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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품위있는 그녀', 막장이라는 단어를 거부한다

[기타] | 발행시간: 2017.08.12일 11:0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품위있는 그녀’에는 자극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돈을 위해 늙은 회장을 유혹한 간병인부터 불륜, 이혼, 가정 폭력, 망나니 아들들, 브런치를 즐기며 우아한 척하는 상류층의 위선 등이 담겨 있다.

막장 설정이 판을 치는데, 흔히들 말하는 막장 드라마는 아니다. 실제 한 기업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 풍자와 탄탄한 플롯과 디테일, 세련된 연출이 살아있다.

등장인물의 면면은 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간군상이다. 주인공 박복자는 오로지 돈에 대한 욕망만을 추구한다. 철저하게 계략을 짜 안태동을 유혹, 상류사회에 입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뒤 큰돈을 거머쥐며 야망의 절정을 맛봤다.

아진처럼 품위있는 그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애초에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전전긍긍한다. 바닥에서 탈출해 정상까지 올라왔지만 졸부는 될지언정 진정한 상류층에 입성하진 못한다.

그렇다고 박복자를 마냥 나쁜 사람으로 그리진 않았다. 겉모습은 화려해졌지만 그럼에도 초라하고, 어린 시절 파양의 상처를 안은 터라 연민을 자아낸다. 첫 회에서 이미 살해당한 박복자의 최후를 보여준 덕분이기도 하다.

박복자의 넘을 수 없는 롤모델이자 또 다른 주인공 우아진은 재벌가의 며느리지만,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는다. 미모에 품격까지 모든 걸 갖춘 여자다. 이름처럼 우아한 그는 아무리 재벌이어도 가정의 화목을 깨뜨리고 책임감 없는 남편과 함께 살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고 홀로서기를 선택, '품격'있는 삶을 지향한다.

품위있는 삶을 유지하자니 돈이 필요한데, 박복자는 그 돈을 좇느라 품위를 잃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우아진은 끝까지 품위를 택했다. 박복자의 독백처럼, 다 가졌는데도 당당하지 않은 복자와 달리 우아진은 다 잃었는데도 꿀릴 게 없다.

안태동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갑의 지위와 돈을 얻는 이들과 이를 뺏으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돈과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치졸한 면모를 보여주며 상류층의 민낯을 꼬집는다.

브런치 멤버들 역시 비밀과 불륜, 상처를 감추고 우아한 척하며 자신을 치장한다. 거침없는 파스타 난투극에 흘러나온 이질적인 클래식한 음악 연출은 풍자의 정점을 찍는다. 인물의 감정선 묘사가 뛰어나고 개연성 있는 내용 덕에 막장으로 비치진 않는다.

연기 구멍 없는 주 조연 배우들의 열연도 힘을 보탰다. 2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김선아는 특히나 탐욕을 앞세워 바닥에서 정점까지 올라온 박복자를 맛깔나게 연기하고 있다. 김선아가 아니면 누가 소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 연기로 몰입을 높인다.

김선아와 극의 주축을 이루는 김희선도 미모만큼이나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엄친딸, 부잣집 사모님 같은 이미지는 물론,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고 눈물을 흘리는 보통 여자의 모습까지 캐릭터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JTBC 방송화면

출처: 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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