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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와 ‘이름’의 정치학 “내 이름을 불러다오”

[기타] | 발행시간: 2017.04.29일 20:47
외국인 이름을 한국의 언어 아닌

영문 표기… 내국인과 외국인간

장벽 생겨 쉽게 다가서지 못해

‘이름 석 자’ 문화, 행정에 반영

여섯 글자 이상 기입 어려워

신분증 이름 일부만 사용하기도



지난해 5월 10일 서울시 외국인주민 타운미팅에서 태국 출신 어머니가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가 학교에서 ‘태국산’이라고 놀림을 당했다고 학교 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관심과 개선책을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다문화 한국사회에서 중국(조선족) 엄마, 베트남 엄마, 일본 엄마라는 칭호가 낯설지 않게 불리고 있다. 장기체류 외국인 주민 200만 여명이 살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있고, 또 서로 어떻게 불리기를 원하는가?

내 이름에 내가 낯설다?

서울출입국에서 안내 자원봉사를 할 때면 언제나처럼 중국출신 이주민이 가장 많고, 그 중 한국계 중국인(조선족동포) 출신이 가장 많다. 60대 이상인 분들도 많이 온다. 외국인등록증, 외국국적동포거소신고증을 신청하든 체류연장을 신청하든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하든 모두 통합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여권 영문이름을 적어야 하는 난이 있다.

“내 이름 영문으로 좀 적어줄 수 있나요?”라고 요청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본인의 이름을 적어달라니. 아이구, 자기 이름도 모르면서 외국에 오다니?,라고 생각할 법 하지만, 조선족 동포 어르신들이 이런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식함’에 부끄러워하고,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평생 자신의 이름을 한자와 한글로 표기를 하면서 살아왔는데, 한국(모국)에 와서 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영문으로 써야 하는지에 대해 억울함을 느낀다. 출입국 직원이 호명할 때에는 낯선 자신의 이름에 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내 이름에 내가 낯설다니, 어쩌면 좋을꼬.

지난해 7월 제1차 서울외국인주민대표자회에서 1안으로 러시아 출신 미에 외국인주민대표자가 “외국인등록증에 영문과 한글을 동시 표기”하는 제안을 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시 외국인명예부시장으로 위촉돼 서울시외국인주민대표자회 추진위원회, 출범 후 기획위원회 및 분과위원회 진행에 적극 참여하면서, 관련 제안에 대해 수차례 논의한 적이 있다.

원안은 외국인등록 시스템과 한국의 주민등록 시스템의 일원화였다. 구분은 필요하지만 지역주민으로 일원화된 시스템으로 편입 될 때, 국민건강보험, 은행업무, 운전면허증, 인터넷 인증서, 주민세 등 일상생활의 사회통합 본연의 취지에 더 다가갈 수 있고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제도로 인한 차별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이름을 한국인이 부르려면 한국어 표기가 있어야 수월하고, 외국인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왔다는 지역성이 각인되며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 그때 논의하면서 러시아에서도 영어와 러시아어로 표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외국인 주민에 부착돼 있는 타자성은 여성이 갖고 있는 타자성과 매우 비슷하다. 국적·인종적으로 표현양식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같다. 타자성은 누구 중심의 기준 혹은 누구 중심의 언어가 지배구조를 가질 때 갖게 되는 주변성이다.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아버지의 딸, 남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로서의 이름이 본디 이름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 선조 할아버지의 성씨는 알 수 있어도 외할머니의 성씨는 알지 못한 것처럼 여성의 이름은 남성의 기준에서 불려왔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이분법적인 틀 안에서, 모든 외국인의 이름을 한국의 언어가 아닌 영문으로 표기함으로써 외부인의 타자성이 극도로 강조되었다. 외부인의 타자성을 강조하는 이런 제도문화는 ‘내국인 주민’으로 하여금 ‘외국인 주민’에 대해 자연스레 배타성을 갖도록 지지하며, 똑같이 외국인 주민으로 하여금 지역주민으로서의 의무감을 갖지 못하도록 장벽 역할을 해서 결과적으로 서로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한다. 타자성은 서로의 소외를 가져오게 된다.

“며느리 불렀더니 여성이 왔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하고 늘 듣는다. 내가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때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 바로 “어디에서 왔어요?”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서 비로서야 ‘나’의 위치를 알게 된다. 경계를 넘어설 때만이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려 지는지를 알게 되고, 나는 어떻게 불리기를 원하는지를 점차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낯선 만남’과 함께 서로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법무사에서 일하는 한 베트남 여성 결혼이민자는 귀화하면서 본인의 이름을 한국이름으로 개명한 이유를 아이가 학교에서 차별 받을까봐 그랬다고 말해주었다. 서류상 베트남 이름을 보면 베트남 출신 엄마라는 것이 드러나 아이에게 의도치 않는 차별이 갈까봐 한국이름으로 개명했다는 것이다.

‘이름 석자’ 문화는 동북아시아 한자권 나라의 문화만큼, 이름은 세 글자로 인식이 되며, ‘이름 두자’이면 ‘외자’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90년대부터 이주민이 증가하게 되면서 우리는 ‘이름 석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글자 이름인 사람들을 많이 보게 돼 ‘이름 열자 이상’의 문화권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름을 어떻게 부르고 쓸 것인가? 러시아 출신, 몽골 출신, 베트남 출신 사람들의 이름은 ‘이름 석자’ 문화권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긴’ 이름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버지 성, 어머니 성, 할머니 중간이름, 본인의 이름 등 들어가는 가족 식구 명이 많을뿐더러 표음자로 글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름 석자’ 문화는 행정 시스템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는 데 성을 빼고 최대 다섯 글자만 기입할 수 있도록 세팅이 돼 있어, 여섯 글자 이상 기입이나 표시가 되기 어렵다. 계좌이체에 외국인 주민들의 영문이름은 여섯 번째 문자까지 잘려서 표시가 돼 상대방 확인이 어렵게 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이주민들은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한국식’ 이름으로 바꾼다. 세 글자 또는 네 글자로 본인의 이름을 줄여서 통용을 하는데, 실제 신분증 이름의 일부만을 사용한다. 서울시 1기 외국인명예부시장은 몽골출신 분인데 그녀의 이름 ‘온드라흐’ 는 늘 마지막 ‘흐’자가 빠진 채 ‘온드라’로 불리기 십상이다. ‘온드라흐’도 전체 이름이 아니고 최대로 줄여서 네 글자로 만든 셈이다.

한국사회도 ‘이름 열자 이상’ 외국인 이름과, 한글로 표기하기 어려운 외국 이름들을 맞이하게 되면서 새로운 고민에 직면하게 됐고 행정기관마다 나름의 기준을 만들지만 상충되기 십상이다. 신분증에는 영문 표기이지만, 제도상 부동산 소유자 이름으로는 반드시 한글 이름으로 기재해야 하고, 은행 계좌는 영문 이름으로 기재하고, 건강보험에는 때론 한글이름, 때론 영문표기를 한다. 가족증명서에는 한글로 기재된다. 따라서 외국국적인과의 관계를 확인하려면 여권, 외국인등록증, 가족증명서가 모두 필요하다. 인터넷에는 아이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나 영문 표기 이름의 실명인증서는 자주 에러나고, 프리랜서는 신용카드가 잘 발급되지 않는다.

이주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노동자를 불렀더니 인간이 왔다”라는 말이다. 노동인력이 필요해서 유입했지만, 그들은 노동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말이다. ‘노동자’이지만 ‘인간’으로 불러다오. 이 말에 비추어 “며느리를 불렀더니 여성이 왔다”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누구의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기대 받으면서 한국에 오겠지만, 그 역시 주체성을 갖고 있는 ‘여성’으로 불러달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여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전히 타자성과 주체성을 공유하는 행위자(Subject)로 복합체를 이루고 있지만, ‘여성’으로 불러줄 때 우리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넘어서서 서로의 접점을 갖게 되고 성찰을 갖게 된다.

한국의 가족 내 무임 돌봄 노동과 시장 내 돌봄 노동의 공백을 이주여성들이 메꿔주고 있으며, 이주여성들의 본국에 남아 있는 다른 식구들의 돌봄은 또 다른 이주여성들이 돌보고 있기 때문에, 돌봄과 젠더의 문제는 국경을 넘어 연쇄적으로 여성의 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내가 ‘여성’이고 ‘인간’이고 어느 나라의 인종적 특징을 가진 이름을 온전하게 불러지기를 원한다. 나의 이름 그대로 불리기를 원한다.

여성들이 그동안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과도하게 부여 받기를 거부하기 시작하고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성 없이 이름만 사용하는 등 자신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면, 다문화가족의 여성들은 베트남 엄마, 필리핀 엄마, 중국 엄마로 불리기를 거부하면서 본인의 ‘열자 이상’의 이름을 이해해주고 존중해주고, 줄임 이름을 부를지라도 한번 즈음은 전칭을 물어봐주길 원한다. 김은실 교수는 EGEP(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 프로그램)에서 “아시아 여성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기 재현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주여성들에게도 반드시 적용되는 이야기다. 출신국적이 수식어가 아닌,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고유의 나의 ‘이름’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경계인과 지역사회 주민 되기

유엔에 따르면 매년 3억 이상의 인구가 본인이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1년 이상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혼인, 일, 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게 되는 가능성이 갈수록 많아지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주는 출발시점부터 임시성을 갖게 된다. 몇 개월, 몇 년을 계획하고 떠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절반 이상이 세대에 걸쳐 정착 이주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임시적’이라는 생각이 늘 우리로 하여금 이주민 당사자는 본인의 삶을 현 거주 지역사회와는 거리를 둔 삶의 방식을 고수하게 하고, 지역사회 원 주민들은 외국인 주민으로 ‘임시적’으로 거주하다 돌아갈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다. 주민으로 받아 들여 지기보다 ‘외부인’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임시성’ 인식과 생각은 이주민 당사자가 늘 ‘경계인’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한계처럼 보이고, 또한 나의 정체성 ‘이름’이 재구성될 수밖에 없는 기회에 직면하게 되고, 한국사회 역시 이것을 계기로 변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한국사회에 많아지면서 한국사회 역시 신선한 문화충격과, 다양한 가족형태, 행정의 복잡함에 직면하게 됐고 이에 대한 고민과 변화를 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노력해왔다. 1999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이주민을 유입한지 20여 년간에 굵직한 법들이 제정됐고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되면서 지원 사업이 체계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매우 놀라운 속도의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주민은 전입신고, 변경사항 신고를 반드시 주민 센터가 아닌 구청이나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해야 했다. 지역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어려운 제도 시스템인 것이다. 지역 주민 센터도 외국인주민과 행정적으로 부딪치지 않기 때문에 주민으로 볼 필요성이 없어진다. 지금은 외국인 주민들도 주민 센터에서 전입신고, 외국인등록증 사실증명, 학위증명 요청 등 모두 가능하다. 최근 몇 년에 일어난 획기적인 변화이다. 그럼에도 홍보가 잘 안 됐는지, 많은 외국인 주민들은 무조건 출입국을 찾아간다.

국적과 상관없이 나를 지역사회의 ‘주민’으로 인식하는 것,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접근하는 것이 이주민 당사자가 가져야 할 자세이고, 지역사회는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외부인’이 아닌 지역사회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라면, 같은 공간과 장소에 대한 고민과 부와 지혜를 공유할 수 있고, 글로벌 시대 지역사회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특별시 인권기본조례 제2조 제2항에는 ‘시민’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시민’이라 함은 시에 주소 또는 거소(居所)를 둔 사람, 체류하고 있는 사람, 시에 소재하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체류하는 사람’에 모든 이주민을 포함시킨다. 등록 체류자, 미등록 체류자 모두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정의로, 매우 진보적인 정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서울시민’으로서의 혜택을 받고 ‘서울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가? 물론 아직은 한국국적 서울시민과 같은 혜택을 받는 경우는 65세 이상 영주권자 무임승차권에 한정돼 있지만, 이는 인식 변화의 첫 출발점이다. 오늘날 글로벌 도시라고 일컫는 서울, 베이징, 상하이, 도쿄, 런던, 뉴욕 등 대도시에서 이런 ‘시민’의 정의를 출발로 주민의 위치와 소속을 확장시켜 간다면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지역사회 만들기가 아니겠는가.

다문화와 젠더 통합적 감수성

‘다문화’라는 이름이 한국사회 남녀노소가 익숙한 단어로 인식된 것은 전적으로 한국정부 주도의 ‘다문화 정책’ 덕분이다. 그러나 ‘다문화’가 ‘다문화 감수성’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표인 인식가치를 의미하기보다, 결혼이민여성 및 가족, 그리고 자녀를 가리키는 ‘인칭대명사’로 사용되고 있어 우려된다. ‘다문화인’, ‘다문화청소년’, ‘다문화여성’, ‘우리 반에 다문화가 한명 있어’ 이런 말이 어떻게 가능할까? 서울사람과 제주도 사람이 만나 가족을 이루어도 ‘다문화가족’이고 여성과 남성이 만나 가족을 이루어도 ‘다문화가족’이다.

차이가 다양성으로, 차별이 평등으로 다뤄야 하는 것이 다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때, ‘다문화’ 라는 자체가 비하 혹은 시혜의 어떤 특정 계층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된다면 문제가 아닐까? ‘다문화’는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감수성을 높여 더욱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인식가치가 들어있는 대안적인 단어이다. 기존 ‘혼혈인’, ‘양키’ 등 인종차별적인 언어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단어이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결혼이민여성 지원을 위한 출발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한국사회의 가족 내 돌봄 공백을 메꿔 준 것이 결혼이민여성들이였기 때문이다. 2015년 결혼이민자 중 84.9%가 여성이다. 외국인 근로자 중 72.8%가 남성이다. 여성은 혼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경우가 더 많고, 남성은 노동자 신분으로 국경을 넘어선다. 이주여성은 혼인을 통해 한국의 가족 내 성역할을 부여 받고, 이주남성은 공적 사회 내 노동자 역할을 부여 받는다.

한 쌍의 몽골출신 부부는 아이들 때문에 귀화를 고려할 때 아이 엄마가 귀화를 하고 아이 아빠는 본 국적을 유지했다. 이유는 몽골에서 여성이 시집가고 국적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그래도 이해를 해 주지만, 남성이 국적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했다. 남성이 갖고 있다고 상상되는 남성성(남성특질)은 그 나라의 1등 시민으로 국가 정체성과도 긴밀히 연결돼 인식되고, 여성은 누구의 중심과 기준으로 이동 가능한, 의존적인 ‘존재’로 성역할을 부여받기 때문에, 국가 정체성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1998년 이전에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에게는 입국하자마자 국적을 부여한 반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들에게는 국적을 부여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젠더화된 관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중 남성 비율이 70% 이상이 된 데는, 한국의 인력난 업종에서 남성인력을 더 선호하고, 수출국 나라에서도 남성의 독립적 이주에 더 지지를 보이는 문화제도가 동조하기 때문이다. 혼인비자와 노동비자 조건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남녀성별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그 예증으로 외국국적 동포의 경우 남성이 49.4%로 남녀 비율이 반반이다. 이주방식을 젠더화된 방식이 아닌 동포출신으로 조건 지었을 때는 남녀 비슷하게 유입된다. 하지만 조선족 동포들 역시 많은 경우 남자는 건설현장, 여자는 식당, 가사, 간병 등 서비스업 쪽으로 기존 성별직종분리 방식으로 편입된다.

최근에 새롭게 감지되는 분위기는 본국의 이름을 발음 그대로 표기하면서 본인의 국적출신을 굳이 숨기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조짐이다.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출범 등 외국인 주민의 특수성을 드러내야 하는 분야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이주민 특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흐름이다. 한국사회 또한 다문화 감수성,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이 서서히 향상되면서 한국 행정시스템 역시 관련 노력에 귀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이름표기에 대해 개선 방안을 연구 추진 중이라고 했고, 앞서 말한 주민 센터에 가서도 외국인 주민들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면서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체는 한국 지역사회의 풀뿌리 단체들이고 시민이고 주민들이다.

2013년 영국에서 같은 도시에 사는 인종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계층이 다른 8명을 모아 다문화사회 실험다큐를 진행했다. 이들 모두 본인 스스로 영국인이라고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공동체 생활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이들은 깨닫는다. 영국인이라는 의미는 소위 영국식 표준 영어, 영국식 복장, 영국식 사고방식 등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그런 인간의 공통된 가치관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한국인’의 의미도 이런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 의미일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공통된 가치와 믿음은 인종, 피부색, 문화배경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문화 배경을 존중하는 것이 오늘 다문화 젠더 통합적인 감수성일 것이다.


필자 이해응씨는
중국 조선족 동포 4세대 출신. 여성학 박사. 서울시 외국인명예부시장을 지냈으며, 현재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으로 여성 노동실태 연구와 성인지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다문화·여성학 강사로도 활동 중.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공역)을 비롯해 다수의 논문과 정책 보고서를 냈다.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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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단일 민족이라고 우기지 않겠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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