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식=AP/뉴시스】필리핀 마닐라 동쪽 파식에서 23일 새벽 마약거래꾼으로 보이는 남자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살된 채 길 한 쪽에 쓰러져 있다. 2016.09.23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필리핀이 사형제 부활을 목전에 두고 있다.
2일 필리핀스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하루 전 마약 관련 범죄 등 중범죄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필리핀 하원을 통과했다.
사형제 부활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기 전부터 천명한 '마약 범죄와의 전쟁’의 일환이다. 두테르테는 당선 직후부터 "의회에 교수형 부활을 촉구하겠다"고 말해왔다.
사형제 부활 법안에 따르면 마약 수입·판매·제조·유통과 강간·살인 등을 사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된다. 사안에 따라 교수형, 총살, 독극물 주사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에 가기 전 두테르테의 서명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상원에서는 이 법안의 국제협약 위배 여부에 대한 법무부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친(親)두테르테 성향인 비탈리아노 아기레 필리핀 법무장관이 이에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날 반대에 투표한 해리 로크 하원의원은 "우리가 졌다"며 "다음 전쟁터는 상원"이라고 말했다. 역시 반대한 안토니오 티니오 의원은 "논의할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 의회는 국민을 위한 장소"라고 주장했다.
상원 역시 꾸준히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밤 아키노 상원의원은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당사국의 국민이 처벌의 한 형태로 죽임 당하는 것을 금지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위배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지난 1989년 12월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를 채택한 당사국이기도 하다.
필리핀 종교계 역시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필리핀가톨릭주교회는 "사형제 부활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범죄는 나쁘지만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사형과 관련한 국제협약의 당사국이고 국제법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상기했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카를로스 콘데 연구원은 "이미 끔찍한 필리핀의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조치"라며 이를 비난했다. 국제마약정책컨소시엄(IDPC) 역시 상원에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필리핀은 1987년 사형을 폐지했다가 1993년 범죄 통제를 이유로 부활시켰다. 이후 2006년 다시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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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