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런던에 내걸린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국 정부의 공식적인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선언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후에도 EU와 자유로운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겠다고 밝혔지만 EU는 냉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브렉시트를 진행할 경우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안팎으로 유연한 외교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英...EU는 투명한 협상 강조=2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이익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EU는 교섭을 중단하고 브렉시트가 완료될 때까지 어떠한 무역 협정도 맺지 못할 위험이 있다. 반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되면 이 또한 영국에게 손해다. 관세 무역 협정과 국경 통제에 실패하고 대규모 경제적 몰락이 뒤따른다면 영국 산업계와 의회는 결코 메이 총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브렉시트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EU라는 하나의 시장, 관세동맹, EU 법원 관할에서 벗어난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면서도 "영국과 EU는 가장 자유롭고 마찰이 없는 무역 교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EU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민 가능 여부, 유럽재판소의 역할,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EU 재정 등 구체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메이 총리는 "우리 협상 전략 세부 내용은 국익 차원에서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 문제를 관장하는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메이 총리는) 조용하고 우회적으로 움직인다"며 "우호적이고 점진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번 꺼낸 말은 끝까지 고수하는 스타일"이라며 "우리가 (브렉시트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는 와중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도 메이 총리는 깊은 숙고 후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녀의 단호한 결정의 사례로 꼽히는 것이 2012년 내무성에서 근무할 당시 해커인 게리 맥키논을 미국 정부에 인도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이다. 미국 정부는 정부 해킹 혐의로 게리 맥키논 인도를 요구했다. 맥키논은 일종의 발달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지만 미국은 인도 결정이 날 것으로 믿고 이송 비행기까지 준비한 상황이었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모든 서류를 한번 더 검토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뒤 그날 밤 인도 거부 결정을 내렸다.
반면 EU는 투명성을 강조하며 브렉시트 협상 전략 공개를 고려하고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완벽한 투명함과 공공 토론을 기반으로로 할 때 27개국의 단합체(EU)는 더 강해질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고 말했다. 호석 리마키야마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 이사도 "문서를 공유하거나 공개했을 때 EU가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단호하고 투박한 메이 총리, 국내외 협력 이끌 수 있을까=메이 총리의 단호하고 투박한 외교 행보가 국내외 정치권에서 매력적으로 통할 지도 문제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남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시민들의 권리에 대해 조기 해결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메르켈 측은 이미 "논의하기에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밝힌 상태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냉담하고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는 데이비드 캐머론 전 영국 총리가 메르켈 총리를 주말에 지방 관저로 초대해 함께 DVD를 보고, 산책을 즐겼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다.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트 소장은 "캐머론 전 총리가 메르켈에 과잉 투자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메이 총리는 독일에 과소 투자하고 있다는 정부 내부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브렉시트에 반발하는 스코틀랜드를 잘 다독일 수 있을지도 문제다. 메이 총리는 27일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예정이다. 브렉시트로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에 나서겠다고 주장한 이후 첫 만남이다. 스터전 수반은 브렉시트 협상이 완료되기 전인 2018년 가을에서 2019년 봄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국민투표를 치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담 전 메이 총리는 영국의 통합과 외부지향적인 신념을 강조하는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브렉시트 장관 마이클 러셀의 대변인은 메이 총리의 방문에 앞서 스코틀랜드 정부는 EU를 떠나게 될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