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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겨울산에서 진달래를 보면서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02.27일 13:49
효문

  (흑룡강신문=하얼빈) 겨울산은 기다림이다. 겨울산의 모든 초목은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 혹독한 추위속에서 오로지 봄을 기다리는 기다림으로 견디고 있다.

  기다림이란 말을 떠올리니 진달래의 의미가 더욱 새로와진다. 지금 이 거칠은 산등에서 혹독한 겨울을 맨몸으로 맞는 초목치고 누구에겐들 봄에 대한 기다림이 없으랴만 그중 진달래의 기다림이 가장 강하고 절박한것 같다. 그것은 진달래의 존재가 온통 기다림으로 충만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때문이다.

  이른 봄 손에서 꽃잎을 놓아버렸을 때부터 새로 꽃이 필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한가.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듯이 꽃들이 만개하여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간은 손가락 튕길만큼의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꽃을 피우기까지의 기다림은 옹근 한해가 실이 되는것이다. 아쉽게도 봄의 선구자하지만 길지 않은 그 봄계절마저 넉넉하게 향수하지 못하고 금방 봄을 보내고나서부터 다시 또 봄을 기다려야 하는 숙명의 진달래, 진달래의 그 한을 전에 없이 감지한 것은 지난해 늦은 봄이였다.

  나는 해마다 제철에 한번씩은 진달래꽃밭에 가서 진달래꽃을 감상하는데 지난해 타지방에 외출을 갔다오면서 시간을 놓쳐버렸다. 행여나 하는 생각에 산을 찾았지만 그때는 이미 진달래꽃들이 다 시들어 추락해버린 때였다. 참으로 멋적었다. 꽃이 없이 지금은 나무로 인정할수밖에 없는, 그것도 그 어떤 웅장한 거목이면 몰라도 키가 작은데다 잎과 줄기마저 구부러들었거나 휘었거나 가무잡잡해서 참으로 볼성사나운 진달래나무였기때문이다. 진달래꽃이 한창 득세할 때는 산이 온통 불을 지른듯 환하게 보이던 진달래꽃밭이었지만 지금은 날따라 푸르러지는 록음 속에 포옥 묻혀 형체조자 알아볼수가 없었다. 자연의 법칙이란 이런것인가.

  진달래는 이젠 꽃이 아니라 나무로 수림속에서 그 긴긴 날을 가난하고 고독하게 보내야하겠구나. 꽃이 한창일 때는 미처 차례지지 못할가봐 달려와 아양 떨며 매달리고 부등켜안던 나비며 꿀벌들도 나무우를 빙빙 돌다 날아가버린다. 굶주린 바람은 그저 마른 나무가지 흔들듯 냅다 흔들다 가버리고… 진달래의 외로움이야 내 알바 무엇이냐는듯 본래 키가 껑충한 거목들은 더 높아지려 서로가 높이를 다툰다. 진달래가 한창 화려함을 뽐낼 때 꽃샘추위가 두려워 목을 움추리고 이불속에서 고개도 못들고 잠에 취했던 꽃들도 이제 바로 진달래를 비웃듯 호기를 뽐낸다. 진달래는 무엇으로 이 모든 난관과 조소를 견디려는것인가?

  꽃을 떨어버리는 리유가운데는 일부러 열매를 얻기 위해 꽃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진달래는 다르다. 꽃이 존재의 상징이고 유일한 긍지이므로 그것을 버린다는것은 존재자체를 포기한것으로도 되지 않을가? 그래도 나는 진달래에게서 비관하거나 절망하는 모습 대신 이를 섭리로 받아들이는 담담한 표정을 보았다. 그것은 한편 자신감이 있기때문이며 그 자신감을 실천할 남다른 꿈이 있기때문일것이다.

  늦은 봄 진달래에겐 꿈이 있다. 뭇나무나 꽃들은 생각지도 않는 꿈, 부유할때 앞섰을때 가지지 못했던 꿈을 뒤졌을때 그리고 다시 가난해졌을때 야금야금 준비하고있다. 뿌리부터 시작하여…

  나는 그것을 비록 눈앞에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지만 진달래의 내면에 잠재한 꿈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듯싶다. 아니면 어찌 진달래일것이랴! 진달래가 진달래인것은 바로 남다른 긴 시간의 공허와 인내를 견뎌 다시 남들앞에 나서려는 포부때문이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나무들이 다투어 푸른 잎을 자랑하고 뭇꽃들이 피여 호기를 뽐내는 날과 날들을 그저 그 수수한 푸른 잎들로 견디고있다. 견딤은 그의 삶이고 견딤은 그의 브랜드며 견딤은 그의 재부다. 삶은 누림이 아니라 견딤이라 했고 출발보다 재출발은 더 어렵다고 했다. 오래 견디는 힘이 진달래에게는 다시 남보다 앞설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되는것이다.

  그렇게 보니 나에겐 산에 있는 진달래 하나하나가 묵묵히 두손을 합장하고 수련을 하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한 시간의 시련을 견뎌 내는 이러한 인내는 마치 동자승이 오랜 수련끝에 드디에 득도에 도달하는 그 과정과 흡사하다고 할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함을 가장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진달래다.

  누군가 시인은 “꽃이 피였을 때보다 스러졌을 때를 더 눈여겨보고 보고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노래한다, 늦은 봄부터 여름날의 뙈약볕과 칠칠 야밤의 폭풍우며 그리고 된서리의 강타에 뭇초목들이 스러지는 가을을 지나 눈보라 왕왕 몰아치는 오늘에 이른 진달래의 그 험난한 로정을. 진달래는 너무 빠르게 성과를 낼 생각에만 골몰하는 약고 조급한 꽃이 아니다. 오히려 부족하고 모자라고 소외되였을 때일수록 근기있는 넉넉함을 가지고 기다렸다가 끝내는 자신의 원상을 회복할줄 아는 그런 꽃이다. 그러고 보면 겨울산의 진달래는 분명 오늘의 절망을 딛고 래일을 도약하려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우리 겨레의 상징이 아닐가.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이제 진달래는 그 누구보다 앞서 봄을 맞이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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