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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 캐릭터' 장동건, 이제야 '감' 잡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6.29일 10:32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에는 일관된 법칙, 혹은 어기지 말아야 할 규율, 혹은 이렇게 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정도(正道)가 존재한다. 그것은 남녀 주인공은 반드시 뭔가 결여된, 부족한 사람이어야 할 것. 그리고 그것의 종류는 반드시 서로 달라야 할 것. 그리하여 그 둘이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나갈 것. 로맨틱코미디란 '사랑'을 말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남녀 주인공은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만약 그렇다면 거기엔 사랑이 끼어들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가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 자체로 완벽한데 구태여 사랑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기에 로맨틱코미디의 남녀 주인공은 결코, 완벽해선 안 된다. 반드시 어디 한 군데 쯤은, 고장나고 모자란 부분이 있어야 한다.


로맨틱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대개 '왕재수' 혹은 '왕싸가지' 등으로 불리며 성격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재벌 2세, 혹은 3세로 태어나 준수한 외모를 소유한,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이 손짓만으로 사람을 부리는 현대판 귀족인 남자 주인공에게 유일하게 하나 모자란 것, 바로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그런 남자 주인공의 앞에 어느 날 나타나는 여자 주인공은 대개 옥탑방이나 친척 아저씨네 집에 얹혀살 정도로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다. 무능력한 부모 밑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지만 싱그러움을 잃지 않은 여자 주인공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존재. 그런 둘이 만나 티격태격 싸우다가 정이 들고,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사랑이란 걸 하게 된다.


김은숙 작가는 이 공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드라마 작가다. 내면의 상처를 '싸가지 없음'으로 포장한 남자 주인공과 따뜻하고 강건한 여자 주인공의 화학작용을 대한민국에서 그녀보다 잘 다룰 작가는 드물 터.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그녀의 막강한 기교와 통찰력이 살짝 오버한 느낌이었다.


까칠함을 넘어서 '무례한 장동건, 김은숙의 오버?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는 네 남자의 이야기다. 어느덧 41살이 된 죽마고우 4명의 일과 사랑,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드라마는 매 회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불혹에 접어든 중년 남성의 '신사'스러움과 '품격'에 대해 얘기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김도진(장동건 분)은 불행이도 '신사'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는 분명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적인 주인공이었다. 수려한 외모에 빼어난 능력을 두루 갖추었으면서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 혹은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의 인물. 공식에 딱 들어맞는 그런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딱 이 정도까지였다면 좋았을 텐데, 도진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은숙 작가는 여기서 더 나갔다. 조금, 오버했다. 4명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이자 도진의 친구로 등장하는 최윤(김민종 분)은 그와 미묘한 관계에 놓인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그의 까칠함은 원래 타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드라마는 종종 도진의 성격을 설명함에 있어서 '까칠하다'는 표현을 쓰곤 했다.


하지만 분명히 해둘 건, '까칠함'과 '기본이 안 되어 있음'은 다른 것이고, 작가는 이 둘의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의 까칠함은 매력적이지만, 제아무리 잘생기고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결여되어 있는 '왕싸가지'는 조금도 매력적이지도, 공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도진은 후자였다. 그는 까칠한 게 아니라 무례했고, 그 무례함은 때때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일종의 불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가령 6회 첫 장면에서 도진은 자신을 급하게 찾은 이수가 길거리에서 웬 차 안에 있는 사람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자 순간의 질투를 누르지 못하고 자신의 차로 그 차를 들이받는다. 그 차 안에서 내린 사람은 놀랍게도 도진의 친구이자 평소 이수와 친분이 있던 최윤, 그리고 차 주인은 최윤의 후배 변호사였다. 이 차가 얼마짜리인 줄 아느냐는 최윤의 말에 도진의 대꾸는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내 차는 얼마짜리로 보이냐?"


그리고 차 주인이자 피해자인 후배 변호사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면서는 이렇게 말했다.


"연락 주세요. 보험 처리 안 하고 다이렉트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시간 되시면 나이롱으로 입원하셔도 되고요."


이쯤 되면 무례하기가 전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교통사고를, 그것도 고의로 낸 가해자 입에서 가장 먼저 나와야 할 "미안하다"는 말은 장면이 끝날 때까지 없었다. 그리고도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무례한데다 그 무례함을 까칠함으로 포장한 남자 주인공. 여기에 김은숙 작가 특유의 작위적 화법이 곁들여지면서 도진은 보고 있기 껄끄러운 밉상 캐릭터가 됐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으니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 본인도 난감했을 터. 결국 장동건의 연기마저 어색해지면서 도진은 극에서 붕 뜬 신세가 됐고, 자연히 <신사의 품격>은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했다. 시청률은 지지부진 제자리걸음이었다.


시청자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결함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라면, 작가는 시간을 들여 왜 주인공이 그런 정도의 결함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는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드라마가 그냥 망해 나자빠지는 것을 구경하고 싶지 않다면.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도 김은숙 작가는 당장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그것은 <신사의 품격>의 주인공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남녀 주인공은 많아야 4명, 그리고 그들 중 2명은 소위 '서브 주인공'으로 '메인 주인공'에 비해 아무래도 조금은 비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신사의 품격>의 남녀 주인공은 모두 8명으로, 아무리 도진과 이수가 메인 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기존의 드라마들처럼 그 둘에게 이야기가 집중될 수 없는 구조였다. 배분된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사건은 진행시켜야 하니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과 시청자를 납득시키는 과정은 후순위로 밀려버린다. 극 초반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된 도진과 이수의 우연한 만남도 이런 까닭에서 기인한다. 그 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인연을 쌓게 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환점 10회, 김도진을 이해시키는 데 성공하다

결국 방법은 하나였다. 시간의 확보. 시간을 들여 도진의 캐릭터를 이해시키는 동시에 이수와의 사랑이 그를 변화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시청자에게 주어야 했다. 그리고 극 전체의 반환점에 해당하는 10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그것을 성공시켰다. 무려 8회, 560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시청자는 겨우 도진을 이해하고 도진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근데 방금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 이 여자는 내 마음을 못 받았구나. 그동안 난 돌 던지듯 던졌구나, 마음을. 내가 던진 마음에 맞아, 이 여자는 아팠겠구나. 그래서 이 여자는, 놓쳐야 하는 여자구나. 그동안 미안했어요, 신사가 아니라서. 이건 진심이에요. 난, 그저께보단 어제가, 어제보단 오늘이, 제일 성숙하니까."


10회 초반 이수에게 담담하게 자신의 깨달음을 고백하는 도진. 자신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자각하고 그것을 미안하다고 사과함으로써 도진은 겨우 납득이 가는 캐릭터로 두 발을 드라마에 붙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시청률이란 결과로 드러났다. 8회에 이르기까지 15~16% 사이를 오가며 좀처럼 오를 줄 모르던 시청률은 9회에 18.6%(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로 급등하더니, 이어진 10회에선 20.3%를 기록했다.


겨우, 여기까지 왔다. 참, 오래도 걸렸다. 불안불안하던 초반의 지지부진함을, 우려 섞인 시선을, 한 방에 날려버린 김은숙 작가에게 안도의 한숨을 보낸다. 이제 남은 10회는 좀 편안한 마음으로, 도진과 이수의 밀고 당기기를, 태수와 세라의 박력 넘치는 연애를, 최윤과 메아리의 달달함을, 정록과 민숙의 달콤 살벌함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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