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美형법제도 개혁위해”… 1800억원짜리 소장품 팔아 기금
뉴욕현대미술관 명예관장 건드
리히텐슈타인作 ‘걸작’ 경매에
‘사법 위한 예술 기금’ 출범시켜
“내가 죽기전 할 수 있는 일일뿐
작품 수집가들 참여 촉구할 것”
(흑룡강신문=하얼빈)“내가 죽기 전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불과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해야 일이에요.”
뉴욕현대미술관(MoMA) 명예관장 아그네스 건드(78·아래쪽 사진)는 최근 자신의 집에 소장하던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1962년 작품 ‘걸작(masterpiece·위쪽)’을 팔았다. 작품이 팔린 가격은 수수료를 포함해 1억6500만 달러(약 1858억2300만 원). 세계 미술품 경매 사상 15번째 안에 드는 고가의 작품이다.
자선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건드가 이 고가의 작품을 판 이유는 특별하다. ‘미국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란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다. 건드는 작품을 판 돈 1억 달러를 바탕으로 ‘사법을 위한 예술 기금(Art for Justice Fund)’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또 부유층인 다른 미술품 수집가들도 자신처럼 미술품을 팔아 기금 마련에 참여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5년간 1억 달러의 기금을 더 마련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건드가 말하는 형사사법제도 개혁이란 역사적으로 흑인에게 불평등하게 작용해 온 미국의 형사사법 제도를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건드는 “언제나 나는 불평등에 대해 아주 민감한 감정을 느껴왔다”며 “에이바 듀버네이 감독의 2016년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노예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미국이 형사사법 제도 안에서 어떻게 합법적인 방법으로 인종차별을 자행해 왔는지 고발하는 내용이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미 수정헌법 제13조가 ‘공식적으로 노예제도를 폐지하지만 범죄자의 경우 예외’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노예 해방 이후에도 백인 사회에서 악용돼왔다는 점에 착안해 지어진 것이다.
건드는 이 다큐멘터리를 본 직후 지인에게 연락해 “내 보석들 가운데 하나를 팔아 (흑인) 대량 투옥 문제를 위해 일하는 기구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건드는 ‘사법을 위한 예술 기금’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는 단체, 개인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건드는 1938년 미 오하이오주 최대 은행이던 ‘클리블랜드 트러스트’의 회장 조지 건드 2세의 딸로 태어났다. 코네티컷 여대에서 역사학으로 학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에서 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예술가 후원 및 자선 사업에 일생을 바쳤다. 1967년 MoMA 국제위원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1991년부터 2002년까지 MoMA의 관장을 지냈다.
/문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