스럽고 간고하며 지어는 참담한 고행길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독자들을 정복하는 작품을 써내지도 못할것이다.

  어떤 작가들은 신문이나 잡지에 오래동안 자기 이름이 보이지 않으면 급급히 수필이라고 써 투고한다. 이런 저질 작품은 보는 사람이 다 아짜아짜하다. 작품은 결국 작가의 인격이고 얼굴이다.

  10여년간 문학편집을 해오면서 때로는 원고를 부탁하는데, 많은 작가들이 무엇을 쓰라는가 질문한다. 누군가의 부탁때문에 문학을 한다면 문학권을 떠나는것이 명지한 선택일것이다. 문학은 자아발로이고 마음의 현이 은은하게 울려서 나는 소리이지 타인의 물음에 둘러맞추는것이 아니다.

  문학편집을 하면서 수필들을 받아보면 마음이 상할 때가 많다. 작품이 문학적으로 승화되고 가미되여야 하는데 읽고나면 실망하고 만다. 한국문단은 그만두고 한족문단의 수필들을 보면 언어가 미끈하고 수필속에 그림이 있고 수필속에 자연이 녹아 흐르고 수필속에 정감이 맥박치고 수필속에 세월이 역전하기도 한다. 한편의 좋은 수필을 읽는다는것이 행복한 일이고 향수의 극치이다.

  수필은 청자(靑磁)이고 연적(砚滴)이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으로 온아우미(溫雅优美)한 글이다.

  수필은 산만하지도 찬란하지도 우아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산뜻한 문학이다.

  우리 수필을 보며 쌀쌀한 가을바람이 소삽하게 부는 날 언덕우에 잡다하게 깔려있는 잡초를 보는 기분이다.

  그렇게 많은 추억과 가슴을 울리던 사연들, 약속을 어기고 떠가간 친구들과 밤거리의 이름모를 녀인의 애수와 한숨소리가 있고, 여름이 흘린 록즙에 살이 보동보동 진 들판과 어느 로옹의 시린 한숨소리와 떠나간 엄마생각에 울먹이는 소녀의 가슴도 있지만 우리 수필가들은 이 모든것을 외면하고있다.

  수필은 절간에서 울려오는 범종소리처럼 은은하고, 산곡간 눈석이가 시작된 개울의 얼음밑으로 흐르는 물처럼 청아해야 한다. 수필은 밤알을 불룩하게 물고 띠룩거리는 다람쥐의 눈처럼 령롱하고 좋은 차와도 같이 향기로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그것은 수도물같이 무미(无味)한것이다.

  수필은 독백이며 자기를 솔직하게 나타내는 형식으로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하는 글이다.

  수필은 스토리와 사유의 교직이 정교하고 함축적이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수 있어야 한다. 수필은 수기나 일기가 아니라 친절하고 평이한 가운데 고양된 정서가 있어야 하고 행간에 맛과 멋의 여운이 흘러야 한다. 문학은 내 존재를 확실히 하는 길이다. 작가란 응축하고 수렴하여 밀도를 높인 자신의 존재를 작품에 투영하는것이다.

  흑룡강조선족문단의 수필을 보며 작가의 얼굴이 없다. 즉 개성이 없다. 수필은 사유의 틀이 정연하고 문장은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지녀야 하는데 생활체험담에서 시작하여 어떤 각성으로 끝난 수필이 적지 않다. 수필은 지적 희열이나 성찰과 깨달음을 동반하여 법열이라 할만한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정서적 뭉클함을 통해 고양되고 승화하는 느낌속에 푹 잠겨야 한다. 우리 수필들은 너무 직설적이고 엉성하여 미적 감수에 앞서 마지막까지 봐주기마저 따분하다.

  수필이 무형식의 문학이지만 아무 제약도 구애됨도 없다고 받아들여진다면 신변잡사의 잡문으로 전락하여 문학적가치를 상실할수 있다. 수필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학이다.

  수필은 구성적 표현을 반영하는 산문의 문학이다. 요약하면 소설이나 희곡은 의도적이요 조직적인데 비하여 수필은 사유에 비치는 제재를 그대로 표현하는 결과적 현상으로 나타나는것이다.

  수필은 문학의 소재가 될수 있는것이면 모두 제재로 삼을수 있다. 시나 소설은 작품의 기법에 융합되는것인데 비해 수필의 제재는 생생한 그대로, 그것도 단편적으로 나타나기때문에 제재가 다양하고 무한하다고 할수 있다.

  수필은 다종다양한 제재를 담을수 있지만 그 제재는 작가의 투철한 통찰력과 달관에 의해 선택되어야 하며 작가의 정서적 이미지를 거쳐 나온 생생하면서도 독특한것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수필의 제재는 매우 다양하면서 무엇이든지 필자의 독특한 통찰력을 거쳐 창조적으로 생명력을 살릴수 있다는데 수필로서의 특성이 있다.

  우리 수필을 보며 문학적으로 려과되고 투영된것이 아니라 생활 잡사가 그대로 삽입되여있다. 이것저것 쓰다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버리고 무병신음을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는가 하면 써내려가다가 제목과 리탈된듯 하여 급급히 꿰매는것도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되는 수필들을 보며 제목부터 벌써 잡문형식이다. 사공이 키를 잘못 잡았으니 그놈의 배가 대안으로 가 닿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나 소설은 형식에 제재를 려과시켜 주제를 형상화하는데 비해 수필은 무형식을 그 형식적 특징으로 하기에 붓을 들어 사유에 비치는 모든것을 표현하면 된다. 작품의 구조와 문체 및 표현기교는 문학의 예술미를 결정한다. 문학의 형식은 내용 즉 작가의 정감을 나타내는 용기(用器)라고 할수 있다.

  수필을 쓴다는 분들을 만나보거나 전화로 통화를 해보면 박식하지 못한것을 발견할수 있다. 제일 큰 허점이 독서를 하지 않았다는것이 알린다. 뼈를 깎는 탐구를 하지 않고 문학수업을 한다는것은 황당한 일이다. 남들이 수필을 쓴다 하니 나도 써보려고, 아니면 그래그래 쓰다보면 좋은 작품을 쓸수 있겠지 하는 환상은 버리는것이 좋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작품 한편을 완성하기 위하여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했고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남들이 여유와 향수에 젖어있을 때 책더미속에서 가물가물해나는 눈을 부비며 문학의 정수를 찾기 위해 인생을 할애했던가. 미숙한 작품을 지면에 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문학이 경시되는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나도 10여년 문학편집을 하면서 착오를 범했는데 ‘명인작품’ ‘지방작품’을 야릇한 웃음을 입가에 걸고 발표를 했다. 발표하고 나면 속이 편하지 못하다. 우리 문학편집들이 작품 엄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인 발굴도 중요하지만 편집의 ‘편애’로 많은 작가들의 자만과 오기를 키워줄수 있다. 80년대만 해도 초학자들은 몇십편의 작품을 퇴고 맞기가 다반사였다. 편집이 작가를 키우려면 아픈 매가 필요하다. 아무리 봐도 쭉정이면 문학이라는 ‘마차’에 편승하지 못하게 뿌리치는것도 문학 터전을 지키는 원칙이다.

  문학을 내 품위를 뽐내는 매개물로, 인격을 분장하는 조건으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오산이다. 독자들이 한두번은 속을수 있지만 오래 지나면 무지가 발각되여 망신을 당할것이다. 우리 문단에 발표된 수필작품들을 보면 우리가 아직까지 문학의 본영을 떠나외통길을 걸어가고있다는것을 알수 있다. 탈피가 수요되고 갱신이 필요하다.

  중국문단에 류행되는 ‘생태수필’, ‘문화수필’, ‘학자수필’, ‘이야기수필’ 등이 우리문단에는 거의 외면되고있다.

  구성이 없는 문학장르가 있을수 없지만 수필엔 의도성 계획성보다 써내려가는중에 지연스럽게 구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자유분방함속에서도 조화의 미와 작자의 체취와 멋을 드러내는 수필을 구상해야 한다. 생활에서 조금만 이례적인 사건이 생기며 이것이 수필이라고 흥분하지 말고 평범한 일상속에 숨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사소한 일상속에서도 소중한것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필만이 즐거움을 덤으로 얻을수 있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속에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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