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에든버러대학 연구진 보고/“기억력 감퇴보다 더 중요 요소”
단순히 기억을 잘 못하는 현상보다 길을 잃는 등 공간지각 능력이 눈에 띄게 감퇴하는 게 치매의 첫 전조 증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에든버러대학이 이끄는 ‘예방 프로젝트’ 보고서를 인용해 길을 잘 찾는지 여부가 초기 치매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도했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60대 이후 증상이 나타나고 이때는 이미 뇌 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 치매 위험인자를 지닌 사람을 장기간 관찰하는 이 프로젝트는 치매 초기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이 보고서는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실릴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41~59세로 나이를 제한한 뒤 치매환자를 친인척으로 두거나 심혈관질환을 앓는 등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그룹과 그런 요인이 없는 그룹을 나눠 장기 관찰에 나섰다. 그 결과 연구진은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자기 위치를 잘 구분해 내지 못하고, 길 찾는 능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크기가 줄어든 점을 밝혀냈다. 또 첫 번째 그룹은 케임브리지대 신경과학자 데니스 챈이 고안한 ‘네 개의 산’ 테스트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테스트는 피실험자에게 봉우리가 1~2개 있는 샘플 사진 한 장을 보여준 뒤 비슷한 형태의 사진 4장 중 샘플과 같은 사진 하나를 고르는 실험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 캐런 리치는 “치매는 기억력과 관련된 질병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치매 초기에는 내가 현재 어디 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를 다룬 소설 ‘스틸 앨리스’의 주인공 앨리스가 동네에서 조깅 하다가 길을 잃는데, 이 장면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치매의 초기 증상을 확인할 경우 치료제를 좀 더 이른 시일 내에 사용해 효과를 높이거나 정기적인 운동과 금연을 환자에 권고해 치매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