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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동주 시인 교토서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운다

[기타] | 발행시간: 2017.03.13일 05:32
[동아일보]

탄생 100주년 맞아 ‘기억과 화해의 비’ 우지 강변에 설치

윤동주 시인(1917∼1945)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 교토(京都) 부 우지(宇治) 시의 강변에 기념비가 설치된다. 우지 시를 관통하는 우지 강은 윤 시인이 1943년 도시샤(同志社)대 영어영문학과 유학 시절 일본인 학우들과 야외 송별회를 하며 생전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 장소다.

일본 시민단체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의 곤타니 노부코(紺谷延子) 사무국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을 얻어 우지 강변에 터를 확보했다. 인근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끝나는 대로 설치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늦어도 올해 10월 전에는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동주 시인(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은 1943년 5, 6월경 도시샤대 유학 시절 학우들과 우지로 야외 송별회를 나와 생전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그해 7월 윤 시인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다 옥사했다. 동아일보DB

윤 시인의 마지막 사진은 NHK가 KBS와 함께 1995년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윤 시인의 학우였던 기타지마 마리코(北島萬里子) 씨의 앨범에서 발견했다. 기타지마 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징병을 피하기 위해 귀국을 결심한 윤 시인은 1943년 5, 6월경 열린 송별회 자리에서 학우들의 요청을 받고 ‘아리랑’을 불렀다. 윤동주 연구자인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 씨는 현대문학 2006년 9월호에 당시 정경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애수를 띤 조용한 목소리가 강물을 따라 흘렀다. 다들 조용히 듣고 있다가 끝나자 박수를 쳤다.” 송별회로부터 한두 달 뒤인 그해 7월 14일 윤 시인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붙잡혔고 1년 7개월 뒤 옥사했다.

윤 시인을 기리는 이들은 이 사진의 배경이 우지 강에 놓인 아마가세쓰리(天ヶ瀨吊り) 다리라는 걸 알아냈다. 이후 뜻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기념비 제작 움직임이 일었다. 2005년 시민단체가 결성됐고, 2007년 각계의 모금을 받아 비석 제작까지 마쳤으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설치를 미뤄 왔다.

곤타니 사무국장은 “교토 부 등에 수십 번 찾아갔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우지 시 시즈가와(志津川) 구에서 구 소유 땅에 건립하도록 허가해 줬다”고 말했다. 건립 예정지는 윤 시인이 아리랑을 부른 강변 근처로 사진을 찍은 다리가 보이는 장소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 일본 우지 시 강변에 세워지는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에는 시인의 작품 ‘새로운 길’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새겨진다.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 제공

비석의 정식 명칭은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로 정해졌다. 높이 2m, 폭 1.4m의 이 비석은 일본과 한반도의 화강암이 하나씩 배치돼 원통을 떠받치는 형태로 제작됐다. 비석에는 윤 시인의 1938년 작품 ‘새로운 길’을 한국어와 일본어로 새긴다. 곤타니 사무국장은 “시인의 탄생 100년이 되는 해에 기념비를 세울 수 있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는 윤 시인이 유학했던 교토의 도시샤대와 당시 하숙집이 있던 자리(현 교토조형예술대)에 비석이 있다. 이번에 건립되는 우지 기념비는 가장 크며 시민들의 노력으로 대학 교내가 아닌 장소에 처음 세워지는 것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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