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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날지 않는 어미 때문에… 달걀이 탁구공처럼 동그래질거라고?

[기타] | 발행시간: 2017.07.01일 03:04
껍질 벗는 '알의 비밀'… 새의 비행 능력이 알 모양을 결정한다

잘 나는 새의 알은 '길쭉'

바다오리·종달도요 등 오랜시간 날기 위해선 유선형 몸 필요해

골반 좁아져 알도 길어져


올 초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미국산 달걀이 수입되자 색깔을 두고 이야기가 많았다. 국내 유통 달걀의 99%가 갈색인 반면, 미국 달걀은 흰색이었던 것. '갈색이 더 몸에 좋다, 흰색이 더 낫다' 논란이 일었지만, 흰색 품종 닭이 흰색 달걀을 낳고 갈색 품종은 갈색 달걀을 낳는 것이지 영양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닭이야 그렇게 넘어갔지만 자연의 알들은 단순하지 않다. 색은 물론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왜 올빼미 알은 하얗고, 지빠귀 알은 새파란 것일까. 타조 알은 왜 둥글고, 바다오리 알은 뾰족할까.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알을 둘러싼 비밀의 껍질들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자료: 미국 프린스턴대, 코넬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 그래픽= 김충민 기자


◇비행 능력 따라 알 모양 결정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는 갖가지 모양과 색의 알들이 장식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조류학자인 매리 캐스웰 스토다드 교수는 이날 발표한 논문에서 "조류의 알은 어미의 비행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척추동물박물관이 지난 100년간 수집한 조류의 알 4만9175점을 분석했다. 종수로 따지면 1400여 종으로 조류 전체 종의 14%에 해당한다. 분석 기준은 두 가지였다. 폭과 길이로 타원율을 따졌고, 좌우 대칭 여부도 조사했다. 알들은 구형이면서 대칭이거나, 타원이면서 대칭 또는 비대칭이었다. 구형이면서 비대칭인 알은 없었다.

알의 형태를 어미새와 비교하자 연관성이 바로 드러났다. 바로 바다오리처럼 비행 능력이 뛰어난 새일수록 길쭉한 알을 낳고 비행을 안 할수록 타조처럼 구형에 가까운 알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스토다드 교수는 "비행 능력이 필요한 새는 유선형 몸이 필요해 골반이 좁아진다"며 "이런 새는 길쭉한 알을 낳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날지 못하는 새 중 길쭉한 알을 낳는 경우는 펭귄밖에 없었다. 하지만 펭귄 역시 바다에서 헤엄치는 데 유선형 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구 결과와 일치했다. 연구진은 최대한 무게를 줄여야 하는 비행선이 길쭉한 비대칭 형태인 것도 새들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조류의 알 형태에 대해 다양한 이론이 나왔다. 한 번에 낳는 알의 수에 따라 둥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알 모양이 결정된다는 주장도 있었고, 절벽에 둥지를 짓는 새는 굴러서 둥지 안쪽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타원형 알을 낳는다는 이론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이런 환경 요인과 알의 형태는 상관관계가 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뉴욕 헌터 칼리지의 행동 생태학자인 마크 하우버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알의 형태에 대한 완벽한 이야기를 볼 수 있어 기쁘다"며 "이 분야 최고 수준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캐나다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의 산티아고 클래러문트 박사는 사이언스뉴스 인터뷰에서 "새의 유선형은 몸통이 아니라 깃털이 결정한다"며 "칼새나 군함새는 비행 능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새들이지만 몸통이 넓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진인 하버드대 물리학자 L. 마하디번 교수는 "이번 결과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를 밝힌 게 아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경계했다.

◇동료 산란 유도하는 밝은색 알

알의 색을 두고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독일 본대학의 마르틴 샌더 교수는 오늘날 새의 알에 들어있는 색소(色素)가 공룡 알에도 있음을 밝혀냈다. 바로 파란색과 녹색을 내는 빌리베르딘과 적갈색을 내는 프로토포르피린이다. 오늘날 조류의 알은 모두 이 두 색소를 다른 비율로 섞어 다양한 색을 낸다. 연구진은 중국에서 발굴한 새의 먼 조상 격인 공룡 오비랍토르의 알에서 이 색소들을 찾아내, 색소 비율을 근거로 생전에 파란색을 띠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 교수는 공룡이나 오늘날 새 모두 같은 목적으로 알의 색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오비랍토르는 오늘날 물가에 사는 새처럼 땅에 둥지를 짓고 암수가 번갈아 알을 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숲에서 알이 흰색이면 천적의 눈에 띄기 쉽다. 즉 파란색은 위장색이었다는 말이다. 물가에 사는 새들이 자갈과 비슷한 색 알을 낳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 속이나 돌 틈에 둥지를 짓는 딱따구리, 올빼미는 알이 하얗다. 흰 알은 어두운 둥지에서 잘 보이는 장점도 있다.

동료나 짝에게 보이기 위한 색도 있다. 그레이트 도요타조는 광택이 나는 청록색 알을 낳는다. 코넬대의 패트리시아 브레넌 박사는 도요타조의 선명한 알 색은 다른 동료의 산란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천적의 공격을 받아도 살아남는 알이 있다는 것이다. 버크넬대의 대니얼 헨리 교수는 밝은 색 알은 암수가 번갈아 품지 않으면 천적 눈에 잘 띈다는 점에서 암컷이 수컷의 부양 의무를 강제하는 역할도 한다고 주장했다.

알의 색은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역할도 한다. 자연에는 뻐꾸기처럼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는 새가 많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클레어 스포티스우드 교수는 "새들은 남의 알을 대신 키우는 탁란(托卵)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알에 고유한 무늬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새도 둥지 주인의 알과 비슷한 무늬를 진화시킨다. 숲속에서 알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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