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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나도 비정규 계약직 출신, 탤런트실 전화 담당"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08.23일 08:59
[인터뷰] 영화 <브이아이피>로 깊어진 연기 보여... "한계 인정, 잘하는 것 찾아야"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국정원 직원 박재혁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단순한 첩보원이 아닌 맡은 임무와 일상에 피로감을 마음에 가둔 채 일을 처리하는 캐릭터다.ⓒ SM C&C

영화 속 장동건은 유독 거칠었다. 많은 관객들이 <태극기 휘날리며>(2003)와 <마이웨이>(2011)에서 총탄을 가로지르던 그를 기억할 것이다. <태풍>(2005)에선 구릿빛 피부에 거뭇한 수염을 단 채 바다를 항해했으며, <우는 남자>(2014)에서는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그의 신작 <브이아이피> 역시 거칠고 차가운 감성의 연장선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좀 더 피로하고 지친 사내랄까.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북한에서 한국으로 기획귀순을 한 고위간부의 아들인 VIP(이종석)의 신변을 확보하는 게 그의 임무다. 국가를 위한 일로 보이지만 장동건이 맡은 박재혁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국정원의 허점과 우리나라 관리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다.

드러나지 않은 감정

장동건은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을 무렵 이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보통은 신중하게 결정했는데 시나리오를 덮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그가 회상했다. 뻔한 소재, 이야기 역시 뻔해 보이는데 이걸 엮는 방법이 신선했다는 이유다. 게다가 <신세계>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알린 박훈정 감독과 함께 한다. 그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이 크게 다르잖나. 심경 변화를 겪는 인물이고, 그 변화의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얘길 했다. 그 지점이 매력적이었지. 국정원 직원이지만 박재혁은 정의감이나 도덕심을 누르고 사는 사람이었다. 현실적인 인물이라 승진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해 온 거다. 그래서 마지막을 잘 보시면 뭔가 통쾌하다는 느낌을 표현하기 보단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

캐릭터가 아닌 사건 중심의 영화. 장동건은 <브이아이피>를 이렇게 정의했다. 영화엔 박재혁 외에도 VIP를 쫓는 형사(김명민) 등 여러 인물이 고루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박재혁의 과거가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장동건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옳고 그름을 외면한 채 일을 했을 것"이라 해석했다. 여기에 국정원이란 특수조직, 현재 외교적, 정치적으로 난제에 얽힌 한국 사회의 특수성도 나름 생각해서 연기에 담으려 했다.

"과거에 드라마를 준비할 때 국정원 직원을 뵌 적 있다. 평범한 회사원 같더라. <브이아이피>에도 사무직과 현장직을 오가는 박재혁이 묘사되는데 마치 조직에 속한 부장님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 영화에서 국정원 직원은 무슨 첩보원처럼 그려졌잖나. 이번엔 현실적으로 하려 노력했다.

<신세계>를 정치외교적으로 확장한 느낌이 들었다. 국정원이 무능해서라기보다는 지금의 국제정세가 영화에 표현된 거랄까. 어떤 무기를 가지고 거래를 하려는 VIP와 그를 잡아야 하는 국정원이 마치 한국이 지금 처해 있는 현실 같다고 생각했다."

영화 <브이아이피> 관련 사진.

▲국정원 요원 재혁(장동건)과 형사 채이도(김명민) 사이에서 생기는 묘한 긴장감. 이게 <브이아이피>를 즐기는 하나의 묘미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딜레마를 깨닫다

인터뷰 중 이종석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팬층이 두터운 그를 직접 밟고 때렸으니 두렵지 않았나 같은 농담 섞인 질문도 있었지만 나름 연기 변신을 위해 <브이아이피>에 합류하고 싶다고 직접 의사를 타진한 이종석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이종석은 강한 남성성 영화인 <브이아이피>에서 사이코패스 같은 악역 캐릭터를 접하고 박훈정 감독을 직접 찾아갔다고 알려졌다. 군 입대를 앞두고 연기 변신을 그만큼 갈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간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았던 장동건의 선택과도 맥을 같이 한다. 장동건 역시 청춘스타로 일찌감치 주목받기 시작해 달달한 드라마로 스타성을 지켜왔다. 이에 비해 영화는 신중하게 선택했고, 드라마에 비해 변신의 폭이 컸다. "배우로서 뭔가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처음 종석이가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땐 의아했다. 심지어 본인이 직접 찾아와서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 그 심정을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에 목말라 있고 변하고 싶은 욕구가 세구나. 저 역시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으니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촬영현장에 와서도 자기 약점을 다 드러내놓고 '도와주세요!' 하니까 다들 응원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전 <해안선>이라는 작품을 할 때가 그 시기였다. 김기덕 감독님을 찾아가서 한 거거든. 내 안에 다른 모습이 없을까 갈증이 컸다. 종석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이것저것 해보고 지나서 보면 제 자리일 수도 있는데 그걸 경험한 것과 안 한 건 차이가 크다. 저 역시 25년을 해왔는데 생각보다 작품 수가 많지 않더라. 아직 경험할 게 많다. 한계도 잘 알고 있다. 어렸을 땐 한계를 테스트하면서 도전하는 과정이라면 이젠 어느 정도 한계를 인정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국정원 직원 박재혁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SM C&C


아빠와 배우 사이

그가 인식하는 한계에 대해 한 번 더 물었다. "배우라면 모든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데 외모나 이미지 때문에 한계를 겪을 때가 있다"고 답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반듯한 외모로 연기보단 이미지로 소비되기 마련이던 자신의 과거를 그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걸 넘어서고 시험하기 위해 거칠고 강한 배역을 택해왔다면 이젠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정도는 파악했다는 뜻이다.

"결국 외모가 아닌 재능의 차이라고들 하더라. 똑같은 나라도 내면이나 마음이 시간에 따라 바뀐다. 할 수 있을 때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제일 좋지. 예를 들면 <신사의 품격>을 지금 만난다면 정말 다 내려놓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땐 하나의 캐릭터로 생각했기에 뭔가 스스로 선을 긋고 있더라.

사실 작품 선택 기준도 그때마다 다르다. 한창 <7년의 밤>을 무겁게 찍고 나서 밝은 걸 하고픈 차에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었고, 자연스럽게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 <브이아이피>를 하게 된 거지. 차기작으로 <창궐>이란 작품을 하게 됐는데 시나리오를 보면 뭔가 마블 영화 같은 느낌이 있다. 아이들이 있으니 지금은 애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결국 연기 고민은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촬영 전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지만 카메라 앞에선 나 혼자다. 외롭기도 하고, 뭔가 안 풀리면 마음이 힘들다. 굉장히 큰 감정신에선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그럴 때 연출자에게 위로를 받는다. 작품에 대해 서로 고민하다가 그 고민의 깊이가 같아질 때 오는 위로다. 일종의 동지의식이지."

사뭇 진지하게 답하던 그에게 어떻게 스타 배우가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을 알고 연기할 수 있는지 반 농담으로 물었다. <브이아이피> 박재혁을 생각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저 MBC 공채 출신이잖아요!"라며 망설임 없이 그가 웃으며 답했다.

"비정규직이었고 2년 단위로 계약하던 때였다. 그때 출퇴근했다. 출석부에 도장 찍고 당번을 정해 탤런트 실에 오는 전화를 받는 게 일이었다. 제가 근데 운이 좋아 6개월 간 하다가 <우리들의 천국>에 캐스팅되긴 했지만(웃음). 직장인의 애환은 사회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그런 걸 표현하려 했다. 게다가 <브이아이피>는 차가운 영화다. 뭔가 건조한 작품에 호감이 가던 차였는데 그런 쪽이었지.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장동건 하면 흔히 들리는 말 중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은 게 '바르고 착하다'는 평이다. 이 역시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지우려 역할을 일부러 반대되는 걸 하곤 했는데 사람 본성이 어디 가린다고 가려지나?"라며 사람 좋게 그가 웃어보였다.

"실생활이 연기를 제한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영향 받으면 그게 내 한계"라고 답하던 그에게서 한껏 편안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 편안한 에너지가 장동건 연기 인생의 2막을 여는 힘이 되지 않을까.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국정원 직원 박재혁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배우. 그가 청춘스타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이유다.ⓒ SM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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