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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유로2012, 볼을 지배하는 팀이 승리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6.25일 00:00

[스포탈코리아] 유로2004 대회에서 그리스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신화적인 일이었지만 전술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공격 가담을 극도로 자제하는 단단한 포백 라인과 창조성 보다 규율을 중시하는 미드필더, 최전방에 포스트 플레이와 헤딩 마무리를 주무기로 삼는 장신 스트라이커를 배치하는 그리스의 4-5-1 시스템은 카운터어택이 정점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리스의 우승 이후 많은 팀들이 그리스가 펼친 모범 답안을 모사하며 현대 축구를 좀 더 지루하고 단순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스는 볼 소유권을 내주고 상대가 전진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배후를 치는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이 물러났지만 지금도 그리스 축구의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유로2012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그리스의 대회 평균 볼 점유율은 43%에 불과했다. 16개 참가팀 중 두 번째로 낮다. 이는 잉글랜드와 동률인 수치다. 마찬가지로 43%의 볼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친 잉글랜드는 그리스와 함께 8강전을 끝으로 짐을 쌌다.

유로2008 대회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하며 현대 축구의 트렌드는 다시 효율에서 소유, 롱 패스에서 숏 패스로 바뀌었다. 그리스식 카운터 어택 전술은 스페인식 패스 축구에 함락되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유로2008 결승전, 2010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연이어 스페인에 패하며 2인자에 그친 독일은 스페인식 자신들의 조직적인 힘의 축구에 스페인식 기술 축구를 가미해 이번 대회에서는 스페인의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을 저지할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유로2012 준결승전에 진출한 네 팀 중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스페인(61%)과 독일(57%)은 각각 대회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볼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역시 (54%)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절반 이상의 볼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소속된 포르투갈(49%)이다. 볼 점유 시간이 적어도 호날두와 나니 등 빠른 윙 플레이어를 이용한 공격을 자주 시도하며 경기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게다가 포르투갈 역시 체코를 무너트린 8강전에서 56%의 볼 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도적인 경기를 했다.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던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중원에 강력한 철벽을 세워놓고 스페인의 패스를 어렵게 했으며, 그 뒤에 배치된 ‘레지스타(중원 후방에 배치된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가 볼을 소유하고 경기를 풀어가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수비를 신경쓰면서도 공격 상황에는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다.

볼을 지배하는 팀이 승리한다. 볼을 소유한 채 경기를 풀어가는 팀은 더 많은 거리를 뛰어도 체력 소모가 적다. 공 없이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다녀야 하는 쪽은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피로가 모두 가중된다. 전반전부터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해 괴롭힐 수 있지만 교체 카드가 3장으로 한정된 탓에 후반전이 되면 체력 저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90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다. 최고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90분간 이를 펼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볼 소유권 경쟁에서 패배한 팀은 필연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카운터 어택 작전은 자기 진영에서 자리를 지키고 상대 공격수에게 슈팅할 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체력을 비축하며 짧은 순간 상대가 범한 실수를 틈타 득점한다. 득점을 하고 나면 상대는 더욱 조급해진다. 그러면 가만히 지키고 시간을 보내면 된다. 점점 더 올라오는 상대의 배후 공간을 공략하는 것은 경기 종료 시점이 가까워 올수록 쉬워진다. 추가골로 쐐기를 박으면 상대는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다양한 전술의 발전으로 이 같은 그리스식 역습 축구가 통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팀들은 이런 질식 수비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팀들이다. 2000년대 중반 압박을 기반으로 한 질식 수비의 득세로 지루해졌던 축구는 이에 대한 또 한번의 진보를 통해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스 축구의 성공은 결국 더욱 완벽한 모습을 공격 축구가 진보하도록 했다. 그리스의 성공은 재앙이 아니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였다.

이탈리아의 ‘레지스타’와 스페인의 ‘제로톱’은 후방과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가고 만들어가며 상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게 했다. 독일은 역동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파워풀한 스트라이커를 전방에 배치해 힘과 기술 모두로 상대를 압도한다. 측면에서 중원으로 꺾어 들어오는 스트라이커형 윙어의 발전도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균열을 야기했다.각기 다른 네 팀은 개인 능력과 조직력, 모험적인 전술의 삼박자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고급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유로2012 준결승전에 겁먹고 물러서거나, 수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은 없다. 모두 최고의 무기를 펼쳐 놓고 겨루는 명품 축구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개막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준결승전 두 경기와 결승전 한 경기만을 남겨뒀다. 이번 대회에선 운동을 잘하는 팀이 아닌 축구를 가장 잘하는 팀들이 4강에 올랐다. 유로2012의 화려한 피날레는 6월 28일과 29일 새벽, 그리고 7월 2일 새벽에 펼쳐진다. 아무리 피곤해도 축구팬이라면, 이 경기를 라이브로 지켜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 sporta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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