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KBS2 '개그콘서트'가 900회 특집을 시작했다. 영광스러운 시간이지만, 예상치 못한 잡음이 불거지면서 상처만 남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좋은 뜻으로 참여하려다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유재석이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4일 방송을 시작으로 900회 특집을 시작했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주춤하기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은 부활을 꿈꾸며 구성과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다.
900회 특집 첫방송에서는 신봉선, 장동민, 김지민, 김준현, 이상호, 이상민, 이동윤, 조윤호, 홍인규 등 개그맨과, 유재석, '1박2일' 멤버들이 출연했다.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개그콘서트'가 다시 예전처럼 재밌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시청률도 10.0%(전국 기준)로 두자릿수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빛이 생기면 그림자도 있는 법.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개그맨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옥동자' 정종철은 15일 인스타그램에 "900회를 축하드립니다만 전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 들어왔다"면서 "900회라며 ‘개콘’과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게 아니다.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고 시청자분들께 웃음 드리려는 후배 개그맨들께 감사하시기 바란다"며 글을 올렸다. 이에 '세바스찬'으로 인기를 끈 임혁필은 "동자야 이런 게 하루 이틀이냐. ‘개콘’이랑 아무 상관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고 댓글을 남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종철과 임혁필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재석'이라고 특정인을 지칭한 점은 예의없는 행동이었다. 정종철과 임혁필은 자신들의 생각이 오해를 산 점에 당황스러워하면서 사과를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유재석에게 직접 사과도 했다. 임혁필은 TV리포트에 "유재석 씨도 제 글의 의도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면서 "'개그콘서트'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 같은데 보시는 분이 오해하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도 17일 공식 사과를 전했다. 먼저 '개그콘서트' 측은 "이번 900회는 현재 어려운 코미디계를 이끌어가는 후배 개그맨들과 그들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선배 개그맨들의 콜라보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주 연속으로 기획되어 각 회마다 2명의 호스트 개그맨들과 소수의 선배 개그맨들이 후배들의 코너와 선배들의 코너를 함께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을 통해 배출된 많은 개그맨 분들을 모두 초대하지 못했던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19년을 함께 하는 동안 수많은 개그맨 분들이 ‘개그콘서트’을 빛내주셨고, 함께 동고동락하며 힘들게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900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모든 개그맨 분들의 영광이다. 그 영광을 함께 했던 개그맨 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모시지 못했던 것은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말씀을 전한다. 과거의 영광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지 않도록 후배 개그맨들이 힘쓰고 있으니 너그러이 ‘개그콘서트’ 900회를 축하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유재석이 말한대로, 초대받은 이도, 초대받지 못한 이도 '개그콘서트'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앞으로는 배우 김응수, 남궁민, 걸그룹 트와이스의 출연이 예정돼 있다. '개그콘서트' 측의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로 논란이 진정되고, 900회 특집은 무탈하게 끝날 수 있을까.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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