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제국주의 교육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허용하더니 이번엔 아예 체육시간에 전투기술까지 배우게 할 태세다.
5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확정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체육 교과의 필수과정인 ‘무도(武道)’ 중 선택과목으로 ‘총검도(銃劍道)’를 포함시켰다. 지난 2월에 고시한 학습지도요령 초안에는 유도와 검도, 스모(일본식 씨름)로 한정됐던 무도 선택과목에 궁도(弓道·활쏘기)와 합기도, 소림권법을 추가하는 내용만 있었지만, 지난달 확정된 최종안에 총검도가 기습적으로 추가됐다.
총검도는 나무총을 사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시합으로 제국주의 시대 일본군의 총검술 체계를 바탕으로 고안된 무도다. 대련용 목총의 길이(1.7m)도 태평양전쟁 당시 주력 소총인 99식 장총에 전투용 대검을 꽂은 길이와 같다.
총검술은 일본군의 악명 높은 ‘만세 돌격(백병전)’에 사용됐던 전술로 패전 이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는 총검술 등의 무도가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여겨 전면 금지시켰다.
제국주의 군대의 전투기술이 은근슬쩍 교과목에 포함된 배경엔 극우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다. 실제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 극우 정치인들이 대거 일본 총검도연맹 임원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육상자위대 간부 출신인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도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학습지도요령 초안에 빠진 총검도를 의견청취 과정에서 추가해달라고 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총검도가 자위대의 ‘전투 기술’이란 이유로 무도 종목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일선 교육현장에까지 제국주의 그림자를 드리우려는 극우의 무리수가 일본 국내·외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제국주의 시대에 암송되던 ‘교육칙어’를 초등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육칙어는 1890년 일왕의 명으로 반포된 교육 원칙으로 ‘모든 신민이 목숨을 다해 일왕에 충성해야 한다’는 전체주의 이념을 담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